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외국 대통령과 통화하는 방법

이 사진을 보라.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미국, 중국 등 다른 나라 정상과 통화를 하는 모습. 요새 가정집에도 잘 없는 꼬불선 유선 전화기를 붙잡고,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이 외국어로 통화하는 모습을 찍은 걸까, 아니면 연출된 걸까? 화상통화 대신 왜 굳이 유선전화를 쓰는 걸까? 유튜브 댓글로 “대통령들은 서로 어떻게 정상 통화를 하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연히 통역이 붙는다. 국가 정상 간 통화는 대한민국 대통령과 상대국 정상, 각국 통역사 1명씩 총 4명이 한다. 사진에는 잘렸지만, 우리 대통령 옆에 헤드폰과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낀 통역사가 통화 내용을 같이 듣고 있다.

이때 통역은 ‘순차 통역’으로 진행된다. 동시 통역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화하는 과정을 가상으로 살펴보자.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님, 안녕하세요”라고 하면우리 측 통역사가 “Hi, Trump!”로 번역해 상대방에게 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말을 먼저 듣고, 곧바로 영어로 번역된 통역사의 통역을 듣는다.

그 다음에 트럼프 대통령이 “How are you?”라고 답하면 트럼프 대통령 옆에 있는 미국 측 통역사가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라고 다시 통역해서 말해준다. 이런 방식으로 순차통역이 이뤄지고, 대화도 천천히 진행된다고.

근데 AI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통번역 통화도 되는 시대에 동시통역을 안 하는 이유는 뭘까. 빨리 전달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대통령실 전 의전비서관 A씨]

되게 민감한 단어 하나마다 뉘앙스가 다 다르고 빨리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분명하고 가능하면 확실하게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 굳이 무리하게 동시통역해서 단어나 뉘앙스를 놓칠 바에는 그렇게 하는 게 훨씬 더 안전하죠.

통역사 말고도, 대통령 통화 내용을 동시에 듣는 사람이 있다. 바로 대통령실 참모들. 정상들이 나누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하기 때문에, 최소한 5~6명이 인이어나 헤드셋을 끼고 같이 숨죽인채 통화를 듣는다고.

대통령이 사용하는 전화도 일반적인 전화가 아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도청이 안 되는 보안 처리된 전화다. 요새 신문이나 방송에서 비화폰, 일명 보안전화 얘기를 한 번쯤 들어본 왱구들 있을 텐데 비화폰의 유선 전화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또 궁금증. 왜 정상들은 최첨단 시대에 스마트폰이나 영상 통화를 하지 않는 걸까.

첫째, 보안 때문.유선 전화기는 음성 신호만을 다루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 덕분에 암호화와 보안 유지에 유리하다.

둘째는 나라가 갖고 있는 영상 시스템상 차이 때문. 아무래도 국가별로 구축해놓은 영상 통화 시스템이 있을 텐데, 각자 쓰는 시스템이 다르면 영상 통화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수도. 다만 실제 만남이 어려웠던 코로나19 때는 화상 회의도 자주 열리긴 했다.

정상 간 통화는 길어야 30분 남짓이지만, 통화 전후가 더 바쁘다. 먼저 국가 간 시차 때문에 편한 통화 시간도 조율하고, 대화 주제도 미리 정한다.

통화 이후에도 정상 사이에 통화 내용을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서로 대화 내용에 오해가 있으면 안 되기 때문. 또 녹취록이나 녹음본도 엄격하게 관리한다. 국가 정상 간의 통화 내용은 외교상 3급 기밀에 해당한다.

궁금증 하나 더. 그냥 통화 말고, 정상들이 그냥 편하게 텔레그램이나 인스타 DM을 하면 안될까. 아니면 대통령들끼리 카톡 단톡방은 없을까.

대통령실 전 참모들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지만, 대통령이나 타국 정상을 제외한 사람이 실체를 알 방도는 없다는 입장.

[대통령실 전 의전비서관 B씨]

만약에 트럼프하고 영국의 총리가 두 사람이 친하다 그러면은 트럼프가 자기 핸드폰 번호를 줄 수 있겠죠. 근데 이제 공적으로 이뤄지는 전화는 다 일부러 통화를 남기기 위해서, 실제로 다른 사람도 들어야 되니까.

다만 실제로 사적으로 연락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대통령실 전 참모]

가능은 하지만 잘 안 할 것 같은데요. 개인 전화는 잘 안 가지고 다니시는 것 같아요 보통은. 경호 부분에서 어디에 있다라는 걸 알게 되면 항상 취약하잖아요 경호가.

이렇듯 대통령끼리의 통화, 언뜻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혹시 또 모르는 일? 일반인이 모르는 사이 대통령들끼리 텔레그램을 주고받고 있을 수도. 특히 SNS를 달고 사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가능한 얘기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