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조기 탈락' 이강철호, 무거운 분위기 속 귀국 (종합)

이한주 기자 2023. 3. 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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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 / 사진=권광일 기자

[인천국제공항=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안은 이강철호가 씁쓸히 한국 땅을 밟았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006 WBC 4강 진출과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우승, 2009 WBC 준우승을 달성했던 한국 야구는 최근 분명한 위기에 몰려 있었다. KBO리그의 질적인 수준은 떨어졌으며, 2015 프리미어 12 등을 제외하면 국제대회에서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013 WBC와 2017 WBC에서 모두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펼쳐진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서도 4위에 그쳤다. 그러자 영원할 것만 같았던 팬들의 열기도 점차 식어갔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발빠르게 준비했다. '명장' 이강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으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내야수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지난해 MLB 내셔널리그(NL)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뿐만 아니라 우리와 같은 조에 속했던 나라들에 대한 전력분석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번 대회에서 지난 2009년 대회 이후 14년 만의 4강 진출을 목표로 내새웠던 한국. 그러나 한국 야구가 퇴보하는 사이 세계 야구는 어마어마한 발전을 하고 있었다. 첫 승 상대로 여겨졌던 호주에게 7-8로 일격을 당한 것.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한국은 이어진 2차전에서 수 년간 '라이벌'이라 여겼던 일본에게도 4-13이라는 굴욕적인 스코어로 대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후 한국은 체코와 중국을 각각 7-3, 22-2로 격파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결국 4전 전승의 일본을 비롯해 3승 1패의 체코에게 2라운드(8강)행 티켓을 내준 채 이날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이강철 감독 / 사진=권광일 기자


귀국 후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감독은 "죄송하다. 죄송하다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선수들과) 어제 경기(중국전) 경기 끝나고 미팅을 했다. 같이 있는 동안 준비를 잘했고 몸을 빨리 끌어올리려고 연습을 많이 했다. 선수들은 잘했다. 선수들은 계속 야구해야 하니까 나한테 다 비난해주시고 선수들에게는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대회 부진을 놓고 이강철 감독의 경기 운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투수 교체와 관련해서는 특정 투수들의 등판이 잦아지며 '혹사 논란'도 불거졌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이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투수를 몇 명 쓰는지 보시고 말씀해 달라"고 짧지만 묵직한 한 마디를 남겼다.

이번 WBC에서 너무나 허탈하고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 든 한국 야구. 그러나 아쉬워할 겨를도 없다. 당장 올해 9월에는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열리며 시즌 후에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이 펼쳐진다.

이 감독은 추후 국제대회 감독직에 대해 "그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선수들은 잘했다. 잘했는데 조금 자기 기량을 발휘를 못했다. 소형준이나 이의리 등 젊은 선수들이 자신들의 몫만 던졌어도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그게 조금 아쉽다. 선수들도 아쉬울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이) 준비를 잘하고, 경험을 쌓으면 된다. 아시안게임 등 계속 국제대회를 통해 하다 보면 좀 더 훨씬 더 자기 기량을 낼 수 있다. 다들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다. 다 발휘하지 못하면 그것도 실력이겠지만 경험을 쌓고, 그걸 기다려주면 선수들이 잘 성장해서 (국제대회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본에서 바로 미국으로 향한 에드먼, 김하성을 제외하고 이날 귀국한 한국 선수들은 별도의 인터뷰 없이 공항을 떠났다. 처음에 많은 기대를 받으며 출국할 때와는 상반된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었다.

굳은 표정으로 귀국하는 강백호 / 사진=권광일 기자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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