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경쟁’…‘GL’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스릴러’도 아직 아니에요[봤다 OTT]

김태희 감독의 각색과 연출로 드라마화된 ‘선의의 경쟁’은 지금 콘텐츠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진 창작집단인 대형웹툰 콘텐츠 공급사 와이랩 ‘블루스트링’의 작품이다. ‘블루스트링’은 ‘선의의 경쟁’ 말고도 현재 티빙에서 공개 중인 ‘스터디그룹’의 기반이다.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는 웹툰, 그중에서도 학원물은 우리나라 사람 중 학창시절을 안 겪은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굉장히 보편적인 소재다. ‘블루스트링’의 작품들은 싸움이나 공부 등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무기’를 갖고 이를 통해 학교 안 비틀어진 위계를 부수는 주인공들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이중 ‘선의의 경쟁’은 배경이 되는 채화여고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욕망을 다룬다. 지방의 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던 주인공 우슬기(정수빈)가 서울 최고의 학교를 찾아가 그 안에서도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유제이(이혜리)의 눈에 들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원작은 교실, 학교라는 정글 같은 생태계에서 무력이든 정치력이든 뭐든 써서 생존하려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린다. 그렇다면 드라마에서는 수능 출제위원으로서 갑자기 의문사하는 우슬기의 아버지를 등장 시켜 이 비밀을 풀어가는 스릴러의 요소를 갖고 있다.

물론 드라마는 요즘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GL(Girl’s Love)’의 코드를 갖고 있다. 원작이 극화된다고 했을 때 이러한 부분이 확대 해석돼 매체를 통해 ‘19금 GL 드라마’, 마치 퀴어물인 것처럼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선의의 경쟁’은 이러한 특정한 코드보다는 조금 더 스릴러에 방점이 찍힌 ‘학원 스릴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 ‘청일전자 미쓰리’의 선심, ‘꽃 피면 달 생각하고’의 로서처럼 밝고 씩씩한 인물을 주로 연기했던 이혜리의 연기 변신에 눈길이 모인다. 이혜리는 돈과 성적, 외모, 권력 등 학교 안에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유제이로 분해 차가움을 뿜어낸다. 지방에서 올라와 잔뜩 위축된 우슬기에게 선의를 베푸는지, 아니면 손아귀에 넣어 갖고 놀려 하는지 의도가 불분명해 긴장감을 준다.

‘소년심판’의 백미주 역으로 주목을 받아 ‘아일랜드’ 이수련, ‘수사반장 1958’의 봉난실 역으로 경력을 쌓은 우슬기 역 정수빈의 존재감도 눈에 띈다. 거기에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캐릭터의 강혜원, 신경질적인 2인자 역의 오우리, 드라마 오리지널 캐릭터로 우슬기의 보육원 선배로 주변을 맴도는 남병진 역 갓세븐 영재 등의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다.
일단 시사회를 통해 전체의 4분의 1인 4회까지가 공개됐으므로 예단을 할 수 없으나 일단 초반은 스릴러 코드보다는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고 그 과정에서 미묘한 관계에 놓이는 유제이와 우슬기의 설정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 4회 두 인물이 우연히 나누는 키스장면 등 GL 코드가 가미된 스릴러는 이채로움을 준다.

하지만 후반부 스릴러의 미스터리를 잘 풀어나가느냐의 완성도가 결국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할 듯하다. 독특하고 신비하지만, 아직 초반에는 보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는 부족하다. 너무 많은 장르의 혼재가 낳은 정체현상인지, 원작과 달라야 한다는 제작진의 조바심인지. 후반부 확실한 정체성이 관건으로 남을 듯하다. 오는 10일부터 매주 월, 화, 수, 목 자정 주 4회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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