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대로 거듭난 토요타자동차(이하 토요타)의 캠리(Camry)를 시승했다. 토요타 캠리는 혼다의 어코드와 함께 오랫동안 미국 중형 세단 시장의 베스트셀러로 자리해 온 모델로, 국내 시장에서는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출범한 2009년부터 6세대 모델의 판매를 개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토요타의 새로워진 캠리를 시승하며 그 매력을 파헤쳐 본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캠리는 현재 최상위 트림인 XLE 프리미엄 그레이드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5,360만원(개소세 5% 기준)
새로운 캠리의 외관은 기존의 캠리에 비해 더욱 깔끔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캠리에는 현대적인 감각의 실루엣을 강조한 '에너제틱 뷰티'(Energetic Beauty) 디자인 컨셉으로 더욱 강렬하고 역동적인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현재 토요타가 자사의 신형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적극 반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차량의 전체적인 형상에서는 기존 8세대 캠리의 모습들도 드러난다. 이는 현행의 9세대 캠리가 다름아닌 그 8세대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엄밀하게 따지고 들어간다고 한다면, 스킨체인지에 준하는 대규모 페이스리프트에 더 가깝다고도 할 수 있겠으나, 토요타 측에서 완전 변경 모델로 소개하고 있기에, 여기서는 9세대로 소개하겠다.
전면부에서는 토요타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의 핵심 구성요소인 해머헤드(Hammerhead) 스타일의 전면부 디자인이 적용돼있다. 기존의 8세대 캠리도 날렵한 인상을 강조하고 있었지만 9세대에 이르러서는 더욱 단단해 보이는 느낌을 주고 있다. 여기에 기존 8세대 캠리와의 접점이 엿보이는 사다리꼴의 대형 공기흡입구의 형상이 어우러져 전반적으로 모래시계에 가까운 모습을 형성하는데, 이는 차량의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인상을 강조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여기에 레이싱에서 영감을 받은 전면 코너의 에어벤트를 더해 더욱 날렵하고 스포티한 인상을 자아낸다.
측면에서는 8세대 캠리와의 접점이 조금 더 눈에 띄게 타난다. 물론 기존 대비 40mm 길어졌지만 전체적인 형상은 기존과 같이 유려하고 매끄러운 형상은 여전하다. 다만 기존과 달리 토요타의 최신 디자인 언어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단순해진 곡면과 엣지의 처리를 통해 더욱 간결하고 단단해 보이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뒷모습에서도 8세대와의 접점이 드러난다. 바로 C필러 안쪽으로 파고드는 형상의 뒷유리다. 이러한 형태의 뒷유리는 차량의 형태를 더 매끈하면서도 스포티하게 보이도록 한다. 전반적으로 직선적인 느낌이 주류가 되는 9세대의 디자인에 은연중에 녹아 들어가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앞모습과 같은 인상의 테일램프를 적용해 통일성을 꾀하는 한 편으로, 더욱 간결해진 조형을 통해 더 깔끔해진 분위기로 거듭났다.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전면적으로 도입되면서 기존의 캠리에 비해 한층 현대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외관에서의 변화는 기존 캠리와의 접점이 남아 있는 느낌을 주었던 반면, 인테리어에서는 기존 캠리의 느낌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환전히 새로워진 스타일로 거듭난 대시보드 둘레는 기존의 캠리보다 한층 더 고급스러워진 느낌마저 준다. 극단적인 수평기조를 강조하는 형상으로 빚어져 있으면서도 운전자 중심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소재 면에서도 더욱 고급스러운 질감의 소재들을 채용하고 있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12.3인치 규격의 대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다. 새로워진 디스플레이는 더욱 개선된 해상도와 터치감응성, 그리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UI를 떠올리게 하는 토요타의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토요타 커넥트(Toyota Connect)'가 적용돼 더욱 개선된 편의성을 제공한다. 내장형 내비게이션은 여전히 파인디지털의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있다. 오디오는 JBL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된다. 이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가 전 트림에 기본 제공된다. 이 뿐만 아니라 시승차인 신형 캠리의 XLE 프리미엄 그레이드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적용된다.
그러나 캠리의 인테리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별도의 스위치 패널로 마련되어 있는 공조장치 패널이다. 근래 출시되는 최신형 차종들은 더 깔끔한 센터 페시아 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해 별도의 터치패널을 사용하거나 중앙 디스플레이에 구겨 넣는 경우가 많지만 캠리는 그렇지 않은 차들 가운데 하나다.
이 뿐만 아니라 계기판 역시 돌출된 형태가 아닌, 고전적인 배치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 또한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이는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보수적인 접근방식을 취하는 일본계 브랜드의 특징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 일부는 이렇게 보수적인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두고, "10년 전 스타일" 내지는 "구시대적인 스타일"이라는 식으로 저평가할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익숙한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앞좌석의 착좌감은 기본 대비 더욱 개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승한 XLE 프리미엄 그레이드 한정으로는 편의성까지 향상되었다. 기존 8세대까지만 해도 제공하지 않았던 3단계 통풍기능이 드디어 적용된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시장의 끊임없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줄곧 없었던 통풍시트가 이제서야 적용되었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여기에 조수석의 전동조절 기능 또한 기존에는 4방향만 제공했던 것과 달리, 8방향 전동조절 기능은 물론, 전동식 요추받침도 포함된다. 운전석에는 메모리 기능까지 적용된다.
시승차인 XLE 프리미엄 그레이드의 뒷좌석은 기존의 캠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을 넘어, '바라지도 않았던' 옵션들이 대거 추가되어 있다. 뒷좌석 측면 창과 뒷유리에 적용된 선셰이드가 그 중 하나다. 이 뿐만 아니라 뒷좌석 암레스트에는 뒷좌석 전용의 공조장치 조작 패널 및 오디오 리모컨이 내장되어 있으며, 심지어 리클라이닝 기능까지 적용되어 있다! 중형 세단임에도 국산 준대형 세단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수준의 뒷좌석 편의장비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뒷좌석의 착좌감 또한 기존 대비 한층 개선된 느낌을 주며, 리클라이닝 기능 덕분에 성인에게도 여유로운 거주성을 제공한다.
트렁크 용량은 기존 8세대 캠리와 동일한 428리터의 공간을 제공하며, 하위 트림인 XLE는 기존과 동일한 6:$ 분할접이식 시트가, 시승차인 XLE 프리미엄 그레이드는 스키스루 기능을 제공한다.
새로운 캠리의 파워트레인은 기존 대비 개선된 5세대의 THS(Toyota Hybrid System)이 적용된다. 엔진은 기존과 같은 직렬4기통 2.5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사용하지만 더욱 향상된 성능의 모터제너레이터(MG)를 적용해 시스템 합산 227마력의 최고출력을 제공한다. 엔진의 최대 토크는 22.5kg.m/3,600~5,200rpm이다.
새로워진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갖추게 된 캠리는 동력성능 면에서 기존 대비 한 발 더 빨라진 순발력을 제공한다. 스로틀 개도가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비례해 상승한다는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으며, 풀 하이브리드 구동계 특유의, 구동 주체가 전이되면서 발생하는 이질적인 느낌도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자연스럽다. 개선된 동력성능 덕분에 주행이 한층 즐거워지는 느낌이다.
정숙성 역시 기존 대비 확실히 더 좋아진 느낌이다. 토요타 측에서는 신형 캠리의 엔진 소음과 진동, 풍절음 등을 더 잡아내기 위해 여러 보강을 거쳤다고 한다. 기존 대비 하부 소음도 꽤 줄어들었다는 느낌도 준다. 다만 특정한 상황에서는 엔진소음이 유독 부각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엔진이 발전(發電)만을 담당하고 있을 경우다. 이 시기에는 엔진 회전수가 특정한 회전수(회전계가 없어서 알 수가 없음)에 고정되는데, 이 때의 소음은 평상시의 조용함과 크게 대비된다.
승차감 역시 기존 대비 더욱 가다듬어진 느낌이다. 특히 시승한 XLE 프리미엄 그레이드는 편안함을 지향하는 사양이지만, 기존 캠리 XLE 모델 대비 조금 더 묵직하고 절도 있는 느낌으로 변화했다. 승차감이 딱딱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전에 비해 더욱 든든해진 느낌을 전달하며, 안정감이 더욱 끌어올려지면서 기존의 캠리 대비 더 고급스러워진 감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이렇게 안정감이 더해진 하체설정과 당대에도 이미 상당한 수준의 구조강성과 저중심 설계를 실현한 글로벌 아키텍처(TNGA)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캠리는 주행의 경험 면에서도 더 향상된 경험을 제공한다. 스티어링의 반응은 더욱 정확해진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더욱 든든해진 하체 덕분에 페이스를 높였을 때에도 더욱 잘 따라와 주는 느낌이다. 기존 모델과 비교하자면 XLE 보다는 스포츠티한 주행 경험을 지향하는 XSE 트림에 한 발 더 가까워진 모습이다.
새로운 캠리에는 토요타의 예방 안전사양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SS: Toyota Safety Sense)'가 기본으로 적용되어 장거리 주행시 편의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더욱 안전한 운행 환경을 제공한다.
이렇게 모든 것이 향상된 토요타 캠리지만 변함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뛰어난 연비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정부공인 표준연비는 도심 17.5km/l, 고속도로 16.7km/l, 복합 17.1km/l에 달하며, 시승 중 기록한 평균 연비 또한 이와 근접하거나 역으로 상회하는 수치가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다. 특히 장거리 주행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도움을 받으며 정속주행을 하다 보면 대체로 20km/l 이상의 연비를 기록한다.
토요타 캠리는 사실 그 자체로도 훌륭한 중형 세단이다. 패밀리 세단의 기본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캠리는 세단의 주요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오랫동안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었고 국내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 세단을 찾는 소비자들로부터도 꾸준하게 선택을 받아왔다. 다만 그동안 캠리는 국내 시장에서는 편의장비의 부족이 줄곧 지적되어 왔는데, 새로운 캠리는 드디어 이 부분까지 해결해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꽤나 크게 다가온다. 기존의 캠리는 4천만원 초반대에서 시작해 4천만원 후반의 가격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새로워진 캠리, 그것도 시승한 XLE 프리미엄 그레이드는 무려 5,380만원으로 치솟았다. 이는 이전 세대의 캠리 XLE에 비해 거의 500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 편의장비가 대대적으로 추가된데다, 전지구적인 물가 상승에 환율 문제까지 겹치면서 이러한 가격이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과거부터 가격대 상으로 국산 준대형 세단과 경쟁하게 된다는 점도, 같은 가격이라면 더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이 반감될 수도 있는 여지가 있다. 물론, 한국토요타자동차 측에서는 다양한 금융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를 조금이라도 보완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격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만 있다면, 새로워진 토요타 캠리는 앞으로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원하는 소비자들로부터 계속 선택 받을 수 있는 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박병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