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14] 손흥민은 네 번째, 누군가는 첫 번째… 대한민국 대표팀의 시간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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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아웃 뉴스]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같은 월드컵은 아니다.

손흥민에게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네 번째 월드컵이다.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를 지나 다시 월드컵으로 간다. 처음에는 막내에 가까웠고, 지금은 주장이다. 대표팀의 얼굴이고, 상대 수비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이름이다.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르다. 이번 명단에는 월드컵을 처음 맞는 선수들이 있다. 훈련장 공기, 경기장 소음, 첫 경기 전날의 긴장까지 모두 처음이다. 손흥민이 네 번째 장을 넘기는 동안 누군가는 첫 줄을 쓴다.

손흥민의 월드컵 본선 기록은 10경기 3골이다. 안정환, 박지성과 한국 선수 월드컵 최다골 공동 1위이며, 1골을 추가하면 단독 1위가 된다. 자료=FIFA

이 대비가 이번 대표팀을 흥미롭게 만든다. 한국 축구는 단순한 세대교체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이재성처럼 큰 무대를 겪은 축이 있다. 그 옆에는 오현규, 옌스 카스트로프, 이기혁처럼 이번 대회에서 자기 이름을 다시 증명해야 할 얼굴들이 있다.

홍명보 감독의 선택도 이 지점에 닿아 있다. 익숙한 이름만 붙잡지 않았다. 새 얼굴만 밀어 넣지도 않았다. 월드컵은 실험장이 아니다. 너무 안전하게만 가면 한계를 넘기 어렵다. 이번 명단은 익숙한 이름과 새로운 얼굴을 함께 담았다.

손흥민의 시간은 특별하다. 그는 이미 한국 축구의 기록 안에 들어가 있다. A매치 142경기 54골. 월드컵 본선에서는 10경기 3골을 넣었다. 안정환, 박지성과 함께 한국 선수 월드컵 최다골 공동 1위다. 이번 대회에서 한 골을 더 넣으면 혼자 맨 위로 올라선다.

기록보다 먼저 보이는 것은 책임이다. 손흥민은 지난 월드컵에서 안와골절 뒤 마스크를 쓰고 뛰었다. 몸이 정상이 아니어도 대표팀을 떠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다른 압박을 안고 간다. 네 번째 월드컵이라는 말 안에는 오래 버틴 선수만 아는 피로와 무게가 함께 들어 있다.

최근에는 골 감각을 두고 걱정도 나왔다. 손흥민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몸 상태가 좋고, 월드컵을 위해 골을 아껴둔 것일 수도 있다는 농담으로 받아넘겼다. 가벼운 말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는 베테랑의 여유가 있다. 조급해 보이지 않는 선수는 팀에도 안정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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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와 이강인에게도 이번 월드컵은 다르다. 2022년 카타르에서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2026년에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 김민재는 수비의 기준점이다. 이강인은 공격의 리듬을 바꿀 수 있는 선수다. 둘 다 더는 어린 기대주로만 불리지 않는다. 대표팀의 성패를 함께 짊어질 위치에 섰다.

첫 월드컵을 앞둔 선수들에게는 더 잔인한 시험이 기다린다. 월드컵은 이름값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한 번의 터치, 한 번의 판단, 한 번의 실수가 선수의 대회 전체를 바꾼다. 오현규는 4년 전 예비 멤버로 대표팀과 함께했지만, 본선 명단에는 들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훈련복이 아니라 경기복을 입고 증명해야 한다.

옌스 카스트로프의 발탁도 눈에 띈다. 독일계 한국인 미드필더인 그는 한국 밖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로는 처음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축구의 폭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대표팀의 문법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최종 명단. 포지션별로 정리한 26인 엔트리다. 출처=KFA. today football Instagram

이기혁은 다른 방식으로 필요하다. A매치 경험은 많지 않지만, 왼발 센터백과 측면 수비,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카드다. 월드컵에서는 이런 선수가 중요하다. 화려하지 않아도 팀의 빈칸을 메울 수 있어야 한다. 조별리그 세 경기를 같은 방식으로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A조에서 체코, 멕시코, 남아공을 만난다. 첫 경기는 체코전이다. 이어 공동 개최국 멕시코와 맞붙고, 마지막에는 남아공을 상대한다. 이름값만 보면 죽음의 조는 아니다. 그렇다고 쉬운 조도 아니다. 멕시코는 홈 이점을 안고 뛴다. 체코는 유럽 특유의 힘과 조직력이 있다. 남아공은 예측하기 어려운 속도와 탄력을 가진 팀이다.

이번 대표팀의 관전 포인트는 분명하다. 손흥민의 마지막 장면만 볼 일이 아니다. 처음 월드컵에 나서는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대회에 적응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월드컵은 스타 한 명이 모든 걸 해결하는 무대가 아니다. 손흥민이 길을 열어도, 누군가는 그 길을 함께 뛰어야 한다.

대한민국 축구의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손흥민은 오래 버틴 세대의 상징이다. 김민재와 이강인은 지금 대표팀을 끌고 가야 할 세대다. 첫 월드컵을 맞는 선수들은 다음 4년을 열어야 할 세대다.

D-14. 대표팀의 시계는 빠르게 움직인다.

익숙한 이름과 낯선 이름이 같은 라커룸에 앉는다. 끝을 의식하는 선수와 시작을 기다리는 선수가 같은 공을 찬다. 손흥민의 네 번째 월드컵은 누군가의 첫 번째 월드컵과 함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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