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심하고, 발 땡땡 붓더니… 20대 女 '6개월 시한부' 판정, 무슨 질환?

술을 단 한 모금도 마셔본 적 없는 20대 여성이 갑자기 간경변 진단을 받고 시한부 판정까지 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매체 미러는 27세 여성 로빈 노엘이 '자가면역성 간염'이라는 드문 간질환을 겪은 사연을 최근 보도했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면역계가 자신의 간세포를 공격해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흔한 간질환인 지방간, 바이러스성 간염과 달리 원인이 외부 감염이나 음주가 아닌 면역 이상이 핵심이다.
로빈은 극심한 피로감 때문에 갑상선 질환을 의심하고 동네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치명적인 간경변증 진단을 받았다. 간경변증은 간 조직이 섬유화돼 딱딱하게 굳는 것이다. 혈소판 수치가 위험할 정도로 낮았고, 간 효소 수치는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이어진 2주간의 검사 끝에 의료진은 최종적으로 자가면역성 간염 진단을 내렸다. 이후에는 간성뇌증이라는 심각한 합병증도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간의 기능 중 하나는 혈액에서 암모니아를 제거하는 것인데, 이 기능이 떨어지면서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며 간성뇌증이 발생할 수 있다.
병 진단 4주 만에 로빈은 세 번이나 발작을 겪었고, 불과 3개월 만에 간과 신장이 기능을 잃어 투석 치료를 받았다. 몸이 심하게 부어가면서 상태가 빠르게 악화됐다. 의사들은 로빈이 6개월 이상 버티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다행히 간 기증을 받았지만, 기증받은 간이 너무 커서 거대한 탈장이 생기고, 패혈증, 폐렴이 발생해 며칠간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로빈은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병원을 찾은 지 9개월 만에 일상을 회복해 퇴원했다.
로빈은 "평생 술을 마셔본 적 없고,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했다"며 "처음 입원 당시 의사가 술을 많이 마셨을 거라 짐작했던 것이 화가 난다.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물지만 방치하면 간경변까지… 피로·부종이 신호일 수 있어
자가면역성 간염은 흔하지 않은 간질환이다. 국내 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2009~2013년 한국의 자가면역성 간염 평균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4.8명,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연 1.1명이다. 여성에서 더 흔해 여성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8.4명, 남성은 1.3명 수준이다.
자가면역성 간염의 증상은 피로감, 식욕 저하, 메스꺼움, 복부 불편감, 관절통, 가려움, 소변 색 짙어짐, 황달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더 진행되면 로빈처럼 다리·발목·발이 붓거나 배에 물이 차는 복수가 생길 수 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는 자가면역성 간염 증상으로 피로, 체중 감소, 복수, 다리·발목·발 부종, 황달, 심한 경우 간성뇌증으로 인한 혼란 등을 제시한다.
부종은 간경변이 생겨 간으로 들어가는 혈관 압력이 높아지고, 간이 혈액 속 수분을 붙잡는 단백질인 알부민을 충분히 만들지 못할 때 악화될 수 있다. 치료하지 않으면 간에 흉터가 쌓여 간경변으로 진행하고, 결국 간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간성뇌증이 생기는 이유는 간이 혈액 속 독성 물질을 제대로 해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에서 단백질이 분해될 때 생기는 암모니아가 간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혈액에 쌓이면 뇌 기능에 영향을 줘 혼란, 졸림, 의식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치료 핵심은 면역 억제… 간부전·약물 불응 시 간이식 검토
자가면역성 간염 치료의 핵심은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해 간세포 공격을 줄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 대표적으로 프레드니손 또는 프레드니솔론을 먼저 사용하고, 재발을 줄이거나 장기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낮추기 위해 아자티오프린 같은 면역억제제를 함께 쓰거나 이어서 사용한다.
표준 치료에 잘 반응하면 염증을 가라앉히고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지만, 약물에 반응하지 않거나 이미 간질환이 많이 진행돼 간부전이 온 경우에는 로빈처럼 간 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급성 중증 자가면역성 간염에서 스테로이드 치료 후 1~2주 안에 혈액검사 수치가 개선되지 않거나 간성뇌증이 나타나면 긴급 간이식 평가가 필요하다고 미국간학회는 설명한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정확한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술을 마시지 않는데, 설명되지 않는 심한 피로, 황달, 복부 팽만, 다리 부종, 혈액검사상 간수치 이상이 지속되면 간질환 검사를 받는 것이 현실적인 예방법이다.
이수민 기자 (suminle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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