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성형외과 회복실에서 포착한 사람들

대한민국의 성형 문화와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포토그래퍼 여지와 이야기를 나눴다. 

대한민국은 인구 대비 성형률이 가장 높다. 그 이유는 너무나 다양하지만, i-D와 함께 이야기 나눈 포토그래퍼 여지는 사회 현상이 만든 흐릿한 가치 판단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성형외과 회복실에서 포착한 여러 인물의 포트레이트를 촬영했다. 여지의 말에 따르면, 부작용 고지가 미흡한 성형외과 태도와 솜방망이 수준으로 끝나는 의료과실 처벌이 당시 사람들을 수술대에 눕혔다.

여지는 회복실에 머물기 열악한 환경을 가진 사람에게 자신의 집을 내어주고 간호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촬영 거절을 방지할 (일종의) 서비스였지만, 자신도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개인의 생김새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직접 누드 색 타이츠를 입고 거리에 나가 마치 성형외과 의사가 하는 듯 ‘내가 성형해야 할 곳을 그리세요’라고 말했고, 뉴욕으로 건너가 거식증을 앓았던 사람들의 현재를 포착했다.

“제 작업을 보며 사람들이 불편하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그와 ‘Beauty recovery room’ 시리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포토그래퍼 여지 인터뷰 전문이다.

어릴 적 꾸었던 두 가지 꿈으로부터 사진 작업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는 명문대를 졸업하는 것과 두 번째는 전신 성형인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보니, 나는 굉장히 욕심이 많은 사람이더라. 두 가지 꿈을 꾸었던 가장 큰 계기는 어떤 분야에서 내가 돋보이고 싶고, 1등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아빠가 나에게 ‘통통이'라고 불렀다. 이와 마찬가지로, 친척과 엄마 친구 할 것 없이 어른들은 내 외모에 대해서 지적해 왔다. 그런 환경에 노출되어 왔지만, 초등학생 때까지는 외모에 대해서 스스로 ‘싫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행복하게 지냈다.

그런데 여자 중학교에 들어가니 하루에도 수십 번 들려오는 외모에 대한 말에 늘 비수가 꽂혔다. 보통 사람들보다 더 예민한 성향이기 때문에 그 말이 곧이곧대로 내면화되었다. 예민한 시기의 여학생들만 모여있다 보니, 외모와 남자가 대화 주제의 전부였다. ‘오늘 눈썹 잘됐다’ ‘오늘은 눈썹이 짝짝이다’ ‘넌 너무 다리가 굵어’ ‘코끼리 다리야’ 등과 같은 이야기가 일상이었다.

이렇게 수년이 흐르면서 정말 아름다웠던 성향이나 다른 능력에 가치를 두지 않고, 유일하게 외모에 가치를 두었다. 그에 반해 나는 자신의 외모가 싫었다. 눈, 코, 입은 물론 나의 머리카락, 손가락, 손톱, 다리, 종아리, 발목 심지어는 복숭아뼈까지. 내 몸에서 좋아하는 부분이 없었다. 그럼에도, 내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는 외모이었기 때문에,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해였다. 마침 성형수술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눈과 코 성형만 언급하던 연예인들도 턱 성형에 대하여 말하기 시작하고, 모든 기사가 연예인 성형과 관련되어 있었다.  고등학생들도 막 성형을 시작할 시기다. 성형수술이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눈, 코, 입, 턱, 다리 지방 흡입 등. 고칠 수만 있으면 내 가치가 올라갈 것만 같아서 전신 성형을 꿈꿨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고, 칭찬해 주면서 스스로는 행복감을 느낄 것 같았다. 예쁘다는 칭찬을 늘 받고 싶었다. 그게 제일 가치 있는 거니까.

명문대 진학에 성공하고, 다양한 성형외과에 상담받은 후 사진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부작용에 대한 고지가 미흡한 상황에서 회복실에 있는 성형의 민낯을 포착하고자 한 계기가 무엇인가?
성형 상담을 다닐 때 분명히 부작용이 있을 텐데, ‘부작용은 거의 없어요.’라고 말하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상담을 받으며 수술 직후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처음 마주했다. 충격이었다. 연예인들을 봐도 전후의 차이만 알 수 있지 않았나. 마치 마법 같았는데, 성형수술 직후에 그런 시기가 있다는 것을 늦게 알게 된 것이다. 과정은 보여주지 않고, 결과물만 보여주며 성형을 권유하고 조장하는 사회가 싫었다. 내가 고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성형을 결정하더라도 과정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르다. 사진을 촬영해서 사람들이 성형을 결정할 때 이 과정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작업을 진행했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인구 대비 성형률 1등 국가다. 외국인들도 ‘원정 성형'을 여행 패키지로 다녀갈 정도로 기술이 발전되어 있고 수요가 많기에 그만큼 저렴해졌다. ‘Beauty recovery room’ 시리즈 기반에는 ‘무심코' 또는 ‘쉽게' 성형하기에 위험 요소가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지금과 같은 저비용 성형 시대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질문을 받고 열심히 생각했다(웃음). 성형은 대한민국에서 큰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잘된 일이다. 그 경쟁 속에서 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조금씩이라도 더 안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의료법이 함께 강화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Beauty recovery room’의 기조가 되는 무분별한 성형수술에 대한 생각은?
나는 무분별한 성형의 최고 수혜자다. 20대 초반에 성형수술 붐이 일어났고, 계속해서 발전했다. 내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무분별한 성형에서 벗어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자신이 가진 독특함을 소중히 여길 줄 안다. 과거에는 조그만 독특함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현재는 그 독특함이 매력이고 간직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무분별한 성형수술은 지나가는 추세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고 있다.

최근 한국의 성형 트렌드는 자조적이지 않고, 재건 수술을 하는 방향이다. 성비 또한 비슷해졌다. 성별과 무관하게 외모에 관심이 많은 것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아왔지만, 답변이 항상 바뀐다. 요즘 내가 생각하는 답변은 또 바뀌었다. 부정할 수 없는 민족이 가진 성향이 있다. 우리 민족 성향이 1mm, 2mm의 미세한 차이를 예민하게 볼 수 있는 민족인 것 같다. 예쁨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다. 한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외모지상주의였다. (웃음)

한국은 여전히 ‘자연미인'에 대한 추앙이 끊이지 않고, 자연미인 타이틀은 여자 연예인의 화젯거리다. 인터뷰 중, ‘성형 수술을 한 사람들은 회복 중에도 주변 친구나 이웃에게 알리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라고 했는데, 직접 관찰한 바로는 어떤가.
사실, 성형을 고민하면서도 ‘내가 자연미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상상했다. 정말 깊이 들여다보면, 계급이다. 자연미인은 사람들이 더 존중하고, 인정하지만, 성형미인은 한 단계 아래로 취급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자연미인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작품에 등장했던 분들을 위해 집을 내어 주거나, 간병을 도맡아 했다. 또는 ‘Draw on me’ 작업을 통해 ‘Beauty recovery room’에 연장되는 행위 작업을 하기도 했다. 단순히 셔터를 누르는 사진 기록 행위 그 이상으로 일상과도 접합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작업 중 일상을 소비(?)할 때 어떤 생각들이 있었는지, 결정을 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때는 열정이었다. 여러 가지로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이 아니다. 먼저 뛰어든다. 그래서 나의 상태를 고민하고 시작하지 못했다. 집을 내어주면 내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그런데 점점 나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더라.

한 번은 전신 지방 흡입을 한 사람이 내 침대에서 주무시고 그다음 날 지방액 같은 것을 다 흘렸다. 침대나 매트리스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이 같은 일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힘들고 지쳤다. 그래서 작업을 쉬어가기도 했다.

그런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피사체가 되어 준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정신적인 문제가 가장 컸다. 극단적으로 성형을 하시는 분들은 단순히 예뻐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한 때 그랬던 것처럼 아주 절실했다. 자신 삶이 너무 소중해서 성형을 해야지 조금 더 나아질 거라고 믿기 때문에 성형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어, 눈과 코 성형을 해봤는데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가 변하니까 또 다른 걸 하고, 또 다른 걸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분들은 그 상황에 행복을 느꼈다.

‘제발 아무도 몰라야 할 텐데’ ‘남자 친구가 눈치 못 채야 할 텐데’라는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본인이 자신의 가치를 외모가 아닌 다른 데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하는데, 그전까지는 외모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 한국 사회가 외모라는 가치를 버리고 다른 가치를 알게 해주는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모에 대한 생각이 나락으로 떨어지면 토끼 굴 파는 것처럼 계속 떨어지게 된다. 위에서 누군가 끌어주는 문화가 없기에 스스로 헤어 나오기 힘들다.

Interviewer 송인
Photography 여지



처음 사진을 촬영하게 된 계기, 여고생 시절 있었던 남선생의 이야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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