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벌써 70을 넘어 신곡을 발표한다는 것이 어렵습니다만, 열심히 열심히 해 봤습니다."
'가왕'(歌王) 조용필이 22일 2013년 '헬로'(Hello) 이후 11년 만의 정규음반인 20집 '20'을 발표하고 가요계로 돌아왔다.
조용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신보 발매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아마도 앨범으로서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새로운 좋은 곡이 있으면 또 (신곡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내를 가득 채운 취재진을 바라보며 "이런 건(기자 간담회) 조금 쑥스럽다. 차라리 콘서트는 행복하다"며 "무대 뒤에서 대기할 때는 떨리지만, 나오면서부터는 다 (떨림이) 해소된다"고 했다.
조용필은 이번 '20'에서 록, 일렉트로니카, 발라드를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그래도 돼'를 비롯해 '타이밍'(Timing)·'왜' 등 신곡 3곡을 비롯해 총 7곡이 수록됐다.
신곡들은 모두 외국 작곡가의 곡이다. '그래도 돼'·'타이밍'은 임서현, '왜'는 서지음 작사가가 각각 노랫말을 썼다.
나머지 네 곡은 지난 2022년과 작년 싱글로 먼저 발표한 '찰나', '세렝게티처럼',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 '라'다.
조용필은 작업 기간이 길었던 이유를 묻자 "콘서트는 계속했지만, 음반은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닌 것 같다"며 "내 마음에 들어야 한다. 만들어 놓고 이튿날 날 다시 악보를 보면 '에라' 하고 딴 곡을 만들어 나오게 되더라. 그런 곡이 한 수백곡 됐다"고 말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박근형, 이솜, 전미도 등이 출연했다.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돌고래유괴단의 이주형 감독은 "희망이라는 단어가 유치해지리만큼 깜깜한 어둠 속을 걷는 이들에게, 그런데도 당신을 응원하는 음성과 시선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조용필은 "올봄 TV에서 스포츠 경기를 보는데, 카메라가 패자는 전혀 비추지 않고 우승자만 비추더라"며 "그래서 '패자의 마음은 어떨까, 속상하고 섭섭하겠지만 나 같으면 다음엔 이길 거야, 힘을 가질 거야, 지금은 그래도 돼, 한 번 더'하는 생각을 했다. 작사가를 만나 이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신곡을 소개했다.
또 다른 신곡인 3번 트랙 '타이밍'은 질주감 있는 일렉트로닉 팝 록 장르로, '사랑에는 타이밍' '인생에는 타이밍' '중요한 건 타이밍' 하는 반복 구절이 중독성을 자아낸다.
5번 트랙 '왜'는 단조와 장조,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전개가 인상적인 발라드다. 후반부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기타 솔로에 이은 몰아치는 현악 사운드가 돋보인다.
조용필은 1968년 록그룹 애트킨즈로 데뷔했다. 1976년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히트한 것을 시작으로 1980년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등이 수록된 1집으로 국내 가요계 사상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는 이후 국내 최초 단일 앨범 100만장 돌파, 최초 누적 앨범 1천만장 돌파, 국내 가수 최초 일본 NHK홀 공연 및 '홍백가합전' 출연, 한국 가수 최초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공연, 국내 가수 최초 미국 카네기홀 공연 등 무수한 기록을 세웠다.
그는 지난 2013년 19집 '헬로'의 큰 성공에 대해서는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