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로 수도요금 폭탄 맞은 한전···법원 “정당한 부과”, 무슨 일이?

박홍두 기자 2024. 9. 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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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무인 사업장의 누수로 1400여만원의 수도요금 폭탄을 맞은 한국전력공사가 수도사업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한국전력공사가 서울시 중부수도사업소장을 상대로 “상하수도 요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한전은 운영 중이던 서울 중구의 한 무인 사업장에서 지난해 10월 7000만원에 가까운 수도요금 폭탄을 맞았다. 수도요금 명세서에는 ‘상수도 요금 2600여만원, 하수도 요금 4030여만원, 물 이용 부담금 360여만원’ 등 총 6995여만원이 적혔다.

해당 무인 사업장 화장실 바닥 배관에서 물이 샌 것이 원인이었다. 2022년 8월 현장 검침 때 지침수는 416㎥였으나 1년여 만에 이뤄진 현장 검침에서는 2만1668㎥가 계량됐다.

한전은 누수를 감안해 수도요금 감면을 요청했다. 수도사업소는 이를 받아들여 요금을 1480만원으로 낮췄다. 한전은 이 요금도 낼 수 없다며 부과 처분에 불복하 소송을 제기했다. 한전은 “수도사업소는 1년 2개월 동안 현장 검침을 실시하지 않았고 교체 대상에 해당하는 계량기를 교체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누수 사실을 조속히 인지하지 못했으므로 한전에만 누수 책임을 물어 막대한 상수도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도 조례’를 언급하면서 “한전은 누수로 인해 늘어난 수도 사용량에 대해 수도 요금을 전부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 조례는 수도사용자에게 사업장 내 배관 설비를 관리할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게을리해 발생한 손해는 사용자에게 부담하게 한다.

한동안 현장 검침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한전의 책임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사업장 상주인력이 없어 수도사업소는 현장 검침을 실시하지 못했고, 한전은 오랫동안 현장 검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며 “기본적인 협조 의무를 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도사업소가 안내문 외에 다른 방식으로 현장 검침을 안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도사업소는 지난해 10월 이전에 현장검침을 시도했지만, 해당 사업장에 상주직원이 없어 ‘수도계량기 미검침 안내문’을 부착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재판부는 이와 다른 방식으로 한전에 연락해 반드시 현장검침을 받을 것을 안내해야 할 의무가 수도사업소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정 누수의 경우 요금을 경감하도록 하는 수도 조례 조항에 따라 수도사업소는 한전에 부과할 상수도 요금, 물 이용 부담금을 경감하고 하수도 요금 4000만원을 면제했다”며 “요금을 추가로 감면해줘야 할 특별한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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