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절대 창업 하지 마세요" 100명 중 95명이 망했다

제주도에서 청년 창업자들의 폐업률이 급증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제주에서 창업한 청년 기업(20·30대) 중 무려 95.8%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창업자의 경우 폐업률이 2021년 66.6%에서 2023년 97.0%로 급격히 증가했다.

▶▶ 제주 청년 창업, 100곳 열면 95곳 문 닫아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간한 '제주지역 청년 창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제주에서 창업한 청년 기업은 2,708개인 반면, 폐업한 기업은 2,553개로 집계됐다. 이는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이 95.8%에 달하는 수치로, 다른 연령대 평균보다 11.6%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만 놓고 보면 2021년 폐업 비율이 66.6%였지만 2023년에는 97.0%로 급증했다. 이는 창업한 청년 사장과 폐업한 사장 수가 거의 비슷했다는 의미다.

▶▶ 관광 경기 악화, 청년 창업자에 직격탄

이처럼 높은 폐업률의 주요 원인으로는 제주 지역의 관광 경기 악화가 지목되고 있다. 제주도는 관광산업이 발달한 지역 특성상 청년들의 창업이 식당과 여가업에 집중되어 있다. 2023년 말 기준 제주 청년 창업 기업의 업종별 비율(복수 응답)은 여가업(24.3%), 음식업(23.5%), 제조업(22.4%), 교육업(21.3%), 도소매(17.1%), 숙박업(11.5%) 순으로 나타났다.

2023년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 내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20대와 30대 청년 기업의 폐업 업체가 2018년 대비 각각 17.1%, 13.0% 증가했다. 연구진은 "제주도의 청년 창업은 창업 자금 등 진입장벽이 낮고 관광 경기와 밀접한 생활·문화 분야 업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청년 창업 업체는 관광 경기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 도외 출신 청년 창업자, 더 큰 어려움 겪어

청년 기업 중 다른 지역(도외) 출신 경영자의 폐업도 증가세를 보였다. 제주도 청년 폐업 기업 중 도외 출신 경영자 비율은 2018년 79.4%에서 2023년 101.3%로 21.9%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도외 출신 폐업자가 도내 폐업자 수를 추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준비 없는 창업, 실패의 주요 원인

창업 의지와 준비가 부족한 청년 창업가의 태도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주지역 청년 창업 지원기관 관계자들은 "청년 창업자들은 치열함보다 일·생활 균형이 더 중심이었다"며 "사업 성공보다 지원정책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현상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도 청년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음식점업의 경우 2023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1년간 청년 창업 대비 폐업률이 127.5%에 달했다. 이는 청년들이 100개의 식당을 창업하는 동안 127개의 식당이 문을 닫았다는 의미다.

▶▶ 청년 창업 생태계 조성 시급

제주지역 청년창업의 문제점으로는 청년창업 관련 지원사업의 중앙정부 의존, 법적·제도적 기반 취약, 맞춤형 창업교육 프로그램 부족, 제주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창업아이템 발굴 미흡, 청년창업 관련 기관(단체)간의 네트워크 미흡, 창업 후 실패에 따른 안전망 부재, 창업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이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창업 생태계 조성, 창업교육훈련 생태계 구축, 창업 사업화 및 투자회수 지원 전략, 창업 재도전 보장과 정리 촉진 전략 등을 추진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가칭) 「제주특별자치도 청년창업 활성화 등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청년창업 활성화 정책 지원사업의 홍보 강화,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기업가정신 함양 교육 프로그램 도입, 창업동아리 활동·운영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을 향후 정책 대응과제로 제안하고 있다.

▶▶ 지속가능한 청년 창업 환경 마련해야

제주도의 청년 창업 폐업률 증가는 단순한 개인의 실패를 넘어 지역 경제와 청년 일자리 문제와도 직결된다. 따라서 청년들이 제대로 된 준비와 계획을 바탕으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관광 경기에만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창업 아이템 발굴과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창업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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