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호 외국변호사와 신주연·정용재 변호사(법무법인 지평)가 베트남 투자 정보를 전합니다.
약 2120만명의 베트남 성인(전체 성인 인구의 약 17%)이 암호화폐를 사용한 경험이 있으며, 연간 거래 규모는 1000억 달러를 초과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2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될 만큼, 베트남의 암호자산 시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거래의 대부분은 베트남 정부가 감독하기 어려운 해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있었으나, 지난해 9월9일 베트남 정부는 암호자산 거래소 시범사업 허가에 관한 Resolution 05/2025/NQ-CP(Resolution 05)를 발표하며 규제 체계 정비에 나섰다. 아울러 같은 해 6월 국회에서 통과된 디지털기술산업법(Law on Digital Technology Industry)이 올해부터 시행되고, 디지털 자산을 재산으로 인정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고조됐다.
이러한 일련의 입법 동향은 비공식 암호자산 경제를 국가의 감독 체계로 편입하는 한편, 국내외 참여자들을 위해 새로운 투자 채널을 창출하고자 하는 과감한 조치로 평가됐다. 이에 힘입어 국내 사업자 중에는 업비트가 베트남의 MB Bank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빗썸도 베트남 시장 진출 의지를 밝히면서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거래소 시범사업자 선정을 위한 현지 시장 움직임
Resolution 05 발표 직후부터 베트남의 주요 금융사들은 베트남 최초의 규제된 디지털 자산 시장 개장이라는 역사적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Resolution 05는 적격 사업자를 엄선하기 위해 시범사업 허가 신청 요건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설정했다. 최소 자본금(Charter Capital)은 10조 동(약 3억 8000만~4억 달러)으로, 이는 상업은행의 법정 최소 자본금인 3조 동의 3배가 넘는다.
출자자 요건도 까다롭다. 65% 이상의 지분을 기관투자자로 구성하되 최소 2곳의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펀드운용사 또는 기술 분야의 기업이 35%를 넘는 지분을 보유해야 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율은 49%로 제한된다.
이러한 요건은 암호자산 거래소 운영자가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이 아닌 규제된 금융기관으로 기능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시범사업자는 자금세탁방지, 테러·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에 관한 각종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베트남 동(VND) 결제 의무화, 암호자산 발행 시 실물 기초자산 설정 등 보수적인 기준도 적용된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고, 시범사업자 승인을 위한 주요 컨소시엄이 잇따라 구성됐다. 컨소시엄에 주요 금융기관이 참여한 만큼 베트남 최초의 디지털 자산 거래소가 올해에는 공식적으로 시범운영을 개시해 국가 경제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시범운영기간이 종료되는 2030년 무렵에는 베트남의 암호자산 시장도 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리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었다.
시범사업자 선정 결과

지난달 19일 베트남 재무부는 암호자산 거래소 시범사업자 심사 결과를 공개했다. 위 7개 컨소시엄 중 1부터 5까지 5개 사업자는 이제 베트남 공안부와 중앙은행의 심사를 받게 된다. 나머지 사업자들은 베트남 재무부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베트남 재무부는 'DOLPHINEX'에 대해 제출한 회사 정관에 정관 시행일 및 창립주주에 관한 정보가 충분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기술 인력의 자격 관련 서류가 불완전하다는 점을 거부 사유로 지적했다. 'SSID'에 대해서는 신청 서류 양식에 이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하고, 회사 정관 등 제출 서류가 Resolution 05의 기준에 미달했다는 점을 거부 사유로 제시했다.
평가와 전망
금융사업자로서의 기존 입지가 탄탄해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던 MB Bank가 참여한 DOLPHINEX, 기존 자본시장을 선점한 SSI가 참여한 SSID가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은 예상 밖이었다. 특히 베트남 재무부의 심사를 통과한 다른 컨소시엄 사업자들과 이들의 전문성을 비교할 때 거부 사유로 제시된 정보 불충분 등이 과연 탈락에 결정적이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한편 베트남 재무부의 심사를 일단 통과해 이제 베트남 공안부와 중앙은행의 심사가 진행될 5곳의 사업자들도 Resolution 05가 정한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최종적으로 시범사업자 허가(거래소 라이선스 발급) 발급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는 △선정된 사업자 모두 10조 동의 자본금을 현재로서는 갖추지 못했으며 △LPEX와 TCEX의 경우 개인 투자자의 지분이 월등해 기관 투자자 지분 요건을 준수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번 베트남 재무부의 승인은 기초 신청 서류 심사 결과다. 베트남 공안부와 중앙은행이 기술 인프라를 비롯한 물리적 요건, 사이버보안 기준 등을 충족했는지 평가 및 심사해야 한다. 이들 5개 컨소시엄이 이를 통과해 시범사업자 허가를 거머쥘 수 있을지, 통과하지 못한 컨소시엄이 있을 경우 3월에 탈락한 2곳의 컨소시엄이 기회를 얻게 되지 않을지, 최초 허가된 5곳의 컨소시엄이 이번에 모두 발급될지 등 의문에 대한 해답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베트남 정부의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Resolution 05는 암호자산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서, 국제금융센터(IFC) 도입과 함께 베트남의 금융환경 개선, 그리고 금융산업의 발전 및 확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번 컨소시엄 선정 결과에 비춰 이러한 비전의 이행이 투명하고도 신속할지, 시장 참여자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베트남의 암호자산 시장에 투자 또는 참여할 기회를 탐색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Resolution 05에 따른 최종 시범사업자 허가 발급 결과를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제도 및 정책적 변화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암호자산 시장 참여를 위하여는 로컬 사업자와의 협업이 필수적인 점을 유의하면서 현지 시장 및 제도 동향에 알맞은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박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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