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질어질 천안 버스

출처 유튜브 '공작소'

이 영상을 보라. 한 유튜버가 충남 천안의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버스 3대가 연달아 그냥 지나간다. 결국 있는 힘껏 손을 흔들자 그제야 정차한다.

이런 일이 워낙 많다보니, 천안시는 아예 승객이 정류장에서 직접 버튼을 눌러야 운전자에게 알림이 가는 시스템까지 만들었다. 어질어질하다.

인터넷에 ‘천안 시내버스’를 검색하면 ‘불친절하다’, ‘정류장에 안 선다’, ‘난폭 운전’, ‘승객에게 핀잔’ 같은 말이 줄줄이 뜬다. 유튜브 댓글로 “천안버스, 도대체 왜 이러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정작 천안 버스기사들은 좀 억울하다는 입장.

[천안시내버스 기사 A씨]

여러가지 오해의 부분도 있고 불친절한 기사보다 친절한 기사가 더 많아요. 몇 사람때문에 불친절 문제가 나오는데 그건 회사나 노동조합이 제도적으로 노력을 많이 하고는 있는데 그런 어려운 상황이 있다는 얘기죠
[천안시내버스 기사 B씨]

우리 기사님들은 친절하려고 많이 노력을 하죠. 우리 시민들은 실제로 우리 어머니고, 우리 자식들이잖아요. 우리 기사님들이 그런거 다 알아요.

천안버스 비판을 하기 전에, 일단 열악한 버스 시스템부터 먼저 좀 짚어봐야 한다는 얘기다.

[천안시내버스 기사 A씨]

(천안이) 70만 인구가 가깝잖아요. 교통체증도 상당해요. 노동강도가 세고, 그거에 따른 근로 환경이나 급여 수준이나 그런 부분들이 맞닥뜨려져야 가는데
[천안시내버스 기사 B씨]

천안이 은근히 도로 사정이 안 좋아요. (기사들이 제대로) 못 쉬어요.

첫째, 민영제. 천안 시내버스는 새천안교통, 보성여객, 삼안여객 등 3곳의 민간업체가 나눠서 운영한다. 800여 명의 기사들이 420대 넘는 버스를 맡는다.

버스에 대한 시민 불만은 천안시에 접수되지만, 시는 기사 등을 직접 제재할 권한이 없다. 실질적인 관리와 처벌은 업체 몫이다. 그러다보니 회사마다 서비스 품질이 들쭉날쭉하다.

둘째, 열악한 근로 환경. 천안 버스기사들은 이틀 연속 운전하고 하루 쉬는 형태로 일한다. 하루 15~16시간 운전은 기본이다.

반면 서울 같은 곳은 하루에 한 대의 버스를 두 명이 나눠 몰고 있다.천안 버스기사의 피로도가 훨씬 큰 것.

천안 버스는 회차지점(종점)이 6~7곳 있지만 휴게실이 부족해 기사들이 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잠깐 눈을 붙이는 게 전부다. 피로 누적은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환장할 만한 노선. 천안 버스 노선은 유달리 굴곡이 심하다. 중구난방식으로 주거지역이 형성된 탓에 아파트 단지를 따라 노선이 이리저리 꺾여 있다. 직선 이동이 가능한 경로지만, 불필요하게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주거밀집 지역을 지나는 버스 숫자도 부족하다. 천안 불당동이나 쌍용동, 백석동에는 노선 수나 배차 빈도가 낮아 버스가 너무 안 온다는 불평도 나온다.

아울러 절반 이상의 노선이 천안역~종합터미널~대흥로 축에 집중돼 있다. 천안시민들은 ‘대흥로 몰빵’이라고 부르는데, 노선 배치가 특정 축 중심으로 쏠려 있어서, 동서 간 이동이나 외곽에서 중심으로의 접근성이 확 떨어지는 셈.

넷째, 수익성 악화. 천안 버스 노선은 총 149개다. 근데 노선 전부가 적자를 내고 있다고 한다. 인건비나 차량 유류비 등 원가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

[천안시청 관계자]

(노선에서) 수익은 나는데 적자 폭이 더 커가지고 다 적자 노선들이에요. 회사입장에선 수익 나는 노선만 뛰면 되는 건데 시골에도 가야되니까 갔다오면 적자가 생기는걸 시에서 보존을 해주는 거거든요.
회사 입장에선 버스 요금을 올려야하는 건데 올리면 올린다고 시민들 민원이 더 크죠. 작년에 (버스회사로) 지급된 게 530억 정도 되고요.

천안 버스의 이런저런 문제를 타개할 방안으로 민영제에서 준공영제로의 전환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면 보조금을 더 쓸 수 있고, 시에서 직접적인 관리도 가능해진다.

출처 로컬투데이

또 기사를 더 채용하거나 버스도 더 투입할 수 있는데, 준공영제가 언제 실행될지는 미지수.

근데 요런 현실과 별개로,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손님에겐 최대한 친절해야 하는 게 맞긴 하다. 그래서 천안시는 버스 내부에 친절 스티커를 부착시키거나, 기사들이 승객에게 인사를 하지 않으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요새는 칭찬 민원이 들어오는 기사에 대해 포상금 50만원을 지급하는 유인책도 쓰고 있다. 그만큼 불친절 버스 이미지를 최대한 벗고 싶은건데, 제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천안 버스 문제는 결국 ‘불친절’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민영제 구조, 과중한 노동, 불균형한 노선, 적자 구조가 얽히며 시민과 기사 모두를 지치게 만들었다.

요런 구조 개선과 함께, 기사님들 스스로도 시민을 대하는 태도와 서비스 마인드를 좀 바꿔야 겠다. 그래야 천안 버스가, 진짜 시민의 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