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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에 컵라면? '천국' 혹은 '지옥'

조회수 2022. 11. 15. 17: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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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고 돌리기만 하면 단 몇분 만에 그럴듯한 음식이 완성되는 한국인의 소울가전 전자레인지. 다만 이것만은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안 되는 폭탄 취급을 받았는데, 바로 컵라면이다. 이렇게 경고 표시를 해놔도 맛 고수를 자처하는 친구들은 나만의 레시피라며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곤 했는데 불꽃 튀는 소리가 조금만 들려도 가슴이 콩닥콩닥.

그런데 언제부턴가 가슴 졸이지 않고 맘편~히 전자레인지에 돌릴 수 있는 컵라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튜브 댓글로 ‘컵라면은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어야 제맛인데, 왜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 되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라면회사에 직접 물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자레인지 조리불가 용기’라고 적혀있는 제품은 뚜껑 안쪽이 알루미늄 금속박 재질이어서 전자레인지 돌리면 불이 날 위험이 있거나 용기 자체가 열에 약해서 변형될 우려가 있는 것들이다.

일단 뚜껑부터 보자. 삼양의 설명은 이렇다.

삼양 관계자
“일반 (컵라면) 용기의 경우 뚜껑에 알루미늄이 포함돼 전자레인지 조리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뚜껑을 완전히 제거한다고 해도 뚜껑과 접해있던 용기 씰링 부위에 알루미늄이 남아있다면 전자레인지 조리시 스파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불탄 컵라면을 보면 용기 윗부분부터 타들어 간 걸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전자레인지에 돌릴 수 있는 컵라면 뚜껑은 안쪽에 금속박이 없고 내열성이 강한 흰색의 폴리에틸렌 재질로 돼 있어서 이 뚜껑을 뭘로 만들었느냐가 중요한 기준이다.

다음으로 용기 재질 차이인데 열을 견디는 정도 내열성이 달라서다. 근데 과거에 우리가 걱정했던 비스페놀A나 프탈레이트 같은 환경호르몬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는 점을 확인하고 넘어가자. 전자레인지 사용 여부에서 문제는 다른 건데 끓인 물을 붓는 정도로는 괜찮지만 전자레인지로 조리할 때 내열성이 약한 용기들은 변형되거나 구멍이 날 위험이 있다는 거다.

1982년 출시돼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컵라면의 근본 육개장 사발면(큰 사발 아님)은 용기 재질이 폴리스티렌(PS)이라는 플라스틱인데, 재료값이 싸지만 내열성이 약해 요즘 잘 쓰지 않는다. 이걸 만약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용기가 녹아버릴 위험이 있고 뚜껑도 알루미늄 재질이어서 위험하다. 그래서 농심의 경우 새로 출시하는 전자레인지용 컵라면은 160도까지 견딜 수 있는 폴리프로필렌(PP) 소재의 용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눈여겨볼 것은 요즘 많이 쓰이는 폴리에틸렌(PE) 재질인데 이것도 회사나 제품에 따라 전자레인지 사용 여부가 다르니까 살 때 잘 확인해봐야 한다. 편의점에서 파는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보면 로제나 크림까르보, 4가지치즈는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데 다른 제품들은 그렇지 않다. 삼양에 물어보니 최근 출시된 제품들의 경우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하는데, 재질이 같은 폴리에틸렌이더라도 일반 컵라면 용기는 녹는점이 106도, 전자레인지용은 132도로 차이가 크다.

라면회사들이 최근 전자레인지용 제품을 늘리는 건 편의점 문화 영향도 있지만 전자레인지를 활용하면 봉지라면을 끓인 것과 같은 맛을 구현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면 ① 물의 온도가 조리 내내 100도 전후로 유지되기 때문에 끓는 물에 조리한 것처럼 식감과 국물 맛이 좋아지고

② 마이크로파가 모든 수분과 반응해 라면을 골고루 익힐 수 있다는 게 라면회사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라면 회사에서 ‘조리한 직후 국물의 온도’를 비교해본 결과, 기존 컵라면은 80도 전후인 데 반해 전자레인지용 컵라면은 99도였다고 한다.

그럼 안전 문제를 떼어놓고 맛으로만 봤을 때 모든 컵라면을 전자레인지 겸용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럴 경우 기존의 컵라면 레시피를 다 바꿔야해서 신제품 위주로만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삼양 관계자
"전자레인지용 조리 방법은 전자레인지를 사용했을 때의 물이 소실되는 양과 면의 상태 등을 고려하여 설정한 시간입니다. 첫 개발 단계부터 전자레인지용으로 개발할 것인지 일반 조리 방법으로 개발할 것인지 컨셉에 맞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괜찮은지도 물어봤는데. 전자레인지용 용기는 4~5분 이상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안전하지만, 찬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최적의 맛을 내기 어렵다고 한다. 볶음면류는 별 차이가 없는데, 국물 라면의 경우 차이가 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리하면, 전자레인지에 기존 컵라면을 돌릴 때 환경호르몬은 걱정 안해도 되지만, 뚜껑이 알루미늄 재질로 돼 있다면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만의 레시피도 좋지만 모두의 안전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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