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테고프라잔)'이 미국 임상3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며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국내에서 제네릭 등 경쟁에 대한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회사는 글로벌 확대를 통한 시장 지형 변화를 예고했다.
케이캡, 美 임상3상 순항
8일 HK이노엔에 따르면 케이캡은 미란성 식도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미국 임상3상(TRIUMpH)에서 기존 양성자펌프억제제(PPI) 계열인 란소프라졸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우월한 효과를 냈다.
임상은 최대 8주의 초기 치료 이후 완전히 치유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환자들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인 케이캡 100㎎, 50㎎ 혹은 란소프라졸 15㎎ 중 하나를 무작위로 배정 받아 24주간 유지요법 치료에 들어갔다.
1차 평가 지표인 24주간 치료효과 유지율 평가 결과, 전체 환자군에서 케이캡의 모든 용량군은 란소프라졸 투여군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특히 테고프라잔 100㎎ 투여군은 중등도 이상의 식도염 환자군에서 통계적 우월성을 나타냈다.
회사는 올해 4월에도 미란성 식도염과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케이캡의 치료효과를 평가한 미국3상 임상 톱라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케이캡은 미란성 식도염 환자군에서 기존 PPI 대비 우월한 치유율을, 비미란성 환자군에서는 가슴쓰림 등 주요 증상 개선 효과를 각각 입증하며 1·2차 평가 지표를 충족했다.
두 임상은 비미란성 질환까지 적응증을 넓혔을 뿐 아니라 장기효과, 기존 PPI 약물 대비 우월성을 증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HK이노엔의 미국 파트너사 세벨라파마슈티컬스는 이 같은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연내 케이캡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신청(NDA)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네릭 리스크' 상쇄 기대
FDA의 문턱을 넘으면 경쟁 약물 및 제네릭 확산 등 국내 시장의 리스크를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0호 국산 신약으로 지정된 케이캡은 2019년 3월 출시 이후 가장 먼저 시장을 점유하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연매출은 1689억원으로 전문의약품(ETC) 부문 매출 1위(18.82%)를 기록하며 회사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누적 처방실적은 올 상반기까지 8101억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케이캡은 올 1분기 기준 한국을 포함한 48개국에 진출했으며 15개국에서는 출시를 마쳤다.
하지만 최근 제네릭사와 결정형 특허 소송에 휘말리며 불확실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케이캡은 당초 2036년 3월12일까지 결정형 특허가 보장돼 있었지만 최근 제네릭사 80곳과의 특허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부 제약사들은 물질특허가 끝나는 2031년 8월부터 복제약의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통상 신약특허 만료 이후에는 복제약이 출시되며 가격 경쟁이 격화되고 오리지널 의약품 매출이 하락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미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 등 P-CAB 계열 신약 간 경쟁이 치열하다. 케이캡은 한국 매출 비중이 95%를 넘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가 주요 리스크로 꼽혀왔다.
이는 북미 시장 출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미국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3조3000억원 규모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특히 오랫동안 점유율을 지켜온 PPI 제제가 약효 발현 지연, 야간·식후 증상 미흡 등 한계를 보이면서 새로운 기전인 P-CAB 계열 신약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케이캡이 계획대로 내년에 북미 시장에 진출할 경우 5년 내 연매출 6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FDA 승인을 받은 P-CAB은 일본 다케다의 '보퀘즈나(보조프라잔)'가 유일하다.
HK이노엔 관계자는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보퀘즈나와 직접 비교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임상3상에서 우월성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서 "보퀘즈나가 P-CAB 시대를 열었다면, PPI 중심에서 P-CAB으로의 전환은 케이캡이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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