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경기가 끝나자 다른 플랫폼에서는 시청자들이 빠르게 빠져나간다. 반면 SOOP(숲)은 오히려 더 활발해진다. 스트리머들이 경기 리뷰를 이어가고 팬들은 채팅창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SOOP이 e스포츠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시청자를 모으느냐가 아니라 경기 후 이용자가 어떤 행동을 이어가느냐에 집중했다. 중계를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머물고 참여하며 다시 돌아오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었다.
이 전략을 이끄는 사람은 임일빈 SOOP e스포츠콘텐츠사업본부 본부장이다. 이달 초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e스포츠를 "게임 지식재산권(IP)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콘텐츠 경험을 설계하는 산업"이라고 정의했다. 모바일 게임 기획부터 e스포츠 전문 채널 OGN, 글로벌 e스포츠 프로덕션까지 15년간 그가 붙들어온 질문은 하나다. "어떻게 하면 팬들이 오래 머물게 할까?"
경기 종료 후가 '진짜 시작'
이 관점은 SOOP의 e스포츠 전략으로 이어졌다. 중계는 중요하지만 목표는 그 이후다. 임 본부장은 "중계는 출발점일 뿐"이라며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는 e스포츠가 아니라 스트리머, 커뮤니티, 후속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SOOP은 공식 중계를 중심에 두되 스트리머 코스트리밍과 2차 콘텐츠, 커뮤니티 활동이 플랫폼 안에서 끊기지 않도록 설계했다. 같은 경기를 보더라도 스트리머마다 다른 해석과 반응이 더해지고 팬들은 실시간 소통과 이후 콘텐츠를 통해 경험을 이어간다.
임 본부장은 "하나의 완성된 시청 화면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시청 관점이 공존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스트리머는 단순한 중계자가 아니라 각자의 시선과 감정으로 콘텐츠를 재해석하는 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는 성과로 나타났다. LCK 컵 기준 SOOP의 신규 유입 시청자 수는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특히 공식 중계보다 스트리머 시청 비중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임 본부장은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단순한 시청자 수가 아니다"라며 "콘텐츠를 본 뒤 시청자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 하나를 본 뒤 다른 콘텐츠로 이어지는지, 경기 이후에도 클립이나 하이라이트, 커뮤니티 활동으로 체류가 이어지는지를 본다"며 "e스포츠가 볼거리에서 머무는 경험으로 바뀌었는지를 확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OOP에서는 공식 중계가 끝난 뒤에도 스트리머 채널을 중심으로 이용자 체류가 유지되고 있다.

트래픽보다 '생태계'
임 본부장은 기존 중계 플랫폼과의 차이를 구조에서 찾았다. 그는 "다른 플랫폼들은 e스포츠를 강력한 트래픽을 만드는 이벤트성 콘텐츠로 다뤄온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SOOP은 e스포츠를 플랫폼 내부의 이용 흐름을 묶는 중앙 코어 콘텐츠로 보고 있다.
임 본부장은 "시청·채팅·후원·커뮤니티 활동이 각각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이어지도록 설계하고 있다"며 "e스포츠를 통해 플랫폼 이용 방식 자체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스포츠가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플랫폼 체류를 만들어내는 촉매로 작동하도록 만든다는 설명이다.
소라게 승부예측, 구단 연계 스트리머 응원 스킨 및 이모티콘 등의 장치들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임 본부장은 "정확한 예측이나 이벤트 자체보다 팬들이 참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팬이 관계를 맺고 경험을 이어가도록 설계한 것이다.
임 본부장은 e스포츠를 중계 상품이 아닌 이용자가 머물고 참여하며 관계를 만드는 공간으로 확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플랫폼이 해야 할 일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얼마나 큰 스케일의 중계를 가져오느냐보다 그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의 행동 패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대회의 시청률보다 플랫폼 안에 축적되는 경험 자체가 경쟁력이 된다는 판단이다.
SOOP은 올해 아시아 지역 진출을 본격화한다. 작년 일본 도쿄에서 진행한 발로란트 아시아-태평양 로드쇼를 시작으로 제작부터 운영, 티켓팅, 연출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며 역량을 입증했다.
임 본부장은 "e스포츠로 만들 수 있는 게임 자체가 많지 않기에 게임사와 팬, 플랫폼이 모두 맞물려야 산업이 커진다"며 "한국 e스포츠의 제작 역량과 플랫폼 구조, 스트리머 등 SOOP만의 'e스포츠 생태계'를 만들어 글로벌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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