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쿠페, 단종 10년 넘어도 인기 여전해
국산 중고차가 별명까지 붙어가며 사랑받는 이유
특정 트림의 경우 2천만 원 넘겨 구하기 힘들어
도로 위에서 유난히 시끄럽게 다니는 제네시스 쿠페를 한 번쯤은 마주친 적이 있을 것이다. 배기음만 요란하고, 밟아도 제대로 나가지도 않을 것 같은 그 모습에 “저런 똥차로 왜 시끄럽게 굴지?”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 차, 의외로 없어서 못 구하는 ‘잇템’이다.

분명 도로 위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차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모델에 따라 ‘없어서 못 구하는 차’로 분류된다. 구형 2.0 터보 모델이라면 500만 원 선에서 접근할 수 있지만, 페이스리프트 이후 모델에 V6 3.8 엔진, 여기에 수동변속기를 조합한 이른바 ‘신삼수’ 모델은 2,000만 원을 넘는 가격에도 매물을 찾기 어렵다. 단종된 지 한참 지난 국산 쿠페에,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걸까.
정공법으로 부딪힌 마지막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현대에서 생산한 스포츠카다. 제네시스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한 현대차 최초의 스포츠카이며, ‘후륜 구동 쿠페’라는 세그먼트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선보인 모델이기도 하다. 흔히 ‘티뷰론과 투스카니의 후속작’이라는 표현이 붙지만, 성격만 놓고 보면 그 두 모델보다 훨씬 스포츠카의 본질에 가까운 차다.

차량은 2.0리터 터보 엔진을 장착한 모델과 V6 3.8리터 자연 흡기 엔진을 장착한 모델로 나뉜다. “스포츠카라면 V8은 못 돼도 V6는 돼야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다. 출력의 여유는 분명 3.8리터 쪽이 앞서지만, 실제로 3.8 모델을 경험해 본 오너들 사이에서는 ‘회두성이 떨어진다’라는 이야기도 자주 나온다.
배기량이 큰 엔진을 전면부에 얹은 만큼 무게 배분의 영향이 생기고, 그로 인해 코너에서 차의 머리를 돌리는 감각이 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3.8 엔진은 자연 흡기 고배기량 엔진만이 선사할 수 있는 RPM 영역의 감성과 배기 사운드라는 확실한 무기를 지니고 있다. 반면 2.0 모델에서 출력에 아쉬움을 느끼는 오너들은 기본 터보를 교체하는, 이른바 ‘14g 터보’ 튜닝을 선택하며,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성능을 끌어올린다. 이 차가 튜닝 문화와 함께 성장해 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변속기는 수동과 자동 중 선택할 수 있었다. 출시 초기에는 자동변속기 모델 역시 나름의 수요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현재는 수동변속기 모델 외에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자동변속기 차량의 변속기를 떼어내고 수동변속기를 얹는 ‘수동 스왑’ 튜닝이 흔하게 이뤄질 정도로, 수동 모델에 대한 선호가 압도적이다.
이 차량을 구매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스포츠 주행’을 염두에 둔 이들이다. 그에 맞춰 차량의 RPM과 운전자의 호흡을 직접 맞출 수 있는 수동변속기 모델이 자연스럽게 선택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체 왜 인기가 많은데?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스포츠 주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후륜 구동 스포츠카이면서, 국산 차라 부품값이 싸기 때문이다. 드리프트나 와인딩 같은 스포츠 주행에서는 사고와 파손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패독에서 차를 돌리다 살짝 부딪히는 정도는 애교에 가깝고, 산길에서 한 번 사고라도 나면 수리해야 할 부위는 순식간에 늘어난다.

이때 수입 스포츠카라면 수리비가 곧바로 부담으로 이어지지만, 제네시스 쿠페는 국산 차다. 부품 수급이 쉽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다. 게다가 출시된 지 오래된 만큼 애프터마켓 부품이 풍부해, 순정 복원부터 서킷 지향 세팅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망가져도 쉽게 다시 고쳐서 탈 수 있는 스포츠카’라는 점이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차의 인기는 트림별로 별명까지 붙일 정도이다. 페이스리프트 전과 후를 ‘구’와 ‘신’으로 나누고, 엔진 배기량에 따라 ‘이’와 ‘삼’, 변속기에 따라 ‘수’와 ‘오’를 붙인다. 이렇게 해서 ‘구이수’, ‘신삼수’, ‘신삼오’ 같은 별명이 만들어진다. 이 중에서도 신형 3.8 수동, 그리고 차체 강성을 저하시키는 썬루프가 없는 모델은 희귀성까지 더해져 2,000만 원을 넘는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한 시대를 떠나보내며
오래된 국산 중고차에 이 정도 금액을 쓴다는 건,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하지만 제네시스 쿠페 이후로 국산 후륜 스포츠카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설령 언젠가 비슷한 콘셉트의 차량이 나온다 해도, 전동화 시대를 맞이한 이상 수동변속기를 품은 내연기관 후륜 스포츠카를 다시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이 차는 단순한 중고차가 아니라,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시대를 마지막으로 체감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되었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대체제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전동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개인의 힘으로 거스를 수는 없다. 그렇기에 그 전에 마지막으로 느껴보고 싶은 짜릿한 수동의 손맛, RPM에 따라 울부짖는 내연기관 엔진의 진동, 그리고 후륜구동 스포츠카만이 선사할 수 있는 스포츠 주행의 맛. 제네시스 쿠페를 향한 집착은, 어쩌면 한 시대를 떠나보내지 못한 사람들의 미련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