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웹툰·게임 등 콘텐츠 산업의 흐름과 전략을 살펴보고, 변화의 의미를 짚습니다.

게임업계에서 AI(인공지능)가 새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나온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게임 개발비를 거의 절반까지 줄이고 업계에 연간 220억달러 규모의 추가 이익을 안길 수 있다. 반면 테이크투 인터랙티브의 스트라우스 젤닉 CEO는 AI가 자산 제작 효율을 높일 수는 있어도 히트작까지 만들어주지는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게임업계의 AI 논쟁은 이제 찬반보다 'AI가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현실 점검에 가깝다.
AI 시대, 더 무거워진 개발 부담
AI 기대가 커진 배경에는 시장 구조의 변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뉴주는 2025년 글로벌 게임 시장 규모를 1888억달러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3.4% 성장한 수치다. 다만 뉴주는 시장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고 봤다. 시장이 커져도 예전처럼 쉽게 이기기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플랫폼별 흐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뉴주에 따르면 올해 모바일 게임 매출은 1030억달러, 콘솔은 459억달러, PC는 399억달러로 예상된다. 모바일이 여전히 가장 큰 시장이지만 성장 폭은 제한적이다. 반면 콘솔은 가장 빠른 성장세가 기대된다. 이제 시장은 이용자 수 확대보다 기존 이용자의 체류 시간과 지출을 얼마나 늘리느냐가 더 중요한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업계 내부 분위기에서도 드러난다.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의 2026년 조사에 따르면 게임업계 종사자의 36%는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52%는 생성형 AI가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비용 절감 압박은 커졌지만 창작의 중심까지 AI에 넘기는 데는 여전히 경계가 강한 셈이다.

AI가 줄이는 것은 비용, 못 바꾸는 것은 흥행
이런 국면에서 금융시장이 먼저 본 것은 흥행이 아니라 수익 구조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개발은 원래 비용이 많이 들고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AI가 환경 제작과 대사 생성, 테스트 자동화, 출시 후 개선 같은 반복 공정을 덜어주면 더 작은 팀으로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 그 결과 업계 전체에 연간 220억달러 규모의 추가 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AI는 새로운 대박 제조기라기보다 높아진 제작비와 운영비를 흡수하는 효율화 도구로 먼저 읽힌다.
다만 이 효과가 모든 회사에 똑같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모건스탠리는 AI 수혜가 유통과 데이터, 이용자 접점을 쥔 회사에 더 크게 돌아갈 수 있다고 봤다. 텐센트, 소니, EA처럼 강한 IP와 라이브 서비스 역량을 갖춘 회사일수록 AI의 효율화 효과를 더 크게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넷마블, 플레이티카처럼 프랜차이즈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회사들은 오히려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AI로 중간 규모 게임의 제작 비용이 낮아질수록 경쟁작은 더 많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이 압박을 버틸 IP와 팬덤이 없는 회사일수록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는 산업 전체 파이를 키울 수는 있어도 그 과실을 균등하게 나눠주는 기술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테이크투의 메시지가 더 눈에 띈다. 테이크투는 산하에 록스타 게임즈, 2K, 징가(Zynga) 등을 두고 '문명', 'NBA 2K', 'GTA'와 같은 전 세계 최정상급 IP를 보유한 글로벌 게임사다.
스트라우스 젤닉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AI가 자산 제작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히트작을 만들어주지는 못한다"며 "GTA 6에는 생성형 AI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I를 거부한다기보다 효율화 도구로서의 AI와 핵심 창작 영역을 분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게임은 제조업이 아니다. 더 빨리 만들었다고 더 크게 흥행하는 산업이 아니다. 세계관과 연출, 플레이 감각, 캐릭터의 매력, 팬덤 형성, 업데이트 방향은 여전히 사람의 판단과 감각에 크게 기대고 있다. AI가 바꾸는 것은 비용 구조와 제작 방식이다. 흥행의 마지막 한 끗까지 대신하는 기술은 아니라는 점에서 지금 게임업계의 진짜 승부는 AI를 쓰느냐보다 어디까지 AI에 맡기고 어디부터 사람의 창의성을 붙들고 갈 것이냐에 달려 있다.
이런 고민은 테이크투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올해 2월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부문 수장으로 임명된 아샤 샤르마(Asha Sharma)도 취임 직후 “게임은 지금도 앞으로도 예술이며 인간이 만들고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완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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