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검열 당국, 애플 에어드롭·블루투스 겨냥
중국이 검열 확대의 일환으로 '에어드롭'이나 '블루투스'와 같은 모바일 파일 공유를 제한할 계획이다.
6일(현지시간) 중국 인터넷 규제 당국은 이 계획에 대한 한 달간의 공개 논의를 시작했다.
규제 당국은 서비스 제공자가 특히 불법적이고 "바람직하지 않은" 정보 확산을 방지하길 원한다.
활동가들은 이 조치로 인해 집회나 정보 확산이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국은 인터넷 통제가 엄격해 만리장성에 빗댄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 중국에서 블루투스나 에어드롭과 같은 파일 공유 기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반정부 시위자들은 정치적 의견을 모으고 확산하기 위해 에어드롭을 자주 사용했다. 예를 들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사적인 3선 연임이 가까웠던 지난 10월, 일부 활동가들은 상하이 지하철에서 에어드롭으로 반시진핑 포스터를 공유했다.
에어드롭 기능은 활동가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개인 정보를 노출할 필요 없이 감시 대상인 중앙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고도 근거리 블루투스 연결로 낯선 사람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직후, 애플은 중국에서 에어드롭 기능을 업데이트하면서 이용 범위를 제한했다. 현재 아이폰 및 기타 애플 기기의 중국 사용자는 연락처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에게서 파일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10분으로 제한된다.
10분이 지나도 파일을 받을 수 있으려면 연락처에 등록된 사람이어야만 한다. 애플은 이 업데이트가 중국부터 도입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테크 대기업 애플은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친정부 기조를 보여 비판을 받아왔다.
활동가들은 중국이 국가 안보와 공익을 내세워 이런 규제를 옹호해 왔으며, 최근에는 얼마 안 남은 파일 공유 기능마저 제한을 걸고 억압 중이라고 말한다.
6일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이 발표한 계획안에 따르면, 사용자는 "바람직하지 않은 정보의 생산, 복제, 배포를 방지하고 이에 저항"해야 한다. 규정 초안에서는 이를 준수하지 않는 사용자를 당국 신고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사용자는 실명을 등록해야만 파일 공유 기능을 이용할 수 있으며, 해당 기능의 기본 설정은 '꺼짐'(off)이어야 한다.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인권 운동가 린셩량은 "당국이 반대 의견을 잠재우기 위해 인터넷 우회로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이런 규제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린셩량은 중국에서 추방된 사업가 겸 정치 운동가의 말을 티셔츠에 인쇄한 혐의로 선전에서 잠시 구금된 뒤 중국을 떠났다.
전체주의에 대한 조지 오웰의 경고를 담은 "중국이 1984년으로 향하고 있다"는 문구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휴대전화·앱 개발자가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려면 새 규정에 따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앱스토어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자들은 '위챗'처럼 검열 기능을 제공해야 하고 삭제 명령을 받게 된다. 이러한 새 규정은 중국 밖의 앱에서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 규정은 활동가들이 유용하게 사용하던 파일 공유 기능들을 콕 집어 제한한다. 파일 수락을 기다리지 않고 낯선 사람에게 콘텐츠를 공유하는 기능이나 기기 페어링을 허가하는 기능 등이다.
또한, 사용자가 특정 연락처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는 기능이 생겨 특정 기기의 파일 공유를 쉽게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의 불만 등록에 관한 규정도 있다.
검열 당국은 이미 온라인에서 사진·영상·댓글을 가차 없이 삭제 중이며, 금지 단어 목록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노련한 활동가들은 새로운 우회로를 찾고 있지만, 에어드롭과 같은 만리방화벽의 작은 틈새도 서서히 막히고 있다.
사용자들은 여전히 가상 사설망(VPN)을 사용해 규제를 우회할 수 있지만, 활동가들은 그 수가 너무 적어 영향을 미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린셩량은 최근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촉발된 시위의 물결이 그리 쉽게 멈추지 않을 새로운 정치적 각성을 의미한다고 믿는다.
린셩량은 "우리는 목소리를 낼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용기를 내고 단결한다면, 침묵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