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과 샤오펑(XPeng)이 공동 개발한 순수 전기 대형 SUV 'ID. 유닉스 08'이 2026년 3월 중국 허페이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하며 본격 시장 진입을 알렸다. 유럽 브랜드의 제조 DNA와 중국 테크 기업의 AI·소프트웨어 역량이 결합된 이 모델은 폭스바겐의 '중국을 위한 중국 전략(In China, for China)'의 핵심 전위대로 떠올랐다.

◆ 협업의 탄생: 위기의 폭스바겐이 꺼낸 '파격 카드'
폭스바겐이 샤오펑에 손을 내민 배경에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뼈아픈 부진이 있다.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이 더디고 개발 사이클이 통상 3~5년에 달하는 폭스바겐으로서는, 빠르게 진화하는 중국 소비자의 요구를 따라잡기 어려웠다. 폭스바겐은 2023년 샤오펑과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단 24개월 만에 양산 완성도를 갖춘 모델을 만들어냈다. 협업의 결과물은 단순히 차 한 대에 그치지 않는다. 폭스바겐 차이나 테크놀로지 컴퍼니(VCTC)와 CARIAD 차이나, 샤오펑이 공동 개발한 'CEA(중국 전자·전기 아키텍처)'가 처음으로 탑재될 예정이며, 이는 향후 폭스바겐의 중국 내 전동화 모델 전반을 지탱할 차세대 플랫폼이기도 하다.

◆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800V 고전압 아키텍처 기반
ID. 유닉스 08은 폭스바겐의 기존 MEB 플랫폼이 아닌, 샤오펑과의 협업으로 도입된 800V 실리콘 카바이드(SiC) 고전압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배터리는 CATL이 공급하는 LFP(리튬인산철) 방식으로, 82.368kWh와 95.04kWh 두 가지 옵션이 제공된다. 싱글모터 후륜구동 버전은 최고 출력 230kW(308마력)이며, 듀얼모터 사륜구동 버전은 전방 140kW(188마력) + 후방 230kW(308마력)으로 구성된다. 중국 CLTC 기준 주행거리는 트림에 따라 630km에서 최대 730km로 공식 발표됐으며, WLTP 등 기타 기준 수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차체 제원: '대형 SUV'의 압도적 존재감
차체 크기는 전장 5,000mm, 전폭 1,954mm, 전고 1,672~1,688mm(사양에 따라 상이), 휠베이스 3,030mm로 국내 기준 대형 SUV급에 속한다. 이는 현대 팰리세이드(전장 4,995mm)와 거의 동일한 풋프린트로, 중국 프리미엄 가족용 SUV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사이징이다. 외관 디자인은 기존 폭스바겐 전기차보다 각을 살린 스타일로, 쿠페형 루프라인과 블랙 루프 조합이 스포티함을 강조한다.


◆ 실내: 중국 소비자 취향 겨냥한 '럭셔리 테크 캐빈'
실내는 10.25인치 LCD 디지털 계기판과 약 15인치 연결형 센터 스크린으로 구성된다. 전 시트는 가죽으로 마감됐으며, 조수석은 14방향 전동 조절, 전동 풋레스트, 최대 120도 리클라이닝을 지원해 '빅 베드 모드' 구현이 가능하다. 1.74㎡ 규모의 스마트 디밍 파노라마 선루프는 투명·불투명 10단계 조절이 가능하며, 후석 승객을 위한 폴딩 트레이 테이블도 적용됐다.

◆ 첨단 기술: L2++ 자율주행 보조 + OTA 상시 업데이트
ID. 유닉스 08은 L2++ 수준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탑재하며, 자동 주차 기능과 '파킹 투 파킹(parking-to-parking)' 기능을 지원한다. LLM 기반 AI 어시스턴트와 완전 OTA 업데이트 기능도 지원하며, 800V 초고속 충전 아키텍처를 통해 10~80% 충전 시 약 20분 수준의 충전 속도를 실현한다. 사전 판매는 2026년 3월 시작됐으며, 상반기 중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 한국 시장 출시 전망
ID. 유닉스 08은 현재까지 중국 전용 모델로 발표됐으며, 유럽이나 한국 등 타 지역 출시 계획은 폭스바겐 측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 폭스바겐 그룹은 올해 중국에서 약 20개의 현지 개발 신에너지차(NEV)를 출시하고, 2030년까지 50개 모델까지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ID. 유닉스 08에 이어 후속 모델 'ID. 유닉스 07'도 올해 공개될 예정이며, CEA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라인업 확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샤오펑과의 협업이 폭스바겐의 전동화 기술력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 지켜보는 것이 현실적인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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