쌓이는 빛과 산책처럼 흐르는 동선, 연희동 'LAYERED HOUSE'

확고한 콘셉트와 개성 있는 메뉴로 많은 사랑을 받는 베이커리, ‘런던 베이글 뮤지엄’.일명 ‘런베뮤’를 만들고 키워낸 사람의 집은 어떤 모습으로 무르익어 있을까.유연하게 연결된 공간 안에는 유럽의 가정집에 들어온 듯 이국적이고 빈티지한 장면들이 가득하다.

거실 안쪽에 드러나 있는 계단은 발판과 난간 모두 목재로 제작해 섬세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조성한다. 바닥은 목재 마루를 화이트 톤으로 칠해 깔끔하면서도 빈티지한 분위기를 더했다.
현관에서 이어지는 거실의 연장선. 집에 들어와 바로 손을 씻을 수 있도록 작은 세면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건축주가 수집한 가구와 아이템들이 개성 있는 조화를 이룬다.

느슨하게 연결된 공간을 거닐며, 빛의 다양한 움직임을 어루만지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남가좌동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레이어드 하우스는 평화롭고 한산한 동네의 대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집은 막다른 도로에 따른 도로 확폭과 정북 일조 사선 이격에 의해서 규모가 정해졌다. 개성이 강하고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건축주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에 따라 빛이 공간을 다양하게 채워주고, 집 안 어디서나 가족이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열린 공간을 계획했다. 따라서 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연결하여 목적과 용도에 따라 공간을 크고 작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설계의 콘셉트가 되었다. ‘거실’이나 ‘복도’같은 실의 구분을 피하고, 생활 공간과 이동 통로가 애매하게 나뉜, 여러 영역의 집합체로써의 공간이길 바랐다.건축주는 시시각각 쏟아지는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을 통해 외부와 호흡하는 시간성을 경험하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남향의 전면 파사드는 동일한 크기의 창을 연속적으로 배치해 의도한 빛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측면 창은 불규칙하게 배치해 의도치 않은 빛이 공간 곳곳에 들어오도록 했다.


PLAN

거실 한쪽 벽면에는 천장까지 꽉 차는 책장을 제작하여 설치했다. 책장 사이 작은 문은 각각 세탁실과 욕실로 연결된다.
(위, 아래) 커다란 창을 통해 빛을 듬뿍 받아내는 주방. 창가를 따라 설치된 수납장과 중앙의 아일랜드로 편리한 동선을 만들었다.
벽선반, 우드사이딩과 몰딩 등이 유럽 가정집의 욕실을 연상시킨다.

디자인은 일상적 동네 가로에서 혼자 돋보이기보다는 주변 가로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를 바랐다.주택은 3층과 4층, 다락으로 구성했고 내부는 물리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느슨한 경계가 존재하는 공간으로 계획했다. 느슨한 경계는 공간을 유연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개방된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주기도 한다. 현관에서부터 다락까지 동선을 보면 산책하듯이 이어지며 내부 공간의 풍성한 깊이감은 단단한 계단실을 통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나무로 만든 계단은 조각처럼 섬세하고 그 위로 내려오는 고요한 빛은 집 깊숙이 스미고 퍼져 나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또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반복적인 빛과 공간의 경계를 이루는 가구, 곳곳에 배치된 소품들이 어우러져 수많은 레이어를 만들어 낸다. 여름 창문 밖으로 보이는 플라타너스 나뭇잎의 소리와 그림자는 이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대지면적 : 157㎡(47.49평
건물규모 : 지상 4층 + 다락
건축면적 : 94.03㎡(28.44평)
연면적 : 313.07㎡(94.70평)
건폐율 : 59.89%
용적률 : 199.41%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14.29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벽체·지붕 –철근콘크리트단열재 : 지붕 –THK130 PF보드 / 외벽 – THK155 비드법보온판 2종1호 / 바닥(기초하부) –THK110 압출법보온판 가등급
외부마감재 : 지정 벽돌타일 마감, 징크패널 지붕재, 콘크리트 폴리싱
창호재 : 원일창호㈜ 알루미늄 창호(24mm, 투명로이유리)
에너지원 : 도시가스
전기·기계 : ㈜에스이앤씨
구조설계 : ㈜아크필구조
건축 시공 : ㈜선오종합건설인테리어
시공 : 오하이오 컴퍼니
설계 : ㈜에스엠엑스엘건축사사무소

(위, 아래) (위, 아래) 위층에는 침실과 드레스룸이 느슨한 경계로 구성되어 있다. 침실은 간결하고 소박하게 조성했다.
(위, 아래) 계단실의 풍경. 전체적으로 창의 수가 많을 뿐 아니라 다양한 위치, 다양한 형태로 배치되어 있어 여러 가지 빛을 즐길 수 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던에드워드 페인트 / 바닥 –빈티지 원목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이탈리아 마라찌(MARAZZI)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블루 프로방스(Bleu Provence) 세면대, 콜러 변기
주방 가구 : 자체 제작 (티크 원목, 대리석)
거실 가구 : 리네로제 소파 등 빈티지 제품, 제작 선반
조명 : 구찌니(GUZZINI), 무라노 글라스 샹들리에
계단재, 난간 : 오크 원목
붙박이장 : 원목 제작

(위, 아래)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외관. 1층과 2층은 상업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벽 안쪽에 옥탑방같은 느낌의 다락이 숨어있다.
건축가 이상민 : 에스엠엑스엘건축사사무소
이상민은 ㈜에스엠엑스엘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이자 국립한국교통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한국교통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건축학 석사를 취득한 후 토문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와 애이아이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경험을 쌓았으며, 2020년부터 ㈜에스엠엑스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건축작업을 하고 있다.02-332-2023 | www.studiosmxl.com

글 이상민 | 사진 장순혁 | 구성 조재희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10월호 / Vol.308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