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HR 개편 없는 정년연장, 기업 경쟁력에 독"

임찬영 기자 2026. 3. 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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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간한 '임금·HR(인적자원) 연구' 2026년 상반기호 표지/사진= 경총

정년 연장 논의에 앞서 성과·직무 중심으로 인사·임금체계를 전면 재설계하지 않으면 고령화 시대 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경영계 진단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3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고령자 계속고용 시대, HR 재설계 전략'을 주제로 정기간행물 '임금·HR(인적자원)연구' 2026년 상반기호를 발간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최현진 콘페리 시니어파트너는 "경직된 고용구조, 다단계 직급구조와 정기 승진체계, 연공적 보상체계 등이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상황에서 HR 체질 개선 없는 정년 연장은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성과 중심 보상 운영, 타이트한 승진 검증, 인공지능(AI) 시대 적합 인력 육성?검증 등 인사체계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저성과자와 부적합 리더를 과감히 정비하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은 인력 조정이 쉽지 않은 만큼 시니어를 포함한 전 직원 대상 리스킬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례연구에서는 고령자 재고용으로 정량적 성과를 창출한 일본, 싱가포르 기업과 '일의 재설계'를 통해 고령 인력의 경쟁력을 유지해 온 영국 기업 사례를 살펴보고 고령인력 활용 방안과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일본과 싱가포르 사례로는 시니어 아카데미 운용을 통해 신입사원 적응 기간을 37.5% 단축한 '토큰'(일본), 시니어에게 규정 준수 업무 등을 전담시켜 업무 정확도를 높인 'DBS 은행'(싱가포르) 등이 포함됐다.

김소현 퍼솔 코리아 전무는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재고용 모델이 주류로 자리 잡은 것은 결국 재고용 모델이 기업의 인건비 관리 유연성, 직무 재설계 가능성, 그리고 세대 간 역할 분담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라며 "일본식 점진적 접근(단계적 의무화)과 싱가포르식 유연한 재고용 모델(임금·직무 재설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재고용 전략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사례로는 고령인력을 단순 계산이나 재고 정리 같은 반복 중심 업무가 아닌 제품 사용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한 고객 상담 역할에 배치한 비앤큐'(B&Q) 등이 언급됐다.

이재진 옥스퍼드대 연구교수는 "고령자 계속고용이 실패하는 이유는 조직이 여전히 젊은 인력을 전제로 설계된 일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면서 영국 기업들이 고령인력을 어떻게 재배치하고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또 "계속고용의 성패는 고령 인력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일을 어떻게 재설계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 역시 고령인력 활용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조직 전체의 일 운영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에서는 철강 기업들의 사례가 나왔다. 이상훈 TCC스틸 이사는 "다수 철강기업들은 정년을 60세로 유지하고 퇴직 인력에 대해 계약직·촉탁직 방식으로 1년간 재고용하는 방식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철강업계 계속고용 논의에서 가장 구조적인 제약요인은 오랜 기간 국내 제조업 전반을 지배해 온 호봉제 중심의 연공급 체계"라며 "계속고용을 실질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성과와 역할에 기반한 합리적 보상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경총은 연구논단을 통해 계속고용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HR 핵심 과제를 보상체계 개편, 세대 갈등 관리, 고령 인력 활용 전략 중심으로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 가운데 이수영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는 "일률적인 정년연장은 청년고용을 축소시키고 기업 인건비 부담을 증가시키며 대·중소기업 간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노사가 재고용, 정년 연장·정년 폐지 등의 고용형태 중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년 이후에 재고용 제도를 도입할 경우 기존의 근로관계가 종료되고 새로운 근로관계가 성립함을 명확하게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연공 중심 인사·임금 관행과 경직된 역할 분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HR 체계의 신속한 재설계가 요구된다"며 "정년 연장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확산 등 노동시장 여건이 조성되는 추이를 보고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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