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로 폭탄 설치' 낙서 누가 썼나... "거리 나앉게 된 피해자"

장수현 2024. 9. 2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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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오피스텔에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다며 폭탄을 설치했다고 낙서한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남성은 전세사기 피해자로, 최근 살던 집에서 내쫓길 처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날 오후 4시쯤 오피스텔 벽면에 "전세사기 피해의 집, 나는 영원히 여기 있다. 촉발식 폭탄 설치, 건들지 마"라고 낙서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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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오피스텔에 "폭탄 설치, 건들지 마" 낙서
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 "작성자, 피해자 맞아"
"최근 집 매각돼 '비워달라' 독촉…심리적 고통"
지난 21일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의 한 오피스텔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낙서가 생겨 입주민 5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다며 폭탄을 설치했다고 낙서한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남성은 전세사기 피해자로, 최근 살던 집에서 내쫓길 처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오피스텔 낙서 사건의 전말을 알렸다.

앞서 21일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미추홀구 도화동의 한 오피스텔 내에 낙서를 한 남성 A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했다. A씨는 이날 오후 4시쯤 오피스텔 벽면에 "전세사기 피해의 집, 나는 영원히 여기 있다. 촉발식 폭탄 설치, 건들지 마"라고 낙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폭탄을 설치했다는 문구에 입주민 5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지만, 경찰 수색 결과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건은 발견되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A씨에 대해 "(전세사기) 피해자인 게 맞다"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해당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계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분이 일반 전세대출을 갖고 계시다가 (전세사기)특별법이 나오기 전에 신용대출로 갈아타신 것 같더라. 저리 대환이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라 계속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경매로 (A씨가 사는 집이) 매각이 됐다. 그래서 낙찰꾼한테 집을 비워달라고 독촉 전화를 받고 문서도 받아 심적으로 굉장히 힘드신 상황이었다"며 "거리에 나앉아야 하는 상황에 몰려 (이런 돌발행동을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낙찰꾼 협박에 심적으로 몰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가 지난 5월 2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공포 촉구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안 위원장은 전세사기로 경매에 나온 물건만 낙찰받아 세를 주거나 되파는 '낙찰꾼'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낙찰을 받으면 기간이 있다. 잔금을 치르기까지 한 달 정도 소요되고, 서로 원만히 협의를 해야 한다"면서 "(낙찰꾼은) 낙찰받자마자 '집 나가라', '안 나가면 명도소송 할 거고 거기에 추가되는 비용들 다 본인한테 부담시킬 거다' 협박을 해서 사람들이 심적으로 몰리게 된다"고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주택 경·공매의 유예 및 정지를 신청할 수 있지만 "받아주는 경매계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고 (신청을) 받아준다 하더라도 한 달 후 바로 재개될 수 있다 보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안 위원장은 1심에서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받았다가 지난 8월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받은 인천 '건축왕' 판결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건축왕' A씨와 부동산 중개업자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미추홀구 일대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보증금 148억 원을 세입자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 액수 148억 원 중 68억 원만 인정했다. 또 A씨의 공범 9명은 2022년 5월에야 A씨의 재정 악화 사실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고, 이후에 보증금을 받은 사례만 유죄로 인정했다.

안 위원장은 "(A씨가) 건축주랑 부동산 중개인이랑 다 짜고 (세입자들을) 속였는데도 사기가 아니라고 판결을 해준 것"이라며 "판결을 듣는데 너무 어이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5월 이후에야 직원들이 알았다는 거지만 5월 이전에도 충분히 경매가 진행되며 사람들이 쫓겨나고 돈을 못 받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 측 주장만 그대로 다 들어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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