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진수”…베일 벗은 ‘장보고 N사업’

박성의 기자 2026. 5. 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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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핵잠 1번함 2030년대 중반 진수”…‘장보고 N사업’ 본격화
김영삼 정부 후 군 숙원사업 첫 공식 청사진…“북핵 대응 수중 킬체인 핵심 전력”
2030년대 후반 전력화 목표…국내 건조·저농축우라늄 활용 원칙 제시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2024년 11월18일 오전 부산작전기지에 미국 해군 로스엔젤레스급 원자력추진잠수함(SSN) 컬럼비아함이 군수품 적재와 승조원 휴식을 위해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30년대 중반까지 첫 핵추진잠수함을 진수하고, 2030년대 후반 이후 해군 전력으로 배치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김영삼 정부 후 추진과 중단을 반복해온 핵잠 사업이 처음으로 정부의 공개 개발 계획 안에 오른 것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경남 진해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보고하며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본계획에는 핵잠의 추진 시기, 운용 방법 청사진이 담겼다. 우선 정부는 핵잠 원자로에 사용될 핵연료로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핵연료 교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간 운전이 가능한 방식으로 원자로를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건조 방식은 국내 개발·국내 건조 원칙을 분명히 했다. 안 장관은 "대한민국 내에서 핵추진잠수함을 개발·건조하겠다"며 "우리 원자로와 조선 기술을 활용해 자주적으로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건조 방침은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정부가 일관되게 밝혀온 기조다. 당시 한미는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지난해 11월 브리핑에서 "정상 간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핵잠 건조 장소로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언급한 적이 있어, 향후 한미 간 세부 협의 과정에서 건조 장소 문제가 다시 논의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부는 핵잠 플랫폼과 추진체계 개발에 민간 원자력·조선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설계와 건조, 운용, 정비, 핵연료 관리, 해체에 이르는 전 과정을 총수명주기 관점에서 개발·관리해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잠 건조 사업에는 '장보고 N사업'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대한민국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의 정신을 계승한 차세대 모델, 즉 Next generation이며, 핵추진 방식인 Nuclear powered를 적용하고, 첨단 신기술인 Neo technology를 집약한 잠수함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장보고 N사업' 명명은 그동안 장기간 국가 비닉 사업으로 추진되다 무산되기를 반복했던 핵잠 사업이 양지에서 공식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핵추진잠수함은 기존 디젤 잠수함보다 장기간 잠항이 가능하고 속도와 은밀성도 뛰어나,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핵심 전략자산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핵잠 도입 과정에서 핵 비확산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본계획에는 이와 관련한 '세 가지 약속'이 포함됐다.

우선 정부는 어떠한 형태의 핵무기도 보유하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핵추진잠수함 추진체계에 필요한 저농축우라늄 확보와 관리 과정 전반에서 핵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와 공동으로 핵추진잠수함에 적용 가능한 안전조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핵잠 운용에 필요한 핵연료를 미국으로부터 이전받기 위해서는 해당 핵연료가 핵무기에 전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미국과 국제사회에 줘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 장관은 핵잠의 군사적 효용과 관련해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 미사일 위협을 대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디젤 잠수함보다 은밀하고 신속하게 북한 잠수함 전력을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으므로 수중 킬체인 구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밀 타격 수단을 탑재한 우리 핵추진잠수함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군의 핵심 대응 수단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응징적 억제의 핵심 전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후 7개월 동안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핵잠 추진 방향을 담은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최근 해군도 합동참모본부에 핵잠 소요제기서를 제출하면서 무기체계 도입을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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