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식사제한, 섭식 장애 위험 높인다”

“우울·불안·긴장감을 ‘먹는 것’으로 보상하거나 해소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졌어요. 폭식, 감정적 섭식, ‘먹토(먹고 토하기)’와 같은 식이장애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장승용 ‘합정꿈정신과’ 원장은 리얼푸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젊은 층의 식이장애 증가를 우려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그는 인하대학교 병원에서 전공의를 수료하고, 2023년 병원을 설립해 원장직을 맡고 있다.

장승용 합점꿈정신과 원장

서울 마포구 합정동 병원에서 만난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 자료부터 보여줬다. 실제 식이장애를진단받은 환자는 2018년 8517명에서 2023년 1만3129명으로 54% 증가했다. 10명 중 8명은 여성 환자였다. 하지만 병원에 가지 않은 숨은 환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장승용 원장은 “불과 5년 사이에 식이장애 환자가 빠르게 증가했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배달 음식 주문이 늘면서 감정 문제를 음식으로 쉽게 메꾸려는 성향이 강해졌다”고 했다.특히 ‘먹토’는 예상보다 위험한 행동이다. 장 원장은 “몸의 전해질 균형이 깨지면서 쇠약감·두통·치아 부식 등의 문제가 생기고, 심각한 경우 심장에 무리가 가서 심근경색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얼굴 형태가 변하기도 한다. 토하기를 반복하면, 턱 주변의 침샘 부위가 불룩 튀어나오는 ‘침샘 비대증’이 생길 수 있다. 장 원장은 환자들에게 이러한 심각성을 알려줘도 증상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고 했다. ‘먹토’는 체중증가를 막으려는 목적뿐 아니라, ‘신체 자해’라는 심리적 의미도 포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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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식이장애와 심리는 상호작용을 하며 연관돼 있다는 것이 그가 강조한 부분이다. 우선 극단적인 다이어트 등의 식이장애가 심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장 원장은 “극심한 다이어트를 지속하는 여성은 우울·불안증의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다”며 “이는 뇌의 생화학적 균형을 무너뜨리고, 심리적으로 통제 실패와 고립감을 불러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과도한 ‘음식 제한’의 경험이 우리 몸과 정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입증한 연구도 소개했다.

결과는 기자의 예상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1950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연구진 실험에 따르면, 150명의 건장한 남성에게 첫 3개월은 평소대로 식사하게 하고, 이후 6개월은 음식을 반으로 줄이게 했다. 그 뒤 3개월은 다시 평소 식단을 먹게 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식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식욕 증가를 호소했다. 하루 종일 음식 이야기만 하고, 음식에 관한 꿈도 자주 꿨다. 1년 후엔 초반보다 폭식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감정 상태도 변했는데, 초조함과 불안감이 커졌다. 자신이 먹던 식단으로 돌아왔어도, 음식을 제한한 경험이 ‘음식 집착’을 만든 것이다.장 원장은 “식사를 무리하게 제한하는 것

은 신체와 정신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최근 ‘1끼 식사’와 ‘간헐적 단식’의 유행으로 식사량을 극도로 제한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최소 2끼는 먹는 것이 좋다”고 권고 했다.

특히 극단적으로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그는 “기분 조절에 중요한 세로토닌은 탄수화물이 줄어들면 합성이 방해돼 우울·짜증·충동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도 올라가 불안감,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며 “뇌의 주 에너지원인 포도당 부족으로 집중력과 판단력의 저하 등 뇌 안개(Brain fog)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거꾸로 스트레스·우울·불안 등의 심리 문제가 식이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우울증의 경우 식욕이 감소한다고 여기기 쉬우나, 오히려 과도하게 먹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실제 우울증의 진단 기준에는 식욕 변화가 포함돼 있다.장 원장은 “우울증이 생기면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가 저하되는데, 이는 ‘식욕’과 ‘충동 조절’에 영향을 미친다”며 “도파민 회로가 망가지면, ‘먹는 쾌락’에 쉽게 중독되고 포만감을 느껴도 멈추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우울증 환자의 폭식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생물학적 문제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감정적 섭식’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는 “외로움·허무감·무기력이 느껴질 때, 여기서 잠시라도 벗어나고자 폭식이나 과식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보상은 일시적일 뿐이고, 이후 음식 집착과 이를 조절하지 못하는 죄책감, 자기비난이 생겨 다시 우울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경계했다.

장 원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식이장애가 의지 부족이나 외모 욕심이 아니라는 이해”라며 “자신을 돌보는 방식이 흔들릴 때, 그 흔들림이 음식으로 표현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