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4분기 수출 전선…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기가 관건”

윤희훈 기자 2024. 10.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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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0일 수출, 전년比 3% 감소
“4분기 수출 증가율 둔화 가능성”
석유제품·철강 품목 재반등 필요
중국 경기 불안에 반도체 유탄 맞을 수도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짙은 안개가 꼈다. /뉴스1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수출 전선에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기저 효과를 바탕으로 12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보이던 수출이 10월 이후 정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수출 목표 7000억달러 달성은 물론 역대 수출 최대 실적(2022년 6836억달러)을 경신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관세청이 최근 발표한 ‘10월 1~20일 수출입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한국의 수출은 327억6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9% 감소한 실적이다.

수출 실적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조업일수 부족이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2.5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일)보다 0.5일 적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6억2000만달러로 1.0% 소폭 증가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단 이달 수출액 자체는 지난해 실적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이후 조업일수가 작년 10월보다 1.5일 많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평균 수출액도 많고, 기업의 수출 신고가 월말에 집중되는데 이 기간 조업일수가 길다는 건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진행된 정부의 수출동향 점검회의에서도 4분기 수출 증가 둔화 흐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성택 산업부 제1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작년 4분기부터 수출이 본격적으로 반등한 영향으로 올해 4분기 수출 증가율이 앞선 1∼3분기 대비 다소 둔화할 수 있다”면서 “‘역대 최대 수출’ 달성을 위해 마지막까지 스퍼트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1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수출증가율 추이. 작년 10월부터 수출이 증가 전환한 영향으로 올해 10월 이후 수출 증가율이 둔화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민간에서도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작아지는 모습이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조사’ 결과를 보면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제조업 수출 현황 PSI 지수는 8월 111을 기록한 이후 9월 110, 10월 107로 낮아졌다. 향후 흐름을 내다보는 전망 PSI 지수도 9월 109, 10월 109에서 11월엔 108로 낮아졌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제조업 수출에 대한 업황 PSI가 기준치(100)를 모두 상회하지만 전월 대비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내에서는 다음달 1일 발표될 10월 수출 실적이 올초 제시한 수출 목표 달성의 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9월말까지 누적 수출액은 5087억달러로,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남은 3개월 동안 약 2000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달성해야 한다. 월로 한산하면 매달 660억달러 수준의 수출고를 달성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4분기 수출실적(10월 550억달러, 11월 558억달러, 12월 577억달러) 대비 20%가량 수출이 늘어야 한다는 얘기다.

수출 증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선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에 더해 석유제품과 철강 등이 힘을 내야 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DDR5, 고대역폭메모리(HBM)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1024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8.1% 늘었다. 작년 전체 수출실적(986억달러)을 3분기만에 제친 것이다. 2위 수출품목인 자동차도 같은 기간 수출액이 529억달러를 기록했다. 작년(521억달러)에 이어 올해에도 역대 최대 수출실적을 재경신했다.

반면 상반기 수출이 전년 대비 7% 이상 증가하며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던 석유제품은 하반기 들어 고전하고 있다. 3분기 1.8% 줄었던 석유제품 수출은 이달 1~20일에는 전년 동기 대비 40%나 수출이 줄었다. 2분기 이후 중국과 인도가 석유제품 수출을 늘리면서 경쟁이 과열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된다. 경쟁 격화로 정유사의 정제 마진도 나빠졌다. 철강도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3분기 수출이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중국 경제의 부진을 제일 큰 불안 요소로 꼽고 있다. 중국의 경기 부진이 호조세를 보이는 반도체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기 위해선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중요한데, 최근 중국 경제가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으로 나가는 반도체 수출이 급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실장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가격 변화에 상당히 민감한 모습을 보인다”면서 “단기적인 재고 조정기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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