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C]'개발자 출신 CEO'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진짜 시험대는 제 2막부터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사진=크래프톤, 편집=안신혜 기자)

크래프톤이 올해도 개발사 인수 및 투자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게임 개발사 인수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블루홀스튜디오(크래프톤의 옛 사명) 시절부터 진행해 온 것으로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다. 다만 올해만 유럽 개발사 벡터 노스(VECTOR NORTH)를 인수하고 사내 개발조직을 분사시켜 독립 개발사 렐루게임즈와 플라이웨이게임즈 두 곳을 설립했다. 또 올해부터는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 형태로 투자를 단행하며 IP(지식재산권) 발굴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크래프톤은 2020년 12월 펍지를 흡수합병해 통합법인 체제를 출범한 이후에도 투자를 지속했다. 이는 같은해 3월 크래프톤 CEO(최고경영자)에 오른 김창한 대표의 성과로도 여겨진다. 소규모 게임 개발사에서 개발 경력을 이어가며 글로벌 흥행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탄생시킨 김 대표의 개발자 DNA가 드러난 부분이라고 분석된다.

12개 독립 스튜디오 체제, 새 전략 아래 IP 발굴 박차

크래프톤의 올해 연결 기준 반기보고서에는 벡터 노스와 렐루게임즈 두 곳이 크래프톤의 신규 연결대상 회사로 추가됐다. 벡터 노스는 크래프톤이 올초 인수한 유럽 소재 게임사이며 렐루게임즈는 크래프톤이 사내 개발 조직을 분사해 지난 6월 1일 신규 설립한 법인이다.

크래프톤의 독립 스튜디오. (사진=크래프톤 홈페이지 화면, 편집=안신혜 기자)

지난 20일에는 337억원 가량을 출자해 개발 자회사 플라이웨이게임즈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신규 개발사를 설립했다. 플라이웨이게임즈는 렐루게임즈와 마찬가지로 크래프톤 사내 개발 조직에서 분사한 법인으로, 크래프톤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열두 번째 게임 개발사다.

지난해 크래프톤이 지분 투자 및 신규 설립을 통해 선보인 국내외 독립 스튜디오는 △5민랩(지분투자) △740게임즈(지분투자) △네온 자이언트(Neon Giant AB, 지분투자)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신규설립) 네 곳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현재까지 완성된 크래프톤 산하 독립 스튜디오는 △블루홀 스튜디오 △라이징 윙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펍지 스튜디오 △드림모션 △언노운 월즈 △5민랩 △네온 자이언트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 △벡터 노스 △렐루게임즈 △플라이웨이게임즈 총 12개다.

크래프톤이 이처럼 독립 스튜디오 형태로 모회사 산하에 다수 게임 개발사를 두는 이유는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덩치가 커진 모회사 단위에서는 빠른 결정 및 개발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다. 이는 크래프톤이 크리에이티브는 글로벌 퍼블리셔로서 도약하기 위해 올해 새로 수립한 전략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Scale-Up the Creative)'의 일환이기도 하다.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에는 글로벌로 확장되는 IP(지식재산권) 발굴을 가속화하겠다는 크래프톤의 목표가 담겼다. 세부적으로는 크래프톤 산하 독립 스튜디오가 빠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IP 및 게임을 개발하고 소프트 론칭하면 크래프톤이 정식 퍼블리싱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과적으로는 크래프톤의 독립 스튜디오 체제가 강화되는 것으로, 개발사 인수·신규 설립 행보 또한 이에 해당된다.

개발사 투자 안목은 소규모 개발사 출신 DNA로부터

크래프톤은 2020년 말 통합법인이 경영을 맡고, 독립 스튜디오는 게임 개발을 진행하는 투트랙 체제를 완성했다. 2020년 12월 펍지주식회사와 펍지랩스, 펍지웍스를 흡수합병해 통합법인인 크래프톤을 출범했고 동시에 펍지(PUBG) 스튜디오, 블루홀 스튜디오, 라이징윙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를 토대로 4개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유지했다.

지노게임즈. (사진=지노게임즈)

크래프톤은 통합법인 출범에 앞서 2020년 3월 김창한 당시 펍지 대표이사를 크래프톤의 CEO로 선임했다. 장병규 의장은 당시 김 대표의 내정을 직접 발표했는데, 업계는 당시 김 대표 내정 사실에 주목했다. 개발 자회사 대표가 모회사 크래프톤의 CEO가 된 데다, 김 대표는 2017년 글로벌 게임 시장 판도를 흔든 배틀로얄 장르의 PC 게임 배틀그라운드(PUBG: 배틀그라운드) 개발을 총괄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크래프톤의 역대 CEO 중 첫 개발자 출신 CEO로서도 주목받았다. 김 대표가 김강석, 김효섭 전 대표와 차별화된 것은 이 부분에서다. 앞서 김 대표의 전임 대표들은 네오위즈 사업 책임 및 크래프톤 경영기획실장 등을 지내며 사업부문에 경력을 쌓아왔다. 반면 김 대표는 크래프톤에 인수된 지노게임즈의 개발 프로듀서로 게임 개발 역량까지 갖춘 인재로 평가됐다. 업계는 장 의장이 개발자 출신 경영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해 배틀그라운드를 잇는 차기작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7년 출시된 'PUBG: 배틀그라운드'. (사진=크래프톤)

1974년생인 김창한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부 학사 및 석·박사를 거쳤다. 장 의장과는 카이스트 전산학부 1년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다. 장 의장과 김 대표가 한 곳에서 만나게 된 계기는 2015년 블루홀스튜디오(크래프톤의 옛 사명)가 지노게임즈를 인수하면서다.

장 의장이 이끄는 블루홀스튜디오는 2011년 '테라'를 출시한 이후 북미·유럽, 중국, 대만, 러시아 등 글로벌 지역에 서비스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었다. 2015년에는 스콜, 피닉스게임즈, 마우이게임즈를 인수했는데, 같은해 김 대표가 CTO(최고기술책임자) 및 개발 프로듀서로 몸담고 있던 지노게임즈 또한 '블루홀 연합'의 일원으로 합류시켰다.

지노게임즈는 그해 12월 블루홀지노게임즈로 사명을 변경하고 '데빌리언'을 북미·유럽 지역에 출시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지노게임즈의 사명이 블루홀피닉스로 바뀌었다. 김 대표는 플루홀피닉스에서 개발 본부장을 맡았다.

2017년은 펍지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배틀그라운드의 얼리억세스(앞서해보기)를 시작한 해로, 크래프톤이 대형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된 시점이기도 하다.

이후 김 대표는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성공을 토대로 2020년 3월 모회사 크래프톤의 CEO로 자리잡았다.  

블루홀스튜디오(크래프톤의 옛 사명) 시절 연합 형태로 개발사를 인수해 크래프톤의 행보는 김 대표 선임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국내 개발사 뿐만 아니라 해외 개발사들도 크래프톤 품에 안겼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크래프톤의 CEO로 선임된 것은 지노게임즈 등 소규모 개발사에서 대작 배틀그라운드를 탄생시킨 경험이 있는 그의 이력이 주효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후 크래프톤은 통합법인으로 경영에 집중하고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2021년 8월 크래프톤의 코스피 상장까지 이끌었다.

남은 건 제2의 배그 발굴…인도·세컨드 파티 투자 확대

하지만 김창한 대표는 아직 중요한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래프톤 산하 독립 스튜디오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이을 차기 대형 흥행작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표에서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가 크다.

(자료=크래프톤, 편집=안신혜 기자)

크래프톤이 지난해 12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출시한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흥행에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크래프톤이 2019년 설립한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의 게임으로, 개발 기간 약 3년 간 2000억원이 투입됐지만 회사의 목표 누적 판매량 500만장을 훨씬 밑도는 200만~250만장 판매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작 흥행 실패 등 흥행작 부재가 이어진 가운데 크래프톤의 올해 연결 기준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 독립 스튜디오들은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각 개발 자회사별 영업손실액은 △블루홀스튜디오 77억원 △라이징윙스 81억원 △띵스플로우 46억원 △5민랩 34억원 △네온 자이언트 16억원 등이다. 같은 기간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와 드림모션은 각각 28억원, 2억원의 흑자를 냈다.  

크래프톤이 지난 8월 국내 업계에서 기업 내부정보 유출로 리스크가 있는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와 1인칭 던전 탐험 게임 다크앤다커 IP 라이선스 독점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다음달 개최되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3'에 다크앤다커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신작을 선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와 관련해 크래프톤 관계자는 <블로터>에 "지스타에 신작 출품 여부도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함구했다.

다만 배틀그라운드가 서비스 6년이 지난 지금도 건재해 있고,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크래프톤은 올해 연결 기준 상반기 매출 9257억원, 영업이익 4145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실적은 매출 3871억원, 영업이익 131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4%에 다다른다. 상반기 기준 배틀그라운드 PC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자료=크래프톤, 편집=안신혜 기자)

크래프톤은 2021년부터 디지털 생태계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명목으로 인도 등 신흥시장에 진출해 사업 확대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인도 시장은 2021년 7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인도와 중국 국경 분쟁 영향으로 서비스가 중단된 바 있다. 지난 5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라는 이름으로 정식 서비스를 재개했고, 이후 우적 이용자수 1억명 이상을 기록하며 크래프톤의 새 사업 무대라는 것을 확고히했다.

크래프톤은 2021년부터 공동 투자를 포함해 e스포츠 기업, 게임 스트리밍·웹소설·소셜·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등 인도 및 신흥 시장에 총 1700억원(약 1억300만달러)을 투자했다. 올해 진행한 투자도 △e스포츠 기업 노드윈 게이밍 2800만 달러(공동투자) △인도 벤처캐피탈 '쓰리원포캐피탈'의 IFSC 펀드 2억 달러(공동투자) △인도 게임 VC '루미카이'가 출시한 신규게임 펀드 5000만달러(공동투자) 세 건이다.

올해부터는 '세컨드 파티' 형태로 퍼블리싱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서드 파티 퍼블리싱은 지분 투자가 진행되지 않고 게임의 유통만 담당하는 반면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은 지분 투자까지 병행하는 방식이다. 단순 퍼블리셔가 아닌 제2, 제3의 배틀그라운드를 발굴하기 위한 크래프톤의 장기적 전략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다.

크래프톤은 올해 △퍼니스톰(한국) 80억원 투자·지분율 24.24% △플레이긱(미국) 263억원 투자·지분율 14.81% △가든스 인터랙티브(미국) 159억원 투자·지분율 10.15% △피플캔플라이 그룹(폴란드) 423억원 투자·지분율 10% △스튜디오 사이(미국) 펀드 700만 달러 △바운더리(한국) 총 6곳에 대한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 투자를 단행했다.

비게임 분야 투자의 경우 △패스트트랙 아시아(한국) 220억원 투자·지분율 27.47% △원스토어(한국) 200억원 투자·지분율 2.2% △한국모태펀드 문화계정 출자 300억원 투자 등이다.

창립 이후 인수 및 설립으로 다방면의 투자를 진행해 온 크래프톤은 올해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라는 새로운 전략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김창한 대표는 지난 3월 대표이사에 재선임되며 크래프톤의 새로운 전략 또한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크래프톤의 주가 하락 및 신작 게임 성과 미비에 대한 책임으로 김 대표 재선임에 대한 반발 또한 제기된 바 있다.

김 대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인정하며 최고경영자 제 2막을 맞이했다. 김 대표는 재선임 당시 "제 무능함이 지속된다면 임기 전에 은퇴할 각오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업계 또한 김 대표가 크래프톤의 성장에 큰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그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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