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가진 상상을 구체화해 현실로 구현해 내는 것’
‘현실과 맞물린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안하는 것’
우리는 낭만이 공간에 녹아들 때 비로소 공간은 장소가 될 수 있다 믿는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낭만’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건축과 공간을 전개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라이프이즈로맨스(LIIR)의 디자인디렉터 허슬기이다.
Q. 스튜디오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건축을 전공하고, 누구나 알만한 대형건축사무소에서 일을 했었다. 설계부터 준공까지 텀이 워낙 긴 B2B 대형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다 보니 조금 더 디테일하고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 이야기하고 취향을 나눌 수 있는 B2C 프로젝트에 흥미가 커졌다. 우연히 ‘라이프 이즈 로맨스’ 라는 문장이 떠올랐는데 사명으로 쓰기에는 길고 낯선 느낌이 들어서 망설이던 찰나, 예전에 기록해 두었던 일기에서 ‘라이프 이즈 로맨스’ 라는 문구를 우연히 또 발견했고, 운명처럼 사명이 되었다.
Q. 지금까지 어떤 작업을 했는지 궁금하다.

전국 곳곳 우리의 발길이 닿은 곳이 없을 만큼 다양한 작품들을 그렸다. 모두 각자의 땅이 가진 특색이 더해진 클라이언트가 꿈꾸던 낭만을 담았다. 아무래도 건축이론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스튜디오이다 보니, 다양한 상업 공간들을 거쳐 현재는 건축 위주 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전히 ‘낭만’과 ‘취향’을 담은 따뜻한 공간들을 그려나간다. 자세한 작업은 lifeisromance.co.kr에 정리되어 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 혹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너무나 많은 프로젝트가 떠오르지만, 그 중 알렛츠에 소개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평택에 위치한 카페 사리당(2022)이다. ‘당신의 머무름이 이로움이 된다.’라는 컨셉을 중심으로 5대에 걸쳐 사용되던 가족의 한옥을 작은 동네 상생과 나아가 평택 농산물 홍보의 장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카페로 선순환되게 그려내야 했다. 누군가의 인생이 오롯이 담긴 낭만 공간이자 개인 공간이 이로움이라는 따뜻한 키워드로 해석된 머무름의 공간이 되었다. ‘낭만’이라는 달콤한 단어를 통해 만들어 낸 단단하고 힘 있는 ‘장소’ 프로젝트이자 라이프이즈로맨스의 철학이 ‘공간의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잘 드러난 프로젝트 중 하나라 생각한다.
Q. 자신만의 디자인 1순위 원칙은 무엇인가?

디자인은 정답이 없기에 원칙도 상황에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다만 끊임없이 상기하는 것이 있다면 ‘이 공간에서 어떠한 이야기를 전할 것인가’이다. 사용자로 하여금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떠한 방법으로 공간에 반영할지를 고민한다. 단순히 전시되고 바라보기 위한 공간이 아닌 직접 사용자가 경험하고 행위를 하는 공간을 위주로 작업하는 만큼 이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공간 아이덴티티를 그려내기 위해 노력한다.
Q. 그렇다면 인테리어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타협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전체적인 조화(balance). 공간이 상상에서 현실이 되기까지 수많은 선택의 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무수한 선택지 중 어떠한 것들이 선택되더라도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의도한다. 브랜드와 사용자, 심미와 기능, 트랜드와 지속성과 같은 모든 카테고리에서 밸런스를 고려하며 설계한다.
Q. 클라이언트들이 라이프 이즈 로맨스를 찾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가 그려왔던 수많은 포트폴리오에 대한 믿음이자 신뢰라고 생각한다. 낭만이라는 단어가 혹자에게는 환상 같은 단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정의하는 낭만은 다르다. ‘누군가가 가진 상상을 구체화해 현실로 구현해 내는 것’ 그리고 ‘현실과 맞물린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안하는 것’. 우리는 낭만이 공간에 녹아들 때 비로소 공간은 장소가 될 수 있다 믿는다.
Q. 클라이언트에게 다른 곳에서 예산을 아끼더라도 꼭 이것만은 투자하라 권하고 싶은 게 있을까?

이 공간을 선택한 이유를 되새겨보라 말한다. 건물이든 빈 대지이든 그곳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히 존재한다. 주변 풍광이 마음에 들어서, 입지가 마음에 들어서, 기존에 붙어있던 깨진 듯한 타일 마감이 마음에 들어서 등등 이유는 다양하다. 디자인하면서 선택의 순간이 되면 처음 가졌던 공간의 애정은 마음속 저 뒤로 숨어들어 가 본질을 잊는 경우가 있다. 내가 이곳을 선택했던 이유, 이곳에서 가장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상기시키고 그것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요소에 집중하여 투자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Q. 스튜디오가 내세우는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

일상적 공간 안에서 비일상적인 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 우리가 그리는 공간은 언제나 경험하는 공간이 된다. 시각적으로 독특한 요소들로 가득 찬 공간이 아닌, 하나하나 상상하고 떠올리며 만들어 간 공간과 동선, 기능, 문에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향기와 음악, 공간 안으로 깊숙이 스며든 빛의 그림자, 패브릭 질감과 소파의 푹신함의 정도까지. 우리가 더 깊이 상상할수록 낭만은 현실에 가깝게 구현된다고 믿는다.
Q. 작업할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

평소에 경험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영감을 축적해 두는 편이다. 단순히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공통된 아름다움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시간마다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이나 작은 키워드 하나에 영감을 받을 때도 있다. 우리의 취향 안에 존재하지만 평소에 떠올리지 않았던 익숙한 것들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을 때 마음이 간질거리는 기분이 든다.
Q. 존경하는 디자이너나 인물이 있나?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좋아한다. 그의 수많은 건물을 돌아봤지만, 그중에서 초기작인 빌라 르 락(villa le lac)을 방문한 적이 있다. 노쇠하고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위해 집 안 모든 문은 없앴고, 레만호수를 바라보는 11m의 긴 창은 이 작은 집 안에 알프스를 담기에 충분했다. 다양한 색감 또한 이유 없이 사용된 것은 없었다. 호수 색을 담아내고 노을을 담아내며, 시간에 따라 깊어지는 공간감을 위해 사용되었다.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한 설계가 아닌 건축적으로 풀이된 그의 낭만적 언어를 애정하고 존경한다.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감재, 창호, 가구, 조명 브랜드가 있나? 어떤 브랜드이며, 그 이유는?

정말 많은 브랜드를 좋아하지만, 코펜하겐의 프라마(FRAMA)를 소개하고 싶다. 단순한 형태와 베리에이션이 크지 않은 제한된 마감재를 사용하지만, 그들의 제품과 공간은 언제나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그중에서도 누군가 우리를 설명하는 단어로 사용했던(내가 좋아하는 수식어 중 하나다) ‘따뜻한 스테인리스’ 라는 단어가 있는데 FRAMA 또한 따뜻한 스테인리스를 사용하는 스튜디오라 생각한다.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담은 그들의 코펜하겐 쇼룸은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데, 언젠가 코펜하겐을 방문한다면 루이지에나 미술관과 더불어 프라마 쇼룸은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