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폭우’ 파도가 뱉었다?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사진)이 파도를 타고 수면 밖으로 나오면서 해안 도시의 공기를 오염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세 플라스틱의 새로운 공급원이 발견된 것이어서 향후 호흡기 건강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추가 조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미국 지구물리학회가 발간하는 매체인 ‘EOS’는 뉴질랜드 연구진이 해안에 인접한 자국 도시인 오클랜드의 대기를 분석한 결과, 바다와 도시 대기 속의 ‘미세 플라스틱’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미세 플라스틱이란 5㎜보다 작은 플라스틱을 뜻한다. 꽤 큰 크기의 플라스틱이 해양에 유입된 뒤 햇빛과 파도에 노출돼 잘게 쪼개져 만들어진다. 과학계에선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의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폐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 연구진은 2020년 총 9주에 걸쳐 오클랜드 대기를 관찰했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미세 플라스틱을 포집하기 위해 유리병으로 만든 장치 2개를 설치했다.
관측 결과는 미세 플라스틱의 다량 검출이었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해 오클랜드에 1년간 최소 74t의 미세 플라스틱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페트병 300만개에 해당하는 막대한 분량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플라스틱 폭우’가 내리고 있었던 셈이다.
연구진은 0.01㎜ 수준의 매우 작은 ‘초미세 플라스틱’도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정도 크기의 플라스틱은 쉽게 흡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이 특히 주목한 건 미세 플라스틱의 공급원이다. 연구진은 오클랜드 앞바다를 지목했다. 연구진을 이끈 조엘 린델로브 오클랜드대 교수는 EOS를 통해 “(오클랜드 해안인) 하우라키만에서 초속 15~20m의 바람이 불어왔을 때 미세 플라스틱 양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정도 풍속은 나무의 잔가지가 부러지는 강한 바람이다. 바닷속에 떠돌던 미세 플라스틱이 어떤 이유로 인해 공기 중으로 나왔고, 이때 분 바람이 이동 수단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바닷속 미세 플라스틱은 어떻게 물 밖으로 나왔을까. EOS와 연구진은 원인을 파도에서 찾았다. 파도가 칠 때는 수면 밖으로 미세한 물방울이 튀는데, 여기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이 공기 중으로 방출됐다는 것이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바다가 역습을 가한 셈이다. 연구진은 “향후 인간의 호흡량과 독성학적 위험의 관계 등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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