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푸드마켓 실험으로 얻고 싶은 건 무엇일까요?

신사업보다는 기존 점포 리뉴얼을 위한 움직임 중 하나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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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하는 마트, HDS의 등장

‘식료품 노브랜드.’ 지난 4월, 이마트가 초저가 식료품 전문 매장을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타이틀로 이를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당시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새로운 형태의 ‘그로서리 전문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DS)’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HDS는 품목 수를 줄이고 대량 구매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며, 운영 비용까지 낮춰 기존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는 매장 형태를 뜻합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알디(Aldi)와 리들(Lidl)이 대표적이죠. 특히 알디는 최근 고물가 시대를 맞아 빠르게 성장하며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월 13일, 이마트는 새로운 포맷인 ‘이마트 푸드마켓’ 1호점을 대구에서 선보였습니다. 다만, 공개된 모습은 애초에 상상했던 HDS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상품 구성과 매장 규모가 모두 기존 HDS 모델과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죠.

우선 상품 구성은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전략은 예상한 그대로였지만요. 자체 상품인 PB(Private Brand) 비중이 생각보다 낮았습니다. 보통 HDS는 자체 브랜드 상품을 극대화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이마트 푸드마켓은 노브랜드와 트레이더스 PB 상품을 별도의 존에 배치하면서도, 농심, 오뚜기 등 주요 주요 제조사 브랜드 상품도 함께 판매했습니다.

매장 규모 역시 기존 노브랜드 전문점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이마트 푸드마켓 1호점의 전체 면적은 약 1,200평, 이 중 신선 및 가공식품 면적만 해도 856평에 달합니다. 이는 평균 100평 수준인 기존 노브랜드 전문점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죠. 물론, 1호점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일부러 큰 규모로 선보였을 수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노브랜드 전문점보다는 애초에 크게 설계되었을 가능성이 크고요. 결국 이러한 규모는 빠르게 점포를 확장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타필드와 푸드마켓으로 재편?

따라서, 이마트가 푸드마켓을 선보인 이유는 단순한 신사업보다는 기존 점포를 새롭게 바꾸기 위한 실험 중 하나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마트는 그동안 대형점포 중심으로 리뉴얼을 진행해 왔는데요. 이마트타운에서 시작해 더 타운몰, 스타필드 마켓으로 이어진 시도들은 결국 몰링화를 통해 핵심 점포를 고객들의 ‘나들이 장소’로 만들려는 전략이었죠. 이 전략은 나름 성과를 보였지만 확장이 쉽지 않았습니다. 체험형 쇼핑몰로 기능하려면 넓은 공간이 필수인데, 이런 조건을 갖춘 점포는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마트 푸드마켓에 적용된 많은 것들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다면 이마트 중소형 점포의 경쟁력 회복도 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이마트 푸드마켓은 중소형 점포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우선 푸드마켓은 적당한 규모를 갖추고 있고요. 기존 이마트 점포를 리뉴얼하려는 목적이라면 노브랜드나 트레이더스 PB뿐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여기에 다이소 같은 테넌트를 결합하면 근린 상권을 정조준한 매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겠죠.

이와 같은 흐름이 맞아떨어진다면 이마트는 대형 점포는 스타필드 마켓, 중소형 점포는 이마트 푸드마켓으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이제 막 문을 연 푸드마켓 1호점 수성점의 성과를 지켜봐야겠지만요. 만약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처럼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이런 모델이 확산된다면, 침체에 빠진 이마트도 새로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한계점은 당연히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남아 있습니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역시나 접근성입니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채널이 바로 슈퍼마켓이죠. 슈퍼마켓은 높은 접근성과 편의점에는 없는 다양한 신선식품 구색으로 새로운 장보기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특히 GS더프레시는 가맹 모델로 전환한 이후 빠르게 성장하며 500호점을 돌파했습니다. 롯데슈퍼와 이마트 에브리데이 역시 가맹 확대를 계획하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이마트 푸드마켓의 접근성은 상대적으로 더 밀릴 수밖에 없겠죠

또한 슈퍼마켓과 상품, 가격으로 차별화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요. 롯데가 시작한 마트-슈퍼 간 통합 소싱이 업계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고요. 이는 결국 장기적으론 대형마트든 슈퍼마켓이든, 더 나아가 편의점이든 같은 상품이 동일한 가격으로 팔리게 된다는 뜻이라서요. 이마트 푸드마켓이 언제까지 가격 우위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물론 실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저 또한 이마트 푸드마켓에 직접 가본 것은 아니라서 뭐라 예측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기도 한데요,. 확실한 건 이제 백화점과 대형마트 모두 핵심 점포에 이어 중소형 점포 리뉴얼 포맷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이어질 거라는 점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유통 업계 지형은 크게 달라질게 될 거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들에 대해 꾸준히 소식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식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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