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에디터의 ‘에밀리, 파리 가다’ 탐닉 스토리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2024. 9. 26. 09:01
드디어 돌아온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4. 낭만적인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에밀리의 패션 라이프에 흠뻑 빠져들 시간이다.
"아직도 안 봤어?" 얼마 전 친한 에디터들과의 모임 자리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를 두고 나온 말이다. 패션 애호가들이 오매불망 기다려온 화제의 드라마가 드디어 시즌 4를 공개했다. 인기를 끌지 못하면 가차 없이 사라지고 마는 OTT 드라마 홍수 속에서 이만큼이나 시즌을 이어온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미국 시카고의 한 마케팅 대행사에 근무하는 주인공 에밀리 쿠퍼(릴리 콜린스)가 우연히 프랑스 파리 지사에 발령이 나면서 벌어지는 일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낭만의 도시 파리를 배경 삼아 펼쳐지는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지만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순간은 따로 있다. 바로 매회 아이코닉한 스타일로 등장하는 릴리 콜린스의 패션 신이다. 패션 드라마의 시초가 된 '섹스 앤 더 시티’의 제작자 대런 스타와 패션 디렉터 패트릿 필드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후 다시 뭉친 작품이라니,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할까. 낮에는 샤넬 플랩 백을 둘러메고 컵케이크를 베어 물며 파리의 거리를 거닐다, 밤에는 쿠튀르 감성 넘치는 블랙 드레스로 갈아입고 스타들과 호화로운 만찬을 즐기는 파리지엔의 나날들. 게다가 에밀리에게 뒤처지지 않는 각기 다른 스타일의 개성 강한 조연들까지, 그들의 패션을 탐독하다 보면 어느새 정주행은 끝이 난다.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는 또 있다. 패션 마케팅을 다루는 드라마답게 톡톡 튀는 SNS 마케팅 기법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것. 예를 들어 시즌 1 첫 회에서 막 파리에 도착한 그가 인스타그램 피드에 사진을 올리며 해시태그를 다는 것. 팔로어 수 48명으로 시작해 5회 만에 무려 20만 팔로어를 거느린 패션 인플루언서로 성장하는 노련함에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SNS 마케팅에 목마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물론 패션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MZ세대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시즌 4 방영을 앞두고는 이색적인 협업 소식도 전해졌다. 럭셔리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프렌치 무드를 녹여낸 한정판 딸기아이스크림 패키지를 출시하는가 하면, 주류 전문 업체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협업한 '릴레X에밀리 파리에 가다’ 한정판 에디션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한정판 라벨에는 주인공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은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을 새겨 소장 욕구를 높였다.
그렇다면 주인공 에밀리에게 어떤 불가항력적인 매력이 있기에 시즌마다 화제를 몰고 오는 걸까. 앞서 얘기했다시피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시카고 걸, 릴리 콜린스가 파리에 정착하면서 겪는 좌충우돌 성장기를 담고 있다. 사실 시즌 1에서 그가 선보인 색색의 컬러 팔레트 패션은 우리가 그리던 이상적인 파리지엔의 모습에서 한참은 벗어난 느낌이다. 의욕이 과했달까? 시즌 초반 이뤄진 패션 품평에서 총체적 난국이라는 혹평을 피해가지 못했다. 극 중 유명 디자이너가 과도한 패턴 플레이로 뒤범벅된 그의 의상을 보고 "링가르드(촌스러운)!"라고 일침을 가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무채색 일변도인 파리지엔 사이에서 도드라지는 에밀리의 자유분방한 스타일과 태도는 어느 순간부터 묘한 설득력을 갖추기 시작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요즘 시대 방식과 통한 덕분이다. 다음에는 어떤 환상적인 패션 신으로 우리를 안내할지, 마치 신예 브랜드가 파리의 아틀리에를 거느린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마음으로 에밀리의 패션을 응원하게 된다.
고대했던 시즌 4에서는 어떤 스타일이 주를 이뤘을까. 먼저 온갖 컬러를 믹스하던 지난 시즌과 달리 패턴과 컬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캠페인차 방문한 경기장에서 선보인 강렬한 레드 스트라이프 슈트가 대표적인 예다. 셔츠 역시 동일한 레드 컬러를 택해 세련된 분위기를 물씬 드러냈다. 프랑스 지베르니에 위치한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집에서는 짙푸른 블루 톤 슈트로 풍경과 명료한 대비를 이루기도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형광 옐로 컬러로 차려입은 거리의 신은 또 어떤가. 장식은 줄이되 원색의 화려한 컬러를 선택하는 대담함을 잃지 않았다. 이제는 에밀리의 주특기가 된 패턴과 컬러의 대격돌도 여전히 남아 있다. 첫 장면에 등장한 카페 신에서는 눈이 시린 그린 점프슈트에 핑크색 크롭트 카디건을 믹스 매치하는 과감함으로 기대를 높였다. 강렬한 체커 보드 패션으로 독보적인 패션 취향을 드러낸 차림들도 눈을 즐겁게 한다. 이탈리아 로마로 넘어간 에밀리의 스타일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오드리 헵번의 대표작 '로마의 휴일’을 오마주한 세련되고 사랑스러운 룩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디자이너 해리스 리드와 패션 하우스 니나리치의 협업으로 탄생한 오트쿠튀르 드레스는 그가 이번 시즌 가장 특별한 의상으로 꼽을 정도로 색다르다. 사실 패션을 제하고는 이전 시즌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스토리 전개와 뻔한 설정으로 이렇다 할 긍정적인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시즌 4.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 될까? 에밀리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혹여나 시즌 5가 제작되지는 않을까? 이야기야 어찌 됐든 주인공 에밀리가 선사하는 패션 판타지를 좀 더 길게 음미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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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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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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