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논술에 ‘이 작품’ 무조건 나온다”…사교육 마케팅에 이용된 ‘한강 노벨상’

서점에 진열된 한강 작가의 저서들. [사진 =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예가 사교육 마케팅에 활용돼 논란이다. 내년 대학교 입시에 한강 작품이 출시될 가능성이 크고 문항 난이도가 올라갈 것이라며 수험생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15일 뉴스1에 따르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 한강의 저서를 다루고 있다고 홍보하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한강의 작품이 포함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독서·논술 학원이 대거 등장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A학원은 홈페이지에 “우리 학원은 2021년부터 한강의 작품 ‘소년이 온다’를 필독서로 지정해 운영해 왔다”며 “(대입) 대비가 필요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B학원은 네이버 블로그에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대입 논술에 한강 작품이 출제될 게 아주 유력하다”며 “출제 예상 도서를 파악하는 건 아주 중요하다”고 적었다.

한강의 작품이 난해하다며 독후감 작성과 해설 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학원도 있었다. 심지어 문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 국어 시험 수준이 올라갈 수 있다고 조기 사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충우 기자]

그러나 전문가들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불필요하고 부정확한 정보가 학생들로 하여금 독서에 대한 반감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매우 큰 업적이고 수능이든 논술이든 시험에서 그의 작품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학생들이 사교육을 통해 작품을 접한다고 해서 나중에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고 평소에 문학 작품 등 책을 꾸준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문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가 생긴 시점에 이를 사교육 업체에서 이익을 위해 홍보 수단으로 삼는 것은 학부모에게 불필요한 정보를 줄 위험성이 있다”며 “학원 지도 권한이 있는 교육청에서 꾸준히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