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백기사' 만나는 고려아연, 내달 트라피구라와 회동
막강 자본력 앞세워 고려아연 백기사 등판 전망
승기 잡은 MBK에는 '중국 매각설' 여전히 논란
금감원, 불공정거래·시세조종 여부 본격 조사
영풍·MBK 연합과 경영권을 놓고 분쟁중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글로벌 기업 트라피구라의 회장과 회동한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트라피구라가 최 회장의 막바지 총력에 백기사로서 힘을 보탤지 주목된다.
트라피구라, 최윤범 백기사로 나서나
트라피구라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다. 세계 최대 원자재 중개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액 규모는 약 335조원(2443억달러)에 달한다. 고려아연과는 원료 구매 등 사업 영역에서 오랜 시간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트라피구라는 지난 2022년 고려아연 자사주를 2천억원에 매입하며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 중이다. 시장에서 트라피구라를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는 배경이다.
트라피구라는 지난해 11월 고려아연의 자회사 켐코와 1850억원 규모의 올인원 니켈 제련소 투자 협약을 맺고, 추가로 연간 2만~4만톤의 니켈 원료를 조달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하면서 고려아연과의 협력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과 제레미 위어 회장이 이번 회동에서 자사주 매입이나 지분 교환 등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한 뒤 이를 곧장 실행에 옮길 것으로 내다본다. 트라피구라 입장에서도 그동안 추진해온 지분 투자나 다각도의 협력을 고려할 때 최 회장을 비롯한 현재 경영진의 교체는 사업 불확실성을 높이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매각설에 금감원 조사까지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인수하면 추후 중국 등 해외에 매각할 수 있다는 여야 의원들의 우려가 일제히 쏟아졌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MBK가 인수한) 사례를 보면 싸게 사서 배당으로 빼가고 매각하는 잘못된 특성을 보여주는데 신뢰할 수 있겠냐"며 "세계 1위 제련기술이 중국 등 다른 나라로 팔리면 심각한 국부 유출이 될 수 있고 국내 다른 기업도 타격을 받아 국가 경제까지 휘청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K가) 기업 인수 당시에는 구조조정이 없다고 하지만 여러 사례를 보면 있었다"며 "과거 ING생명을 인수하고 6개월 만에 임원 32명 중 18명이 나갔고, 일반직원의 30% 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끝나고 다음날인 15일 양측을 상대로 본격적인 회계 심사에 착수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투자주식 손상이나 충당부채 등 의혹을 들여다보고, 회계처리기준 위반 등 문제가 포착되면 감리조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잖다.
영풍·MBK 연합 공개매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의혹도 조만간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전날 최 회장 측은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당시 시세조종이 의심된다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풍·MBK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고려아연 주가는 오전부터 꾸준히 상승하면서 오후 1시12분에 이날 최고가인 82만원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주가는 최고가를 찍고 2시간 만에 이날 최저가인 77만9천원까지 폭락했다. 결국 주가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했음에도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1천원 감소한 79만3천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고려아연은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시세조종 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당시 고려아연 주가가 최고가를 찍은 이후 특정 시간대에서 수차례 매도량이 급증한 점을 미뤄봤을 때 의도적으로 특정 세력이 주가를 끌어내리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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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yj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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