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 상반기 평가]② 삼성화재 성과지표 전 부분 '우수'…초격차 실현
전문가들은 삼성화재 상반기 종합 평가 결과, '우수'로 호평했다. 주주환원 정책을 제외하면 흠잡을 곳이 없어 당분간 손해보험업계 삼성화재 독주 체재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삼성화재 주가는 올해 2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후 약 10년여 만에 30만원에 안착했다. 더 나아가 10년 넘게 깨지지 않던 종전 최고가 33만1000원을 뛰어넘고 40만원에 근접했다. 1년 넘게 20만원 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했던 점을 감안하면 주가 상승 폭이 놀라울 정도다.
23일 <블로터>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증권사의 삼성화재에 대한 투자 의견은 대체로 'BUY(매수)'였다. 실적이 올해 상반기 시장 컨센서스(예측)를 상회하며 전망이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14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는 41만5786원이다. 이는 올해 초에 비해 약 30% 이상 상승한 현 주가 대비(22일 종가 기준 35만2500원) 추가로 15% 이상 상승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대만 키운 주주환원 정책…"너무 소극적"
주주환원 정책 부문 '보통'. 삼성화재는 지난 콘퍼런스콜에서 이달(8월) 전후로 발표할 것으로 내비쳤던 주주환원 정책은 이번에도 확정하지 않았다. 중장기 주주환원율 50%는 삼성생명과 동일하지만 달성 시기를 제시한 삼성생명과 달리 이조차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대감만 키우고 알맹이가 부재한 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업계 최상위 수준의 환원 여력을 보유했음에도 너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가 연구원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주주환원 관련 정책 구체화가 필요하다"며 "늦어도 연말 안에는 확정된 자본 정책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주주환원을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결단을 촉구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삼성화재가 소각을 전제로 한 자사주 매입 이행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한다"며 "5조5000억원 가량의 초과 자본을 보유한 회사인 만큼 자본정책 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이해관계의 문제일 뿐 능력의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삼성화재는 5조원가량의 초과 자본에 대해 주주환원과 국내외 사업 투자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삼성화재 측은 "자사주와 관련한 삼성생명 자회사 편입 이슈 등 여러 이유가 겹쳐 자본정책과 밸류업 공시 검토가 지연되고 있다"며 "검토가 끝나면 시장과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GA채널 영향력 확대…굳건한 실적+추진력 장착
성장성 부문 '우수'. 삼성화재는 올해 연초부터 공격적인 보험대리점(GA) 채널 운영에 나섰다.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전년동기대비 약 2배 가량 실적이 늘어난 이유다. 기존에 단단했던 전속채널과 함께 GA채널까지 시너지를 내며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급증을 이뤄냈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2분기 인보험(보장성 보험 중 재물보험 제외한 보험) 신계약 체결액은 6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7% 증가했다. 1분기 100.4%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큰 폭으로 늘었다.
전속채널 체결액 비중이 월등히 높았던 지난해와 다른 모습이다. 2분기 들어 GA채널 판매 비중은 40.7%로 전속채널(54.9%)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김대환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GA채널이 가면 갈수록 영향력을 키워나가자 삼성화재를 포함한 대형 손보사도 GA채널을 외면하기 어려운 환경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가격이면 브랜드 파워가 높은 삼성화재 상품을 선호하는 고객이 비교적 많을 것"이라며 "GA채널 비중을 확장하는 전략은 삼성화재와 GA채널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과정에서 CSM배수는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비용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CSM배수는 신계약 CSM을 월납환산초회보험료로 나눈 값으로, CSM배수가 높은 상품일수록 같은 보험료를 받아도 판매이익이 높다.
삼성화재의 2분기 보장성 보험 CSM배수는 14.9배로 지난해 2분기 16.3배나 직전분기 15.3배에 비해 낮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신계약 체결액을 높여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CSM을 확보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화재의 신계약 CSM 창출 능력은 업계에서 최상위권에 있다"며 "계약 유지율 개선 등 고객관리에 더 많이 신경 쓴다면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언급했다.
2분기 말 기준 삼성화재의 CSM 잔액은 13조955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대비 10.3%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는 삼성화재보다 증가폭이 적다.
여기에는 신계약 CSM이 영향을 미쳤다. 삼성화재는 2분기까지 누적 1조6383억원의 신계약 CSM을 확보하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6% 순증했다. 반면 DB손보는 4.9% 증가에 그쳤으며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은 오히려 줄었다.
투자이익 50% 증가…초격차 '청신호'
수익성 부문 '우수'. 삼성화재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연결 기준 1조312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2% 증가했다. 보험요율 인하에 따른 손해율 상승 영향으로 보험이익이 소폭 감소했음에도 투자이익이 급증한 영향이다.
삼성화재는 콘퍼런스콜에서 운용수익 및 평가이익 개선으로 전년동기대비 48.6% 증가한 5194억원의 투자이익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투자이익률도 3.50%를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 3.14%를 넘어섰다. 운용자산 기준 투자이익은 1조42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9% 증가했다.
보험이익 감소에는 자동차보험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이익이 전년동기대비 26.1% 감소한 데는 3년 연속 보험료를 인하한 것과 보험 물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손해율 상승 부담 완화를 위해 내부적으로 원가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차량 관리서비스 플랫폼 론칭을 통한 비가격 경쟁력 강화와 대물보상 프로세스 자동화, 인력구조 개선 등 사업비 절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기차 화재 피해가 늘어나며 손해액이 증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순익 규모를 고려하면 경미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화재가 발표한 전기차 화재 관련 피해 접수 건은 360건 정도며, 손해액은 22억원 수준"이라며 "1조원 넘는 당기순익을 감안하면 수익에 크게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본적정성 부문 '우수'. 삼성화재가 예상하는 상반기 지급여력비율(K-ICS)은 278.9% 수준이다. K-ICS비율은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 기본자본+보완자본)을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 보험 시장 신용 운용 일반 등 리스크량)으로 나눠 산출한다.
이는 금리와 주가 상승, 기초가정 위험액 신설 등 제도 변경의 영향으로 K-ICS비율이 감소했음에도 직전 분기(273.0%)와 전년 말(271.9%)보다 더 높다. 이는 당기순익과 CSM 증가가 K-ICS비율에 미친 영향이 더 컸음을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K-ICS비율을 지금처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금성 자산 확보가 중요하다"며 "따라서 삼성화재가 6월 말까지 현금 및 예금 1조9216억원을 보유하며 지난해 말(1조7383억원)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은 자본 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도 "자산듀레이션을 부채듀레이션보다 길게 가져가며 부채할인율 강화에도 불구하고 자기자본 순증 및 K-ICS비율이 개선됐다"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평가 방식 = △수익성 △성장성 △자본적정성 △주주 환원책 4개 항목을 평가했습니다. 학계와 시장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방식입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