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을 보라. 서울 지하철 3호선의 신형 전동차 내부 모습인데 역시 새거라 그런지 구형보다는 깔끔하고 쾌적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어딘가 어색한 이 느낌 뭐지? 아! 좌석 위에 있었던 선반이 없어졌다. 유튜브 댓글로 “왜 지하철에 짐 올려두는 선반이 사라졌는지 취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수도권 지하철 노선의 선반 현황을 전수조사했다.

지하철 선반 실종에 대해선 반응이 우호적이지는 않다.
우리가 왱구님들을 대상으로 커뮤니티에서 설문조사를 해보니 1만6000명 투표 중에서 선반이 필요하다 71%, 필요없다가 29%로 격차가 꽤 컸다.

수도권 지하철로 한정해보면 선반이 사라지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2004년 인천 1호선이 좌석을 불연재로 개조하면서 선반을 없앤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2007년 개통한 공항철도, 2009년 개통한 서울 9호선 등 신규 노선에서 선반이 아예 없거나 일부만 있는 전동차가 투입되기 시작했다.

2022년 현재 경전철을 포함해 수도권에 운행 중인 23개 노선 중 선반이 아예 없는 노선이 9개나 된다.

그럼 나머지 14개 노선은 어떨까. 서울 지하철 2·3호선은 2017년부터 신형 전동차에는 선반이 아예 없는 모델을 투입했는데 전체 2·3호선 전동차의 약 16.5%나 된다. 9호선엔 선반이 열차 1량의 가운데 양옆과 노약자석 쪽 한쪽에만 선반이 설치돼있는데 이런 방식이 2021년부터 지하철 4호선 5호선 7호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6·8호선과 경의중앙선, 경강선, 경춘선, 수인분당선, 서해선 등 8개 노선은 선반이 온전히 있는 전동차로 운행하고 있다. 이 중 6·8호선을 제외한 6개 노선은 전부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이 운영하는 노선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자체적으로 저희들이 눈으로 측정해보니 선반 이용률이 좀 낮았어요. (지하철) 한 칸당 1.4개, 선반이 있으면 유실물이 엄청 많이 생기거든요. 거기 얹어놓고 까먹고 (안 갖고) 내리시는데, 선반이 없으면 개방감이 좋고 쾌적한 느낌이 들거든요. 해외 지하철 같은 경우는 없는 나라가 꽤 많아요. 그리고 그 당시에 (런던) 지하철 테러가 있었어요. (선반) 위에 가방이 있으면 테러 위험성도 있고 하니 이런 것 때문에 2017년부터 신규로 도입했던 2, 3호선 588칸에 대해서 설치를 안 했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선반 있어도 이용률이 낮고 유실물만 많이 나오게 하고 시각적으로 꽉 막혀 보이는 데다 테러 위험성까지 있기 때문에 선반을 없애기로 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해외에서도 선반 없는 지하철이 대세라는 설명.

실제 찾아보니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구 주요국 지하철에서는 확실히 지하철 좌석 위에 선반이 없기는 하다. 그나마 일본만 우리처럼 선반이 있는 지하철이 많다.

그런데 해외에서 선반 안 쓴다고 우리까지 없애야 하나? 왱 커뮤니티 설문조사 댓글을 보니 필요하다는 입장에서는 ‘사람들 백팩 몇 개만 올려놔도 공간이 넓어진다’거나 ‘무거운 짐을 들었을 때 올려놔보니 개꿀이었다’ 같은 반응이 많았다. ‘지금 나한테는 필요 없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필요할 것’이란 댓글도 많은 공감을 받았다. 물론 필요없다는 입장에서는 ‘짐 내릴 때 무게 주체못해서 앉은 사람 다친다’ ‘실제로는 선반에 가방 몇 개 안보인다’는 댓글도 있었다.

임광균 송원대 철도경영학과 교수
"결국에는 (이용객의) 편리함을 얼마만큼 희생시키고 나서 그에 상응하는 효과가 나타나느냐를 봐야 하는데 운영기관에서 얘기하는 미관, 유실물, 테러 위험, 다른 나라도 그랬다 하는 것들은 사실 좀 궁색하다. 정말 (선반을) 없애고 싶으면 그에 상응한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되겠다"

선반을 없애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좀 약하다 보니까 선반을 없앤 게 결국 경제논리, 지하철 광고를 더 잘 보이도록 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늘어나는 지하철 적자로 역명 병기사업까지 하고 있는 와중이라 그런 의심이 확산되는데 서울교통공사 측은 그건 절대 아니라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그건 아니에요. 그게 모서리 광고라고 그러거든요. 그 시장이 죽어버렸어요. 왜 죽었냐면 스마트폰이 들어오면서 사람이 거기를 쳐다볼 일이 없어요. 그러니까 그것도 이제 광고가 안 돼요"

서울교통공사 측은 2·3호선 신형 전동차에 선반을 아예 없애버린 뒤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작년부터 투입한 4·5·7호선 신형 전동차에서는 9호선처럼 선반이 일부 있는 형태로 제작해서 투입했다. 2·3호선 전동차에 따로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결국 미관상 이유, 유실물, 테러 위협, 글로벌 트렌드 등을 내세워 선반을 없앴는데 그에 대한 반발이 생기니까 일부라도 다시 선반을 만드는 식으로 회귀한 것이다. 이용객 의견을 뒤늦게라도 반영한 건 좋은데, 처음부터 신형 전동차를 설계할 때 이용객 의견을 좀 물어보고 결정했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한테는 필요 없어 보여도 다른 누군가에겐 필요할 수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