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또 올랐다…소비자 ‘삼겹살’ 부담 더 커진 이유

봄철이면 가족들과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일이 많아진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삼겹살이나 목살을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하지만 요즘 고깃집에서 메뉴판을 보면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삼겹살 1인분 2만원'은 이제 낯설지 않은 가격이 됐다. 실제로 최근 들어 돼지고기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르면서 외식은 물론 장보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 달 새 도매가 10% 가까이 급등… 도대체 왜 오르나

1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지난달에만 9.5% 올랐다. 탕박 기준으로 1㎏당 5803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500원 넘게 뛴 수치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무려 11.8%나 오른 셈이다. 지난달 25일에는 6152원까지 치솟아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가격이 오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공급 부족이다. 돼지는 계절에 따라 번식량이 달라진다. 보통 여름철이 되면 고온 스트레스로 인해 교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이렇게 태어나지 못한 새끼는 10~11개월 뒤 출하 시기에 영향을 준다. 결국 지난해 여름 무더위가 올봄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3월 도축된 돼지 수는 156만~160만 마리로, 작년 같은 달 170만 마리보다 줄었다.
여기에 환율 문제도 한몫했다. 수입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공급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이다. 3월 수입량은 3만9567t으로, 전년 동기보다 26.7% 줄었다. 작년 3월 평균 환율이 1330원대였던 것과 달리, 올해는 1456원을 넘겼다. 이처럼 고환율은 수입 물량을 줄이고, 결국 전체 공급에 영향을 미쳤다.
소매가도 덩달아 상승… 삼겹살 외식 부담 커진다

문제는 도매가 인상이 소비자 가격에도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월 기준으로 돼지고기 소비자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6.5% 올랐다. 삼겹살 가격도 올랐다. 외식 시 삼겹살 가격은 같은 기간 1.8% 상승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참가격 사이트를 보면, 3월 서울 기준 삼겹살 200g 가격은 2만276원이다. 작년보다 1.48% 높은 수준이다. 삼겹살이 2만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5월이 처음이다. 그 이후 계속해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가격이 단순히 고깃집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공식품에도 파급된다. 특히 햄, 소시지 같은 제품의 원재료는 주로 수입산 돼지고기다. 수입 가격이 오르면 가공식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돼지고기는 주로 햄 같은 제품에 쓰인다”며 “수입가가 오르면 즉시 가격에 반영된다”고 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이날부터 올해 말까지 돼지고기 뒷다리 1만t에 대해 할당관세를 0%로 적용한다. 하지만 삼겹살 같은 인기 부위는 빠졌다. 결국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브라질 등에서 수입되는 돼지고기도 여전히 25% 관세를 적용받는다.
가격 하락은 언제쯤?… 6월부터 생산량 늘어날 가능성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오르기만 하는 건 아니다.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6월부터는 공급량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 돼지는 보통 겨울에 교배를 많이 하고, 이 시기엔 출하량이 늘어난다. 지난해 말부터 교배가 잘 이뤄졌다면, 올해 여름쯤엔 공급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또 한 가지는 소비 감소다. 물가 부담으로 외식 수요가 줄면, 이런 흐름에 따라 가격도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요인이 실제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가공식품에 쓰이는 수입산 가격이 고환율로 계속 오르면, 제조사들이 가격을 올릴 명분을 갖게 된다. 이는 간접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이어지게 만든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선 당분간 삼겹살이나 가공식품 가격이 쉽게 내려가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단기 대응 외에도 장기적인 공급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처럼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에선 계절적 변수 하나로도 물가가 출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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