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줄 놓는 연기를 계속 하더니…폭삭 늙었다는 국민배우 근황

조회수 2024. 3. 26. 1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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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터뷰!) 넷플릭스 '닭강정'의 류승룡 배우를 만나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박지독 작가의 동명 네이버 웹툰을 토대로 했다. 영화 <극한직업>의 대사처럼 ‘지금까지 이런 시리즈는 없었다’는 말이 맞아떨어지는 신묘한 시리즈가 [닭강정]이다.

류승룡은 딸바보이자 모든기계 사장 최선만을 맡았다.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를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 안재홍과 저세상 티키타카, 김남희까지 가세한 말맛 삼각편대가 갖춰지면 저세상 드립력을 시치미 떼고 보여준다. ‘아..이런거였나?’ 익숙해질 때쯤 핵, 미사일, 사슴, BTS 공격에 무참히 웃음이 무장해제된다.

전체적인 하이톤을 다운시켜 진지하게 진행하려면 중심을 찾아 줄 사람이 필요했을 거다. 류승룡은 제격이었다. 넌버벌 뮤지컬 [난타] 때부터 내공을 쌓고 오랜 연극 무대 생활을 거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어려운 과몰입 연기였다. 그는 연기도 장인이지만 목공예 솜씨도 인정받아 ‘류의비똥’이란 필명의 장인이다. 알고 보니 그 작명은 이병헌 감독이었다.

<극한직업> 배우들과 친목도 화제다. 벌써 5주년. 최근에 뭉쳐서 고급 음식도 먹었다며 “다들 <극한직업 2>를 간절히 기다리지만 여러 상황이 여의찮아 아쉬워하고 있다. 감독, 배우 모두 준비되어 있다”라며 긍정 신호를 보냈다. 한 작품으로 오래 보는 일, 다들 잘 되고 있는 긍정 시너지가 다른 작품에도 담기는 것 같았다.

류승룡은 늘 바쁘다. 류덕환 배우가 배우들과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한 전시도 참여했다. 류덕환과 2002년 연극 <웰컴 투 동막골>로 만다며 이번에 ‘짐 진 자’와 ‘고래’라는 작품을 함께 했다고 덧붙었다. ‘짐 진 자’는 삶의 무게, 부담, 관계, 명예, 돈 등을 쥐고 가야 하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했다. ‘고래’는 ‘우리가 책임지지 못하는 소비 때문에 인간이 낚싯줄에 걸린다’는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구현했다며 설치 미술, 전시 참여도 피력했다. 다양한 장르의 연기, 다채로운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준비된 배우가 류승룡이란 브랜드다.


연극적인 대사, 과장된 톤의 의도

-이병헌 감독과 <극한직업>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이병헌 감독은 최선만은 류승룡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뢰가 바탕되었겠지만 처음 대본 받고 당황했을 것 같다.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두 번째라 난이도가 있는 작품이지만 수월하게 찍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로그라인만 농담처럼 들었다. 그땐 너무 황당무계해서 한 귀로 듣고 흘릴 정도였다. (그러다가) 농담인 줄 알았는데 다시 제안이 왔다. 웹툰부터 보기 시작했다. 너무 좋았고 신선했으며 도전의식이 생길 정도였다.

초반에 말도 안 되는 큰 사건(닭강정이 된 딸)이 터지고 뒷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 퍼즐 맞춰가는 재미가 있었다. 웹툰으로 일단 면역된 후 대본을 읽었는데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처럼 대사에 운율이 생기더라. 대충 어떤 느낌일지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작품의 기발함이나 지금 놓치면 못 할 것 같은 장르여서 끌렸다. 그게 [닭강정]이었던 거 같다”

-믿어 의심치 않을 호흡이지만 작품 성향상 호불호 우려도 당연하다. 현장 분위기가 밝고 재미있었을 거라 상상했는데 이병헌 감독은 오히려 진지하게 이입했다고 말했다.

“분명 취향 타는 작품이라고 봤지만 진입장벽만 넘으면 큰 웃음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었다. 제가 고수를 못 먹었는데 용기 냈더니 중독성이 있더라. 게다가 지방 제거, 소화를 돕는 효능도 있더라. [닭강정]도 그런 작품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웃다 보면) 스트레스도 제거되고 디톡스 되는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이병헌 감독은 늘 진지했다. 현장에서는 농축한 웃음이 휘발될까 봐 보물 다루듯이 했다. 다들 리허설 없이 바로 보여주더라. 가만히 앉아 있다가 BTS 춤추고, 핵, 사슴 이러니까.. 저도 모르게 욕이 나왔던 장면도 있었다. (웃음) 애드립을 한지도 모를 정도로 서로 놀라는 쇼크였다. 유민만 박사가 라바까지 하는데.. 이를 악물고 슬픈 생각하고 그랬었다”

-하고 싶은 말을 대사에 녹여 내는 장인이자 언어유희 살아 있는 이병헌표 대본이다. 유독 마음을 끈 공감 가는 대사나 메시지가 있다면.

“‘딸과 잘 살고 있었는데 너네들이 와서 그런 거잖아요’ 이 대사가 와닿았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선만은 여러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힌다. 시리즈가 극단적이고 우회적으로 표현한 거다. 흘러가는 대사 같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있다. 파전을 못 먹겠다는 이유가 딸과 늘 부쳐 먹었던 때가 생각나서였다. 어떤 작품이라도 마음이 바뀌는 공감이 있다고 본다”

-최선만의 대사는 고백중과 함께 연극적이다. 의도된 설정이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취향 타는 콘텐츠다. 다행히 그 위험 수위를 잘 조절했다.

“어떻게 봐줄까 내심 기대되었다. 연극하던 배우가 매체(드라마, 영화)로 넘어올 때 연극톤(과장된 연기, 지나친 발성, 과도한 몸짓)을 버리는 게 제일 힘들다. 그걸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라 (저는) 물 만난 고기처럼, 고향으로 돌아간 것처럼 원 없는 쾌감이 있었다.

시청자도 무대에서나 볼법한 스타일을 매체에서 보면서 신선하고 독특하게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했다. 마치 음원 듣고 자란 요즘 세대들이 LP 판에 음악이 들어가 있는 걸 신기하게 보는 것처럼. 어쩌면 연극적인 발성과 톤이 새로운 트렌드, 기호로 작용하리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이준익 감독이 ‘축구 경기할 때 스타플레이어를 보는 거 같지만 공을 따라간다’라고 말했었다. 최선만이 딸을 구하기 위한 마음, 오로지 딸 생각뿐이라 과도한 액션도 부모의 마음으로 가능하다고 봐주신 거 같다”

닭은 홍익인간처럼 이로운 존재

-<리오 2>에서 앵무새 목소리, <염력>, [무빙]의 치킨집 사장, <극한직업> 위장 치킨집 사장을 연기했다. 조류 전문 배우라는 말 유퀴즈에서도 했었는데, 닭과 무슨 관계성이 있는 건가.

“(그땐 장난으로) ‘머니푸드’라고 했었는데.. (웃음) 우연의 일치지만 그만큼 닭 소비가 많은 나라구나 실감했다. 아프거나 보양할 때 죽, 삼계탕을 먹잖냐. 포장해서 언제든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도 한다. 월드컵 때는 함께 했던 음식이었다. 아이들 도시락으로도 친근한, 이건 마치 홍익인간처럼 이로운 음식이다. 닭이 없었으면 단백질 섭취하려고 소를 잡아야 했을 테고, 생각만 해도..”

-여러 역할로 다작했지만 유독 코미디 장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당분간 코미디를 멀리하고 내친김에 환갑 때까지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닭강정] 코미디에 애정이 있었다. <지구를 지켜라>, <킬링 로맨스>의 계보를 따라가는 작품이라고 봤다. 기발한 것들을 했으니 몇 년 안식년이 필요하다. 배우란 직업은 대중, 제작사, 감독의 선택을 받기 때문에 제가 작품을 선택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코미디 색이 너무 진해서 하얀 도화지로 만들어야겠다고 말한 거다. 올해 다른 결의 코미디 장르인 영화 <아마존 활명수>도 개봉한다. 이것만 하고 코미디는 좀 쉬어야겠다. 류승룡이 웃기는 거 보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쯤 짠하고 나타나고 싶다 ”

-함께 호흡 맞춘 모든기계 고백중 사원, 안재홍과의 호흡도 찰떡이었다.

“저는 어릴 때 위인 전집 보고 자란 세대인데, 안재홍은 거기 나올법한 놀라운 배우다. <도리화가>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 이미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놀랐었다. 영화의 기본부터 해외 영화도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로 마니아였다. 잘될 수밖에 없는 어마어마한 내공의 배우다. [마스크걸]이나 [LTNS]도 했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이다. 머리도 좋고 감각이 밝은 친구라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명확하게 알고 고민한다. 벌써부터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모든기계의 월급루팡 김남희 배우와 지지 않으려는 팽팽한 분위기가 형성되더라. 막강한 웃음이었다.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다. 제일 어렵고 긴 대사를 해야 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하는 모습이 멋졌다. 재홍이랑 제가 능청스럽게 티키타카 하고 있는데, 김남희 배우가 리허설도 없이 바로 투입해야 했으니 ‘정말 이래도 되나’ 싶었을 거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저희 쪽으로 녹아들어 가더니 웃을 때는 더 과장해서 무섭게 웃더라. 깜짝 놀랐다. (웃음)”

-고백중의 말도 안 되는 전 여자친구 홍차 역에 정호연 배우가 등장했다. 이 세 사람의 구도도 좋았다.

“능청스럽게 시치미 뚝 떼고 긴 대사를 하길래, 글로벌 스타가 그냥 된 게 아니었구나 놀랐다. 저랑 재홍이는 이런 톤에 익숙하지만 정호연 배우는 [오징어 게임] 이후 처음 하는 한국 작품이라 연습이 필요했다. 리허설을 하면서 웃음을 빼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한번 터트려서 지칠 때까지 웃겨 놓고 시작했다. 그래도 제 숨소리만 들어도 웃고, 아직 웃음기가 남아 있어서 주저앉고 엔지도 많았다. 셋이 그 톤으로 연기하고 있는데 주변 보조출연자들도 이 상황이 너무 웃긴 거다. 모른척하고 있어야 하는 게 더 웃겼을 거다. (웃음)”

-<불신지옥> 때 김유정 배우가 딸로 나왔었는데 20년 만에 재회했다. 감회가 남달랐겠다.

“너무 아기였을 때라 본인도 기억 못 하더라. 중간에 광고 찍으면서 만나서 책도 선물하고 이야기도 나눠서 생경함 없이 편하게 봤다. 유정이는 20년 가까이 온 국민이 성장 과정을 본 거잖냐. 외모뿐만 아니라 인성도 좋아서 모두가 좋아하는 배우, 나무랄 곳 없는 인정받는 배우로 성장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닭강정을 딸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 그걸 또 몰입하는 방법이 궁금하다.

“가짜라는 생각으로 연기하는 순간, 몰입이 깨지니까 조금의 거짓말도 용납할 수 없었다. 이 안에 홀로그램을 떠올리며 딸이 갇혀 있다고 생각했다. 자칫하면 시시한 해프닝으로 생각될까 봐, 다른 작품의 여느 딸들처럼 똑같이 연기했다”

-[무빙]은 연기 인생의 하프타임이라고 했다. [닭강정]은 어떤 의미이고 배우 인생은 어디까지 온 것 같나.

“[무빙] 때 너무 많은 것을 했다. 축구 선수가 죽을 듯 경기 뛰고 며칠 후 또 뛰는 것과 비슷했다. 긴 호흡의 작품이라 지치면 안 될 것 같아서 ‘하프타임’이란 표현을 했던 것 같다. [닭강정]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이걸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이 나올 마중물이 될지 아직 모르겠다. [닭강정]이 도약점이 되어 다양한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닭강정]을 볼 시청자의 다양한 반응을 예상하나.

“요리를 잘 차려두고 기다리는 입장이라 예상이 어렵다. 다만 [킹덤]으로 K좀비, K사극을 알려 계기가 되었다면 [닭강정]에서는 K푸드 레시피가 자세히 나온다. (웃음) 게다가 K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내공이 들어 있다. 엉뚱한 코미디 장르 안에 시공간을 떠나 아름다운 휴머니즘, 가족애가 담겨 있는 진지한 이야기라 희망을 품게된다”

-마지막으로 [닭강정]을 안 본 시청자를 위해 영업 멘트(?) 부탁한다.

“취향에 따라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문턱이 낮아질 수 있겠다. 주변에서 9화에서 많이 터졌다고 들었다. 그 경험을 꼭 해보길 바란다. 제 아들도 선입견 없이 쭉 보더라. 닭강정으로 변한 딸, 외계인이 온다는 설정은 SF 차용이지 그 안에는 휴머니즘이 있다. 재미로 부각되길 바라지 엉뚱한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어쩌면 몇 년 지나 트렌드가 바뀌면 재평가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웃음)”

글: 장혜령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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