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민이 아니야" 10·20대 전용 클리닉 연 의사 선생님 [일본人사이드]
얼마 전 NHK에서는 10·20대 젊은 친구들이 성이나 몸에 대한 고민을 전문가에게 상담할 수 있는 '유스(youth) 클리닉'과 관련한 기획기사가 보도됐는데요. 일본에는 전국에 약 60곳이 있다고 해요. 산부인과 등 병원에 가는 것에 대한 주변 시선이 무서워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요. NHK에서는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에서 이를 운영하는 의사 몬마 미카씨를 인터뷰해 보도했습니다.
진료의 허들을 낮춰 모두가 자유롭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몬마씨의 소원이라는데요. 오늘은 유스클리닉을 운영하는 몬마 미카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몬마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산부인과와 함께 젊은이들을 위한 유스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평일 중·고등학생이나 20대 대학생들이 방문해 다양한 고민을 의사와 상담하고 있다고 합니다.
"약 때문에 생리통은 없어졌는데 몸이 부은 것이 신경 쓰인다"라는 고등학생의 상담부터 시작해 "HPV 백신은 맞았느냐"라는 말에 "주변은 안 맞았지만 저는 맞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나누는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이 이곳을 방문하죠.
여기서 진찰을 받는데 건강보험증은 필요 없습니다.
비용은 대부분 무료인데, 혹여나 치료나 처치를 받더라도 일률 500엔(4500원)으로 계산한다고 해요.
몬마씨가 이렇게 청소년을 위한 클리닉에 나서게 된 것은 2019년 일어난 신생아 유기 사건 때문입니다.
본인이 운영하는 병원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고등학생 커플이 아기를 낳고 유기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연달아 버려진 신생아가 강에서 발견된 사건이 발생했던 것인데요. 몬마씨는 "무슨 심정으로 엄마가 혼자 피를 흘리면서 낳았을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NHK에 "성과 관련된 일로 슬픈 생각, 억울함,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성에 대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책임으로 치부된다"며 "그러나 이런 시각 때문에 성적 착취를 당하고 있어도 내가 나쁘다고 생각해 상담받지도 않아 표면으로 문제가 드러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는데요. 몬마씨는 "부모에게도 학교에도 말할 수 없지만, 전문가에게는 상담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어 개설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방문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아마 병원까지 스스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기 쉽지 않았을 것인데요. 이를 고려해 몬마씨는 아예 병원 대기실을 개방하는 날을 마련했습니다.
매달 1회 토요일 오후에 중고등학생과 20대들이 모여 부담 없이 수다를 떨며 의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자리를 만들어놓은 것인데요. 간식과 음료를 준비하거나 관련 서적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무료로 네일, 헤어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해주는데요. 손톱을 꾸며주면서 또래끼리의 상담도 이뤄지기도 합니다.
가장 큰 목적은 자신을 소중히 다뤄주는 감각을 몸에 익혀서 학대나 폭력 상황에 처했을 때 '이상하다'라는 기분을 알아차리게 하자는 것인데요.
그래서 여기에는 '이곳이라면 나의 잘못으로 질책하지 않을 거야'라는 기분으로 편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오곤 합니다.
일본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늘면서 부모는 본국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자녀는 완전히 일본에 적응해 소통하기가 쉽지 않은 가정도 있는데요. 이런 친구들도 부모님께 터놓지 못하는 고민을 상담하러 온다고 합니다.
다 같이 즐겁게 이야기하던 중에 한쪽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관계 등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이처럼 성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도 좋다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젊은 친구들에게 이곳은 '마음의 안전한 장소'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몬마씨의 유스 클리닉에서는 남자친구에게 일상적으로 폭력을 당하고 있던 미혼모가 찾아와 몬마씨가 이를 도와주기도 했는데요. 다른 친구들에게 상담해도 헤어지라는 답만 듣고, 헤어지지 못하는 마음에 친구들이 피하거나 연을 끊으면서 고립된 것인데요. 교제 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와 연결해 전문 상담을 받게 하는 등 여러 도움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내담자는 "장래 희망인 어린이집 교사를 위해 다시 도전하고 있다.
이 유스클리닉은 내 마음이 성장할 수 있었던 좋은 장소"라고 NHK에 전했는데요.
몬마씨는 "모두가 떠안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장소로 유스클리닉이 전국에 퍼져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유스클리닉은 북유럽 국가에서는 굉장히 활발하게 체계를 갖췄다고 해요. 스웨덴의 경우 200곳 이상에 달하고, 일본에서도 전국에 60곳이 있는데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몬마씨는 "젊은 친구들에게는 성의 건강을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가 있다"며 "젊은이들이 내가 나쁘다, 잘못했다고 이를 누구에게 상담할 수 없는 채로 떠안아 버리면 오히려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태가 돼 있기도 한다"라고도 말했는데요.
요즘 우리나라도 미성년 부모 방송 등 다양한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원과 상담을 위해 이들이 방송 출연을 결심해야 할 정도로 그 창구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몬마씨의 유스 클리닉은 고민해볼 수 있는 시스템이네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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