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에 수렁 빠진 우리은행 중기대출…기동호 부행장에 시선 쏠리는 이유
2015년 당시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기업대출과 관련해 지점장의 금리전결권 행사를 대폭 제한했다. 신용등급 일정 미만 기업에는 지점장 전결권을 없앴고, 부실 기업대출이 발생한 경우 지점장에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민영화를 앞두고 우량대출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으나, 은행의 '야전사령관'으로 불리던 지점장 권한이 추락한 건 이때부터다.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중 하나인 '프랜차이즈론'에 중개수수료를 매기지 않는 등 판매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2023년 우리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전략은 그와 정반대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선포하며 영업점에 전결권을 다시 부여했다. 지점장 재량으로 기업고객에 금리를 낮춰주는 식으로 영업이 수월해진 셈이다. 그러나 그 사이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4대 시중은행 중 최하위로 추락했다. 적지 않은 기간동안 경쟁사에 기업고객을 내준 우리금융이 꺼내든 '기동호 부행장' 카드가 반전을 이루지 못하면 이런 추세는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올 연말 조직개편 및 인사에서 기업투자금융부문을 CIB(기업투자금융)그룹, 중소기업그룹, 글로벌그룹으로 재편했고, 기동호 IB그룹장을 기업투자금융부문장(부행장)으로 선임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우리금융은 기업투자금융부문을 재편하며 사업 시너지 높은 그룹 '동일 부문'에 배치해 사업추진 실행력을 제고하고 협업을 강화하고자 했다. 특히 중기대출 시장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도 눈에 띈다. 중소기업그룹을 기업투자금융부문으로 소속 변경해 기업, IB(투자은행), 글로벌 공동 영업으로 중소기업 투자금융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구상을 실천할 책임자인 기동호 부행장은 누굴까. 1965년 광주 출생인 기 부행장은 2002년 IB사업단 투자금융팀, 인수투자팀에 근무한 이래 △경수기업영업본부 △부천중앙지점 지점장 △미래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동역삼동금융센터 금융센터장 △여의도기업영업본부 본부장 △IB그룹장 등 기업금융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물이다. 특히 1998년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기여해 은행감독원(현 금융감독원)장 표창을 받은 수상내역도 있다.
기 부행장의 업적을 묻는 <블로터> 질의에 우리금융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민간투자사업 △(주)메디트 인수금융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관련 인수금융 △판교 삼평동 오피스 개발사업 △롯데GS화학(주) 비스페놀A 생산공장 신축 시설자금대출을 꼽았다. 이 중 구강 스캐너기업 메디트는 유망한 성장성으로 국내 다수 금융사들이 인수금융 딜 수임에 참전했는데, 우리은행이 주선사로 꼽힌 점은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사례처럼 잠재력 높은 중기고객을 찾아 대출과 투자 등 다양한 금융 솔루션을 연계 제공하는 것이 기동호 부행장 카드를 꺼낸 의미로 읽힌다. 올 3분기 우리은행의 대기업대출이 44조59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0% 성장한 것과 달리,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은 123조5760억원으로 2.1% 성장하는데 그쳤다. 우리은행은 대기업부문에서 매년 30%, 중소기업부문의 경우 매년 10%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기대출 성장의 난이도는 내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누적된 생산자물가 상승과 원자재·중간재 가격 변동성 확대로 예비 자금 확보 수요가 더 높은 중소법인대출이 5.8% 증가해 전체 중소기업 대출 증가를 견인할 것"이라면서도, 실제 은행권의 내년 중소기업 대출 성장률은 자산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전년(5.2%)보다 1.1%포인트 하락한 4.1%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기업대출 수축 국면에서 확장을 해야하는 우리금융은 건전성도 챙기는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되는 셈이다. 특히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이 여전히 열위한 우리금융 입장에선 주주환원 등을 위해선 대들보인 우리은행의 수익창출력이 필요하다. 올 6월말 기준 업권별 총자산 기준 순위를 분석해보면 우리금융그룹에서 우리은행의 순위는 4위, 우리카드 6위, 우리캐피탈 5위, 우리금융저축은행 27위, 우리자산신탁이 10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