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먼저 보는 사람, 학교의 리더

기호일보 2026. 6. 1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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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 교장·수필가
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 교장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 미국 저널리스트의 이 한마디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경의 장벽은 낮아지고 정보는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삶과 일하는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세상은 쉼 없이 움직인다. 프리드먼이 말한 '평평한 세계'란 누구나 세계 시장에 참여할 수 있고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경쟁의 무대가 지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된 시대를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제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 돼야 한다.

오늘날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변화의 속도다. 과거에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평생의 자산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식은 빠르게 변하고 직업은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진다. 미래 사회는 단순한 기능인을 요구하지 않는다.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평생학습자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학교는 더 이상 정답을 암기시키는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질문하고 탐구하며 서로 협력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배움의 공동체가 돼야 한다. 교육의 목표도 시험 점수를 높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생 각자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미래를 준비하도록 도와야 한다.

싱가포르의 교육 혁신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오래전부터 '적게 가르치고 더 많이 배우게 하라(Teach Less, Learn More)'는 교육 철학을 실천해 왔다. 이는 교사가 덜 가르치라는 뜻이 아니다. 학생들이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더 의미 있게 배우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히 빅토리아 스쿨의 사례는 미래 교육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이 학교는 정답을 외우게 하기보다 이해하고 적용하도록 가르친다. 교실은 일방적인 강의 공간이 아니라 토론과 협력이 이뤄지는 학습 공간으로 변화했다. 학생들은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 속에서 배움을 완성해 간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학교 리더십이 있다. 학교의 미래는 건물의 규모나 시설의 화려함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학교를 이끄는 지도자의 비전과 철학이 미래를 만든다. 현 시대의 학교 리더는 관리자가 아니라 변화의 촉진자여야 한다. 교사들이 창의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다. 훌륭한 학교는 학생의 현재 성적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본다. 훌륭한 리더는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성장하도록 돕는다. 학교는 성적표에 기록되지 않는 재능과 꿈까지도 소중히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모든 아이들은 발견되고 양육되며 계발돼야 할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교육의 본질을 가장 잘 설명해 준다. 우리는 종종 점수와 성과를 얘기하지만 교육은 결국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학생들의 머리뿐 아니라 가슴을 성장시키고 미래를 향한 희망을 심어 주는 일이다.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그 미래를 살아갈 준비가 돼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교육의 사명은 변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그들이 자신만의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학교 리더십이 끝까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이다. 결국 좋은 학교는 현재를 관리하는 곳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다. 그리고 좋은 학교의 리더는 오늘의 성과보다 내일의 꿈을 먼저 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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