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스타트업들이 선보인 '피지컬 AI'가 국방 현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화려한 동작보다 오래 걷는 지구력이 승부처로 떠올랐다.
지난 19일 서울 역삼동에서 열린 'KAIST 스타트업 테크 플라자'에서 국방을 겨눈 로봇 기술이 대거 공개됐다. 사람 형태의 범용 휴머노이드 대신, 자동화 필요성이 분명한 현장부터 공략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스타트업들이 주인공이었다. 그중에서도 장시간 이동이 필요한 국방 현장은 사족보행 로봇의 핵심 무대로 지목됐다.

"적진엔 사람이 못 따라간다"…관건은 지구력
황보제민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창업한 라이온로보틱스는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RAIBO)'를 개발하고 있다. 황보 대표는 "국방과 같은 필드 환경에서는 화려한 동작보다 로봇이 얼마나 오래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느냐가 중요한 성능 지표"라고 강조했다. 라이보는 8시간 연속 보행이 가능하고 한 번 충전으로 50㎞를 걸을 수 있다. 그는 "적진에 멀리 보내야 하는데 사람이 따라가서 배터리를 갈아줄 수는 없다"며 에너지 효율 설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마라톤 완주한 로봇…"군 실험·합동훈련 진행"
라이보의 장거리 이동 능력은 실제 마라톤에서도 검증됐다. 2024년 11월 상주곶감마라톤에서 라이보2는 42.195㎞ 풀코스를 4시간19분52초에 완주했으며, 라이온로보틱스는 이를 사족보행 로봇의 세계 최초 공식 마라톤 완주 사례로 발표했다. 회사는 올해 군 실험과 합동훈련, 관련 과제를 진행하며 실제 납품을 준비하고 있다. 차세대 모델 RAIBO3와 양산체계 구축도 추진 중이다.

"험지 어디든 간다"…조선소·탐사까지 확장
다른 스타트업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험지 자동화에 도전하고 있다. 더로보틱스는 GPS가 닿지 않는 험지에서 초광대역(UWB) 신호로 위치를 추정하는 추종형 로봇을 선보였고, 디든로보틱스는 전자영구자석 자석발로 조선소 철제 벽면과 천장을 오르는 사족보행 로봇 '스파이더'를 개발했다. 이들은 방산·탐사·건설처럼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현장을 공통의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장에 맞는 하드웨어를 만들고 데이터를 축적해 다시 학습시키는 순환 구조가 핵심이다.

군에서 요구하는 것은 연구실에서 잘 걷는 로봇이 아니라 실제 환경 인증을 통과하는 시스템이라고 개발자들은 입을 모은다. 화려한 휴머노이드 경쟁 이면에서, 묵묵히 오래 걷는 K-로봇이 미래 국방의 한 축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출처=테크42·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