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타일]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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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학교에서 이런 것 하나 배우지 못했을까요?" 얼마 전 불법 사금융 피해자를 인터뷰할 때 들은 말이다.
인터뷰한 스무 살 청년은 은행을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사회로 나온 직후 그는 우리 사회에서 '성인'으로 취급받았지만 청소년기에 은행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빚이 어떤 의미인지,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사기인지 배우지 못했다.
전 연령 평균 점수 66.8점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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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학교에서 이런 것 하나 배우지 못했을까요?” 얼마 전 불법 사금융 피해자를 인터뷰할 때 들은 말이다. 피해자는 스무 살에 ‘작업 대출’과 ‘내구제 대출’ 사기를 경험했다. 필요했던 돈은 겨우 200만원 남짓이었지만, 갚아야 할 돈은 1000만원이 넘었다. 결국 어머니가 모아둔 돈으로 메웠다.
인터뷰한 스무 살 청년은 은행을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모르고 무지했다며 스스로를 탓했다. 위기 가구를 위한 정책금융이 있고, 사회시스템에 구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사회로 나온 직후 그는 우리 사회에서 ‘성인’으로 취급받았지만 청소년기에 은행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빚이 어떤 의미인지,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사기인지 배우지 못했다.
2020년 한국은행이 실시한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100점 만점에 64.7점으로 나타났다. 전 연령 평균 점수 66.8점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복리 개념(39.6점), 신중한 구매(51.6점), 평소 재무상황 점검(43.8점) 등의 점수가 낮았다.
같은 세대 내에서도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금융이해력이나 금융 활용의 풍경이 달라진다. 가정과 주변 환경에 따라 금융 교육의 격차는 벌어지고, 그 격차가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의 격차까지 벌린다면 이것은 공적으로 논의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청년이 겪는 부채 문제, 불법 사금융 문제(〈시사IN〉 제780호 ‘사채의 늪은 여기서 시작된다’ 기사 참조)는 금융이해도와 연관된 문제이기도 하다.
취약계층의 부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치권은 ‘빌려주는 돈을 늘리자’는 결론을 내놓는다. 햇살론 같은 각종 정책금융을 확대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발생하는 빚 문제는 금융이해도의 격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초중고 교육과정에 금융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 교육과정이 반영되는 시점은 빨라도 2025년부터다. 청소년뿐 아니라 사회 초년생을 위한 각종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에 더 적극적인 사회적 투자가 시급하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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