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건축 트렌드에 '200%' 부합한다는 ''40년 된 구축 아파트''

삶과 자연의 경계가 사라진 ‘가든 테라스’ 아파트의 탄생

1982년 완공된 한양가든테라스는 고(故) 김석철 건축가의 뚜렷한 철학이 녹아든 실험적 설계가 핵심이다. ‘아파트지만 단독주택 같다’는 별칭 그대로, 19세대 모두에 넓은 테라스 마당이 붙어 있어 주민마다 직접 텃밭을 가꾸거나, 새와 함께 아침을 맞고, 바비큐 파티를 여는 등 일상에서 자연을 누릴 수 있었다. 주변의 아파트가 획일적‘타워’형 구조로 도시화를 앞세웠을 때, 이곳은 마치 단독주택군처럼 생태와 공동체 감성을 지녀 건축계에 큰 울림을 더했다.

실내·외가 자유롭게 흐르는 경계 없는 주거 환경

각 가구마다 넓은 테라스와 마당을 연결한 구조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건물 내 녹지화’, ‘내 집 앞마당’ 개념과 완전히 일치한다. 매일 아침 테라스에서 물을 뿌리며 맞는 자연, 날아드는 참새와 까치, 이웃과 소소하게 나누는 싱싱한 채소. 빽빽한 고층 아파트 속에서 보기 힘든 소소한 여유와 커뮤니티를 40년 전부터 구현했다. “아파트에 살면서도 단독주택 감성을 만끽할 수 있다”는 평처럼 한국 주거문화의 한계를 깨트린 흔치않은 케이스였다.

오래된 아파트 설계가 최신 주거 트렌드로 귀환한 이유

최근 글로벌 건축계에선 ‘녹색 마당 주거’, ‘집 안의 자연’, ‘로컬 커뮤니티’가 최대 화두이다. 유럽, 일본, 동남아 주요 신축 단지마다 테라스, 루프가든, 복층 마당을 접목시키는 이유도 ‘환경가치’와 ‘삶의 질’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한양가든테라스는 이보다 40년을 앞서 직접 마당과 녹지 공간, 커뮤니티 상생을 아파트에 반영했다.

오늘날 수도권, 지역 신축단지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라도 녹지조경에 열을 올리는 것 역시 이와 맞닿아 있다. 가든테라스의 실험은 ‘유행’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거주 본질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상가, 병원, 생활 인프라—슬리퍼 신고 모두 누리는 완전한 복합 주거

생활의 혁신은 단순히 집 구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아파트는 지하 1층부터 2층까지가 상가·의원 등 편의시설로, 지상층은 모두 주거로 구성된 ‘리얼 주상복합’이었다. 현대 건축의 미래형 복합단지 아이디어를 이미 실현했던 셈이다. 입주민은 슬리퍼 한 켤레만 있으면 집 근처 병원, 상점, 커피숍까지 모두 들를 수 있는 진정한 ‘워킹 라이프’를 현실화했다.

게다가 도심 역세권과 가깝게 설계돼 자동차 없이도 여유로운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이 점 또한 최근 도시재생과 저탄소 친환경 교통 트렌드에 완벽히 부합한다.

사업성보다 ‘삶의 질’을 택한 건축가의 선택

한양가든테라스의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바로 ‘사업성’보다 ‘철학’을 택한 시도였다. 68평, 84평 대형 평면과 넓직한 테라스, 도심 속 저밀도 배치 등은 당시 부동산 수익성 측면에선 몹시 불리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김석철 건축가와 건축주는 오히려 이를 통해 입주민의 삶의 질, 커뮤니티, 생태적 감수성을 최우선에 두었다. 이는 현재 주거계의 ‘웰빙 라이프’, ‘지속가능성’, ‘로컬 커뮤니티’라는 미션과 절묘하게 닮아 있다.

시대 앞섰던 시도, “재건축 앞두고 더 빛난다”

비록 더 이상은 볼 수 없는 아파트가 되었지만, 가든테라스의 설계 철학과 공간적 가치가 재건축 직전 오히려 최고로 재평가되고 있다. 건물 내부의 녹지와 마당을 강조하고, 다양한 주거유형과 커뮤니티를 품으려는 최신 개발 흐름이 “가든테라스식 아파트”로 돌아온 것. 실제 해당 단지는 ‘한국 대표 건축 유산’에 올릴 만한 주거실험으로 꼽히며 전국 신축단지, 건축공모의 영감이 되고 있다.

40년이 흘러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혁신적 주택패턴, 사업성보다 거주민의 삶을 위한 철학적 선택, 실내와 자연, 이웃과 내가 하나되는 공간 배치. 대구 한양가든테라스가 한국 주거건축사에 남긴 가치는, 오늘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 주거의 미래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최신 아파트가 따라하고 싶어하는 거주 본질과 공간적 다양성의 모범, 이곳에서 이미 40년 전에 시작된 실험은 앞으로 더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