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유대인은 알을 어디서 낳죠”…구원자 히틀러 위해 유대인 잡아 바치겠다는 소년 [씨네프레소]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4. 9. 1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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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조조 래빗'(2019)은 히틀러를 찬양하는 소년을 통해 우리 안의 편견을 들여다보는 영화다.

조조는 엘사에게 접근해 유대인의 정체를 속속들이 밝혀 히틀러에게 인정받겠다는 꿈을 키운다.

배제의 안경을 벗지 않으면 세상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조조는 그토록 혐오했던 유대인과 함께 지내는 동안 그녀를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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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프레소-134] 영화 ‘조조 래빗’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유대인은 어디 살아?”(조조) “네 머릿속에”(엘사)

‘조조 래빗’(2019)은 히틀러를 찬양하는 소년을 통해 우리 안의 편견을 들여다보는 영화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10세 소년 조조 베츨러(로먼 그리핀 데이비스) 시선을 따라가며 진행된다. 조조는 연약한 심성 때문에 또래 무리에 좀체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인데, 어느 날부터 히틀러를 자기 상상의 친구로 둔다.

강한 남자가 되고 싶어 당시 유럽을 지배한 나치스와 본인 정체성을 동일시한 것이다.

그러다 자기 집에 몰래 숨어 있던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를 찾게 된다. 조조는 엘사에게 접근해 유대인의 정체를 속속들이 밝혀 히틀러에게 인정받겠다는 꿈을 키운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10살 소년 조조(오른쪽)는 엄마(가운데)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다. 염원하던 독일 소년단에 입단하지만 겁쟁이 토끼라 놀림 받는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차별에도 인플레이션이 있다
그러니깐 ‘조조 래빗’은 차별이 얼마나 끔찍한지 다루는 작품이다. 배경과 소품, 화면의 색감까지 전 요소가 동화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이 영화에서 아동복 모델처럼 꾸민 조조는 타인을 배제하는 언어를 일삼는다. “여왕 유대인은 알을 어디서 낳느냐”는 발언은 아이의 언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폭력적이다.

사실 그건 아이의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조는 주변 곳곳에서 어른들이 일상처럼 내뱉는 발언 속에서 차별을 학습했다. 그토록 차별적인 말을 하는데도 그는 늘 나약한 ‘토끼’라고 놀림당하고, 더 강한 사람으로 자신을 꾸미기 위해 보다 폭력적인 단어를 탐색한다. 차별에도 일종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다.

히틀러는 조조의 상상 속 친구다. 친구들에게 겁쟁이 토끼라고 놀림받는 조조는 왜 하필 히틀러를 상상 친구로 삼았을까. [월트디즈니컴퍼니]
소년의 색안경을 벗겨주는 건 벽장 속 소녀 엘사와 엄마 로지 베츨러(스칼렛 요한슨)다. 그들은 ‘인종차별이 나쁘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서로를 보듬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조조는 힘으로 타인을 억누르는 것 말고도 사람과 관계 맺는 방법이 있다는 걸 배운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포용의 세상으로 안내받는 것이다.
어느 날 조조는 어느 날 자기 집에 몰래 숨어 있던 소녀 엘사를 발견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당신의 혐오는 정당한가요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이 영화는 시의성을 가질까. 세계대전이 끝난 지 반백 년도 훌쩍 지난 데다가, 독일에서도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나치즘 상징)를 소지하는 사람은 여론의 질타를 받는 세상이다. 과연 나치스의 유대인 배척이 오늘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야기인지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차별 없는 세상을 표방하는 현대에도 배제의 언어는 여전하다. 당장 온라인 뉴스 댓글 창만 열어봐도 지역과 성별, 직업, 소득, 국적을 근거로 한 차별의 말이 넘쳐난다. “그들은 공동체에 해를 입혀 왔기 때문에 거리를 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혐오는 정당화된다.

나치스도 자기의 탄압을 정당화할 근거는 있었다. 세상 모든 차별에는 늘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 우리는 노예제를 폐지하고, 참정권을 확대하고, 과거사를 확대하면서 과거 우리가 ‘합리성’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비이성이었음을 인정하게 됐다.

조조는 자신이 혐오하던 대상과 가까이 지내는 동안 사실 본인과 상대방 사이에 차이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배제의 안경을 벗지 않으면 세상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조조는 그토록 혐오했던 유대인과 함께 지내는 동안 그녀를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계속해서 차별하고 거리를 뒀다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인간적 친밀감이다. 어른들로부터 습득한 차별의 언어가 소년이 세계를 온전히 누리는 것을 가로막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기에 도입부에 인용한 이 영화의 대사(“유대인은 어디 살아?” “네 머릿속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ㅇㅇ한 유태인도, ㅇㅇ적인 한국인도, ㅇㅇ같은 일본인도 다 사람의 머릿속에 있을 뿐이다. 무지개를 빨주노초파남보로의 일곱 색깔로만 보는 사람은 그 속의 무수한 스펙트럼이 발산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영화 ‘조조 래빗’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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