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온스타일, 블랙아웃 '신호탄'... 송출수수료 갈등에 도미노 시작되나

CJ온스타일이 케이블TV 3사(딜라이브·아름방송·CCS충북방송)에 대한 블랙아웃을 현실화한 가운데 이러한 기조가 확산될 경우 케이블TV 사업자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 제공=CJ온스타일

송출수수료 협의에서 난항을 이어온 CJ온스타일과 케이블TV 3사(딜라이브·아름방송·CCS충북방송)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송출중단)이 현실화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홈쇼핑 업계 전반에 이 같은 사태가 번질지 주목된다. 홈쇼핑사업자는 케이블TV의 영향력이 축소돼 수수료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송출수수료 의존도가 높은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쉽사리 갈등이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5일 CJ온스타일에 따르면 회사는 6일 0시부터 딜라이브·아름방송·CCS충북방송 등 케이블TV 3사에 대한 송출을 중단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송출수수료 협상 기간에 대가산정 고려 요소를 반영해 딜라이브, 아름방송, CCS충북방송과 협의했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6일 0시부터 송출을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좁힐 수 없는 입장차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사업자가 유료방송사업자에 지급하는 일종의 채널사용료다. 이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는 해마다 수면 위로 떠올랐으나 올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블랙아웃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행까지 이어진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CJ온스타일은 이미 지난해 LG헬로비전에 블랙아웃을 통보한 바 있다. 같은 시기 현대홈쇼핑은 KT스카이라이프와 LG헬로비전에, 롯데홈쇼핑도 딜라이브 강남케이블TV에 각각 송출중단을 알렸다. 다만 이때는 통보 이후 협상에서 합의하며 실제 블랙아웃까지 치닫지는 않았다.

해가 갈수록 갈등이 심해지는 것은 양측 모두 수익이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계는 이커머스를 비롯한 여타 플랫폼과의 경쟁으로 수수료 지급 여력이 줄어들었고, 이런 홈쇼핑사의 수수료에 사실상 의존하는 SO는 더 이상 홈쇼핑 측의 수수료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홈쇼핑 7개 법인(GS샵·CJ온스타일·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쇼핑·홈앤쇼핑·공영홈쇼핑)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5조5577억원으로 전년(5조8721억원) 대비 5.4% 줄었다. 이 중 송출수수료의 비율은 71%에 달했다. 전체 영업이익 역시 3270억원으로 전년(5026억원) 대비 34.9% 감소했다.

반면 홈쇼핑 업계의 송출수수료는 지난 10년간 1조원 가까이 늘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2013년 1조374억원 수준이었던 송출수수료는 지난해 1조9375억원까지 치솟았다.

IPTV에 밀리며 좁아진 SO 입지

IPTV(노란색)와 SO(보라색)의 지난 10년간 송출수수료 매출 추이 /자료=한국TV홈쇼핑협회

SO 역시 물러설 곳은 없는 처지다. 여기에는 송출수수료 대부분을 SO가 아닌 IPTV가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한몫 한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IPTV가 거둬들인 송출수수료는 1조5404억원으로 케이블TV가 받은 7318억원의 2배를 웃돌았다.

송출수수료 규모는 케이블TV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7000억원대에 머무르며 오히려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IPTV는 1754억원에서 1조5404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하지만 이는 가입자 수에 비례한 수치라는 점에서 SO의 경쟁력 약화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올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3630만명 가운데 IPTV가 2107만명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SO는 1241만명으로 34.2%에 그쳤다.

TV 시청인구 감소라는 공통된 현상으로 유료방송사업자의 주도권은 IPTV에 완전히 넘어간 상황이다. CJ온스타일을 시작으로 SO에 대한 블랙아웃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롯데홈쇼핑 역시 SO인 딜라이브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대가검증협의체 구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GS샵도 SO와의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홈쇼핑 업계의 한 관계자는 “SO의 최근 5년간 평균 취급액과 가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며 "홈쇼핑 업계와 케이블TV 업계 모두 어려운 상황임은 맞지만 특히 케이블TV는 발전하려는 의지보다 송출수수료에 기댄 채 사업을 이어오는 구조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