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을 보라. 얼마 전 부산광역시가 사투리로 만든 관광 홍보송인데, “에헤이, 마, 하모”로 해도 뜻이 통한다. 경상도 사투리는 이렇게 짧게 끝나는 말들이 많다. 얼마 전 모든 예능PD와 작가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나는 솔로’에서도 대구 사람들은 잘 안쓴다는 옛날 대구 사투리를 쓰는 이분 때문에 경상도 사투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는데 이메일로 “경상도 사투리는 왜 짧고 센 발음이 많은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경상도 사투리 판별기로 유명해진 건 이 문장. ‘어느정도높이까지올라가는거예요?’를 말하는 건데 경상도식으로 발음해보면 이렇게 끝없이 올라가다가 끝에 살짝 꺾이는 게 정석이다. 그래서 특유의 억양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은데 이외에도 경상도 사투리에는 유독 말을 줄여서하는 어절 축약 현상이 두드러진다.
양민호 부경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 교수
“기본적으로 축약형, 한 글자나 두 글자 말이 많다고 해가지고 ‘쫌’이나 ‘마’나.”

발음 자체를 짧게 줄이다보니 모음이 단순해진다. 부사나 조사도 자주 생략한다.
김덕호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우리가 모음 체계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표준어에 단모음이 10개 있거든요. 그런데 경북은 오히려 6개만 존재하는 지역이 더 많습니다.”

또다른 예로 경북 경산에 있다는 이런 광고판을 보면 ‘칼끼없다’가 무슨 뜻인가 싶은데 뭐라 할(칼) 게(끼) 없을만큼 좋다 최고다 이런 뜻이고, 무보자도 먹어보자를 줄인 거다.

그렇다면 이런 특징은 왜 생긴 걸까. 사투리 연구자들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이유는 이게 원래 한반도 사람들의 말투에 가깝다는 것. 다른 지방과 다르게 중세국어의 영향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거다.
김덕호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우리가 보통 15세기에, 우리말에 15세기에 성조가 있었다고 하거든요. 그렇게 친다면 성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15세기의 발음 특징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이는 지형적인 이유로 설명할 수도 있는데 수도와의 거리가 가까웠던 충청도나 물길이 뚫린 전라도와는 다르게 산맥이 가로막았고 방언과 방언 간의 교류가 적어 다른 지역 영향을 덜 받았다는 거다.

경상도 해안지역의 경우 전통적으로 뱃사람들이 많았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파도 소리 때문에 대화를 길게 나눌 수 없어서 말을 최대한 단순한 발음으로 짧게 해야 했다는 것. 그래서 의미를 파악하려면 당시의 상황이나 맥락에 기대야 할 때가 더 많다. 이런 걸 언어학에서는 ‘노력경제’라고 표현하는데, 발음 자체를 힘을 덜 들이고 쉽게 하려고 한다는 뜻이다.
양민호 부경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 교수
“뱃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러니까 배와 관련된, 다음에 이쪽 부두에서 하시는 분들이 많아가지고 그쪽 말을 전달할 때 길게 말하기에는 조금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역사적으로 ‘왜구 침입’과 경상도 사투리 특성을 연관짓기도 한다. 일본과 가까운 거리에 있던 경상도 지역 전반에서 군영의 역할이 컸고, 지속적인 전쟁상태가 지속되는 와중에 언어가 쎄지고 딱딱하게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이근열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
“상당히 예전에는 (서울에서) 먼 길이잖아요. 먼 길이고 하니까 외곽 지역에 있었으니까 사람들이 자기만의 공간을 이루었는데, 거기에다가 또 군영이라든지 이런 게 많이 외부 침입을 많이 받다 보니까. 군영이라든지 이런 게 들어가 버리면 대개 보면 언어가 딱딱하게 발달하죠.”

같은 경상도 사투리라고 해도 대구를 중심으로 하는 경북과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경남은 좀 다르다. 높낮이가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또 발음의 길이라든지, 언어학 용어로는 ‘음장(音長)’ 차이도 있다.
김덕호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경남은요 음장이 없습니다. 장음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경북 사람들이, 대구나 이쪽 사람들이 마-산 이러거든요. 근데 경남 사람들은 마'산' 이럽니다.”

가까운 형을 부를 때도 부산경남권에서 상대적으로 ‘햄’ ‘행님’을 많이 쓴다면 대구경북 쪽에선 ‘히야’라고 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흥미롭다. 하지만 요즘 들어선 지역간 이동과 소통이 많아지면서 이런 경상도 사투리의 특징도 옅어지는 중이라고 한다.

이근열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
“국어학적 연구뿐만 아니라 그러니까 문화 콘텐츠 차원에서도 방언은 굉장히 중요해요. 그리고 지역에 이제 차별성과 고유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도 방언은 필요하다라고 믿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