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역대 대통령 첫 기소 불명예…트럼프, 대권 가도 '타격' [뉴스 투데이]

박영준 2023. 3. 3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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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마녀사냥” 강력 반발
백악관 기밀자료 반출 의혹 등
사법리스크 줄이어 타격 클 듯
일각 “지지층 더욱 결집” 전망
유죄 선고돼도 대선 출마 가능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이자 공화당의 유력 차기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30일(현지시간) 기소되면서 정치 생명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장 자신이 정치적 ‘마녀 사냥’의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전·현직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기소를 당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와 향후 이어질 법정 공방으로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피의자 식별용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찍고, 심지어는 수갑을 차고 체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정치적 핍박을 받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수갑을 차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선 후보로서의 이미지 추락 역시 불가피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가 그를 줄곧 따라다녔던 성 추문과 연관됐다는 것 역시 악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전직 성인물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퍼니 클리퍼드)의 혼외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지급한 뒤 이를 트럼프그룹 돈으로 변제해주는 과정에서 ‘법률 자문 비용’으로 꾸며 뉴욕주 법률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선거자금법 위반 등 무거운 범죄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을 받는 중이거나 심지어 유죄 선고를 받더라도 대선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고 CNN방송 등 외신들은 전했다. 1920년 사회당 유진 데브스 후보가 옥중 출마해 90만표 이상 얻은 전례도 있다.

하지만 이번 기소가 사법 리스크의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 기밀자료를 무단 반출한 혐의와 2021년 1·6 의회 폭동 사태를 선동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특검 수사를 받는 중이다.
둘로 갈라진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과 관련해 30일(현지시간) 기소된 직후 뉴욕 맨해튼 법원 앞 공원에 ‘트럼프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펼쳐지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자택 인근에서 지지자가 그의 내년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깃발을 들고 응원을 보내고 있다. 뉴욕·팜비치=EPAAFP연합뉴스
이 밖에 조지아주 애틀랜타 풀턴카운티지검은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브래드 래펀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고 종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기소를 검토 중이다.

공화당 지지층 내 강력한 지지를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지만 이번 기소와 이어질 사법 리스크를 고려하면 대선 본선 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소를 계기로 신·구 정권의 대립 구도가 강화되면서 트럼프 지지층이 더욱 결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내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부터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파괴하기 위한 마녀 사냥을 벌여 왔다. 이 마녀 사냥은 조 바이든(현 대통령)에게 엄청난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AP연합뉴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번 기소를 끌어낸 민주당 소속 앨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지방검사장을 겨냥해 “미국 국민은 이런 부당함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원은 브래그와 그의 전례 없는 권력 남용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층이 재판이 열리는 뉴욕 등에서 1·6 의회 폭동 사태와 같은 격렬 시위를 벌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기소가 무리한 기소라는 지적도 있다. 사실상 경범죄에 해당하는 기업 문서 조작 사건이 선거자금법 위반 등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기소에 법률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판부가 공소를 기각할 수 있고,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평결이 내려질 수도 있는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정치적으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혐의가 기업 문서 조작에 그친다면 최대 4년형에 처해질 수 있으나, 혐의 경중을 봤을 때 초범에게 징역형을 내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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