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위기 오면 투입한다"던 구영배 사재는 어디에

CBS노컷뉴스 김구연 기자,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2024. 10. 1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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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2018년 '이베이'에 큐텐 재팬 '3300억원' 매각
당시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가 큐텐 본사 지배
G마켓 매각으로 700억 벌고 큐텐 재팬도 매각했던 구영배
자산 규모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어…버진 아일랜드 회사 청산설
"구영배, 사재로 해결한다더니…위기 때 1천억이면 막을 수 있었다"
연합뉴스


피해업체 4만 8천개를 양산했던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되는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의 사재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구 회장의 재산을 수백억원대로 추정하고 있으나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큐텐그룹 내부에서는 구 회장이 그간 정산 지연 상황이 예견될 때마다 '위기 상황이 닥칠 경우 사재라도 투입해서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경영진들을 안심시켰는데, 정작 티메프가 법원의 회생 절차를 밟는 순간까지도 구 회장이 별다른 대책을 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ebay)는 2018년 5월 '큐텐 재팬'을 인수했다. 큐텐 재팬은 구 회장이 이베이와 2010년 합작해 싱가포르에 만든 법인 '지오시스(큐텐의 전신)'가 지분 100%를 소유했던 자회사다.

이베이는 큐텐 재팬 지분을 인수하면서 보유하던 지오시스 지분을 포기하고, 그에 더해 3억 600만달러를 지불했다. 2018년 5월 평균 환율(달러당 1080.5원)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약 3300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이베이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한 서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제공


눈여겨 볼 점은 싱가포르 법인 지오시스의 모회사다. 큐텐 재팬 매각 당시 '지오시스 홀딩스'라는 페이퍼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가 지오시스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다. 조세 회피처로 알려진 버진 아일랜드(영국령)에 있는 지오시스 홀딩스의 지분 55%는 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 버진 아일랜드의 지오시스 홀딩스는 청산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공식 발표나 문건 등을 통해 정확하게 확인된 바는 없다. 만약 지오시스 홀딩스 청산 과정에서 주주들 사이 수익을 분배했다면 큐텐 재팬 매각 대금 등의 행방을 찾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6년 전 큐텐 재팬 매각 대금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구 회장의 사재가 큐텐그룹 투자자나 그룹 경영진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구 회장의 정확한 사재 규모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다. 구 회장이 과거 지마켓을 매각하면서 700억원대의 큰 돈을 벌었고, 큐텐 재팬까지 매각하면서 천억대 자산가로 성장했다는 설이 돌았다. 일각에선 반대로 티메프 사태 발생 후 구 회장이 보유하던 큐텐익스프레스 등 회사 지분을 모두 잃고 70억원 상당의 90평대 반포자이아파트도 가압류되는 등 빈털터리 신세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티메프 핵심 관계자는 "구 회장이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이나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위시'를 인수하는 등 무리한 해외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내부에선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럴 때마다 구 회장이 '상황이 많이 어려워 위기가 오면 사재를 넣어서 해결하면 된다'고 말하며 안심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티메프가 지난 7월 판매 대금을 정산하지 못했을 때 위기를 막을 수 있던 돈이 1천억원 안팎"이라며 "구 회장이 평소 말했던 것처럼 사재를 투입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구 회장은 CBS노컷뉴스에 "큐텐을 시작하고 계속 투자만 했으며 큐텐 재팬 매각 때도 제 지분은 매각하지 않았다. 큐텐 재팬 매각 대금은 큐텐 본사(싱가포르)로 들어왔다"며 "지금까지 전혀 수익을 실현한 것이 없으며 지마켓 매각으로 번 돈의 대부분도 큐텐에 (재)투자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구 회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티메프의 자금 일부가 조세회피처 등 해외법인 등을 통해 사업과 무관한 곳으로 흘러갔는지 등 자금 흐름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큐텐 재팬 매각 대금의 행방이 드러날지도 관심이 쏠린다.

구 회장은 1조 5900억원 상당의 물품 판매 등 관련 정산대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티몬·위메프에 6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인수대금 등으로 티몬·위메프 자금 671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는다.

구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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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구연 기자 kimgu88@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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