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KBO 리그 FA 시장은 한마디로 “누가 돈값을 했고, 누가 실패했나” 로 요약된다. 거액 계약이 모두 성공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중간급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팀에 더 도움이 된 경우가 많았다. 올해 FA 선수들의 성적을 살펴보면, 결과는 꽤 뚜렷하다. 어떤 선수는 꾸준한 활약으로 팀을 지탱했고, 어떤 선수는 기대에 못 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칼럼에서는 시즌이 끝난 시점(2025년 10월 12일 기준)을 바탕으로, 주요 FA 선수들의 ‘몸값’ 성과를 쉽고 자세히 정리해본다.
■ 잘한 선수들 – 돈값을 확실히 한 3인
첫 번째는 KT의 허경민이다.

허경민은 화려한 성적을 낸 건 아니지만, 꾸준함 하나로 팀을 살렸다. 타율 0.283, 출루율 0.362, OPS 0.717. 장타력은 약하지만, 필요한 순간마다 출루하며 찬스를 만들었다. 8년 연속 100안타, 통산 1600안타를 달성했고, 수비 실수도 거의 없었다. 4년 40억 원이라는 계약 규모를 생각하면 ‘안정적인 투자’라는 평가가 맞다. 팀 입장에서는 ‘큰 성과는 아니어도 손해는 없는 계약’이었다.
두 번째는 SSG의 노경은이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평균자책점 2점대 초반,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06을 기록했다. 80이닝 가까이 던지며 필승조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특히 홀드가 많아 불펜에서 큰 힘이 되었다. 팀은 큰돈을 쓰지 않고 확실한 전력을 확보한 셈이다. 노경은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몸으로 보여줬다.
세 번째는 역시 SSG의 최정이다.

최정은 4년 110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스타다. 많은 돈을 받는 만큼 부담도 컸지만, 그는 그 이름값을 했다. 시즌 중 500홈런을 달성했고, OPS 0.82로 꾸준히 장타를 생산했다. 팬들에게는 상징적인 존재였고, 팀 내에서는 중심 타자로 제 몫을 다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가치까지 고려하면 올해 성과는 충분히 합격점이다.
■ 아쉬운 선수들 – 기대에 미치지 못한 계약
가장 큰 실패로 꼽히는 건 한화의 엄상백이다.

한화는 그를 선발 에이스로 기대하고 4년 78억 원을 투자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시즌 내내 불안한 제구와 잦은 강판으로 고생했고, 평균자책점은 7점대까지 치솟았다. 1승 7패라는 기록이 모든 걸 말해준다. 중반 이후 불펜으로 내려갔지만 반등하지 못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도 마이너스로 떨어져, 한화 입장에서는 확실한 ‘실패 계약’으로 남았다.
같은 팀의 심우준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심우준은 수비력은 좋았지만, 타격이 너무 약했다. 타율 0.231, OPS 0.587. 공격에서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유격수로서 수비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공격이 따라주지 않으니 전체 성과는 반쪽짜리였다. 4년 50억 원의 계약 규모를 생각하면 ‘가성비’가 나쁜 시즌이었다.
LG의 장현식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초반에는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피로 누적과 부진이 겹쳐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53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4.35, 3승 3패, 10세이브, 5홀드로 마무리했다. 4년 52억 원의 보장 계약치고는 부족한 성적이다. LG가 장현식을 필승조로 쓰려던 전략은 실패했고, 내년엔 보직을 조정해 반등이 필요하다.
■ 중간 평가 – 무난하게 체면은 지킨 선수
삼성의 최원태는 ‘절반 성공’ 정도로 볼 수 있다.

정규시즌 성적은 27경기에서 8승 7패, 평균자책점 4.92로 평범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빛을 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던지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정규시즌만 보면 아쉬웠지만, 가을야구에서 보여준 활약으로 체면은 살렸다. 4년 70억 원이라는 큰 계약이 완전한 성공은 아니지만, ‘절반은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 팀별 전략과 결과의 차이
한화는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많은 돈을 썼다. 선발(엄상백)과 유격수(심우준)에 총 128억 원을 투자했지만, 결과적으로 둘 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수비 중심의 전력을 강화하려는 방향은 좋았지만, 타격 능력과 건강 관리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다. 반면 KT는 안정적인 허경민을 영입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큰돈을 들이지 않았지만, 꾸준하고 믿을 만한 선수로 전력을 안정시켰다.
LG는 장현식을 마무리로 고정시키며 큰 기대를 걸었지만, 시즌 중반 이후 불안정한 모습으로 전략이 흔들렸다. 삼성은 최원태를 영입해 정규시즌 중간급 활약에 그쳤지만, 포스트시즌에서 ‘가을 보정’을 받으며 계약 효과를 일부 거뒀다. SSG는 노경은과 최정이라는 베테랑 듀오로 팀의 중심을 다졌다. 고령화 리스크는 있지만, 휴식 조절과 경기 운영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 FA 성공의 기준 – 돈보다 “적합성”
투수의 가치는 이닝과 경기 상황에서 얼마나 잘 버티느냐로, 타자의 가치는 OPS·출루율·수비력으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WAR(승리 기여도) 1.5~2.0을 올리면 10억 원의 값어치를 한다고 본다. 이 기준으로 보면 허경민, 노경은, 최정은 “돈값을 했다”, 최원태는 “보통”, 그리고 엄상백, 심우준, 장현식은 “기대 이하”로 나뉜다.
이번 시즌의 교훈은 분명하다. 비싼 계약이 항상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팀의 상황과 선수의 스타일이 얼마나 잘 맞느냐가 더 중요하다. SSG처럼 베테랑을 적절히 활용하거나, KT처럼 꾸준한 선수를 고른 팀이 성공했다. 반대로 한화처럼 “이름값”만 보고 투자한 경우는 실패로 돌아갔다.
■ 결론 – 2025 FA 성적표 요약
성공한 선수: 노경은, 허경민, 최정
절반 성공: 최원태
실패한 선수: 엄상백, 심우준, 장현식
요약하자면, 2025시즌 FA 시장의 승자는 화려한 이름이 아니라 꾸준함과 적응력을 보여준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실패한 계약은 대부분 ‘과한 기대’와 ‘맞지 않는 포지션’에서 비롯됐다. 팀이 진짜 필요로 하는 능력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그 능력을 꾸준히 보여줄 선수를 고르는 것—그게 FA 시장의 정답임을 올해 시즌은 다시 한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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