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10번, 손흥민 7번… 양보할 수 없는 자부심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나설 48국 1248명 최종 명단이 지난 2일 확정되면서 유니폼 등번호도 모두 결정됐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최종 엔트리 26명이 반드시 1~26번 중 하나의 번호를 달도록 규정하고 있다. 울산 HD와 즈베즈다(세르비아)에서 66번을 고수해 온 수비수 설영우가 한국 대표팀에선 22번을 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니폼 가슴과 등에 새긴 번호는 축구 선수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숫자를 통해 팬들은 해당 선수의 포지션과 스타일을 유추할 수 있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의 10번이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7번처럼 숫자 그 자체가 스타 플레이어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1924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축구 등번호는 1954년 스위스 대회를 기점으로 월드컵 무대에도 등장했다. 축구에서 가장 유명한 숫자는 역시 ‘10’이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만 17세 펠레가 10번을 달고 브라질을 정상으로 이끌면서, 10번은 팀의 에이스를 상징하는 번호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와 로타어 마테우스(독일), 지네딘 지단(프랑스) 등의 축구 영웅들이 월드컵 무대에서 10번의 명성을 드높였고, 최근에는 메시와 킬리안 음바페(프랑스)가 그 전설의 계보를 잇고 있다.
10번 에이스의 존재감은 월드컵 골든볼(MVP) 수상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월드컵 최우수 선수에게 수여되는 골든볼은 1982년 스페인 월드컵부터 공식 제정됐는데, 지난 11차례 대회에서 10번 선수가 6차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2006년 지단을 시작으로, 2010년 디에고 포를란(우루과이), 2014년 메시, 2018년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 2022년 메시까지 최근엔 10번이 골든볼을 독식하고 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상징은 9번이다.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6골을 터뜨려 ‘유러피언 골든슈(유럽 최상위 리그 최다 득점자에게 주어지는 상)’를 받은 해리 케인(잉글랜드)과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엘링 홀란(노르웨이)이 대표적인 9번 골잡이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이 나온 등번호도 322골의 9번이다. 10번(315골), 11번(235골), 7번(179골)이 그 뒤를 따른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9번은 득점과 가장 인연이 깊은 번호다. 1986년 최순호를 시작으로 1990년 황보관, 2002년 설기현, 2006년 안정환, 2014년 손흥민, 2022년 조규성(2골)까지 9번을 달고 월드컵 본선에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7번(5골)과 17·19번(이상 4골)이 9번의 뒤를 잇고 있다. 7번은 박지성과 손흥민, 19번은 안정환과 김영권이 각각 2골씩 책임졌다.
9번이 주로 중앙 공격수의 번호라면, 7번과 11번은 전통적으로 발 빠른 윙어들이 선호하는 백넘버다. 특히 호날두를 상징하며 더욱 위상이 높아진 7번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브라질), 우스만 뎀벨레(프랑스), 부카요 사카(잉글랜드), 손흥민 등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달고 뛰는 번호다. 마이클 올리세(프랑스)와 하피냐(브라질)는 11번을 대표하는 스타다. 16골로 월드컵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한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가 11번을 달고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수비의 핵에겐 주로 4번이 돌아간다. 올 시즌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의 뒷문을 잠근 중앙 수비 3인방 다요 우파메카노(프랑스), 조나단 타(독일), 김민재가 모두 4번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에 나선다. 파리 생제르맹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주역 마르키뉴스(브라질)도 세계적인 4번 센터백이다.
FIFA 규정상 1번은 골키퍼에게 배정해야 하기 때문에 마누엘 노이어(독일), 티보 쿠르투아(벨기에) 등 세계적인 골키퍼들은 주로 1번을 단다. 반면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아르헨티나·23번), 조현우(21번)처럼 다른 번호를 선택한 주전 골키퍼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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