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서 유명무실해진 ‘중기부 고발요청제’…실제 고발 요청은 연평균 ‘2건’
사건 검토기간만 ‘8개월’인데, 기업 부담 줄이려 요청기한 ‘4개월’ 단축한 중기부
중기부 “특별한 경우 기한 연장도 가능”…서왕진 의원 “내실 있게 제도 운영해야”
의무고발요청심의위 민간위원에 檢 출신 인사 첫 위촉…“법률 전문성 등 고려해”
(시사저널=변문우‧정윤경 기자)
중소기업 권익 보호 차원에서 도입된 중소벤처기업부의 '의무고발요청제도'가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가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나 사회적 파급효과를 고려해 검찰에 고발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할 수 있는 제도인데, 윤 정부 들어 고발요청 건수가 2022년 1건, 2023년 3건으로 대폭 줄어든 것이다. 그 핵심 원인으로는 중기부가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발 요청 기한을 '4개월'로 줄인 부분이 꼽힌다.
의무고발요청제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기로 한 공정거래법령(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등) 위반 기업 사건에 대해 감사원, 중기부, 조달청이 사회적 파급효과와 중소기업 피해 정도 등을 감안해 공정위에 고발요청을 하면, 공정위가 의무 고발해야 하는 제도다. 불공정 거래행위 차단과 중소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중기부 등에 고발요청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그런데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의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중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기부가 공정위로부터 통지받은 사건 건수는 2021년 105건으로 2014년에 제도를 도입한 이래 최대치를 찍은 후 2022년 65건→2023년 54건→2024년(8월 기준) 59건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중 중기부가 실제로 고발요청을 한 사건 수도 2022년 1건, 2023년 3건, 2024년 2건(6월 기준)에 불과했다. 결국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중기부가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며 해당 제도에 대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중기부는 공정위, 조달청과 지난 2023년 1월 '고발요청제 관련 기관 간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의무고발 요청 기한'을 6개월에서 4개월로 줄인 것이 핵심 내용이다. 고발이 이뤄지지 않아 일단락된 줄 알았던 기업이 뒤늦은 고발 결정에 직면해 부담을 느끼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다.
하지만 중기부가 공정위로부터 통지받은 사건을 접수한 이후 고발요청까지 걸리는 '검토 소요기간' 자료를 받은 결과, 각 사건 당 평균 '259일(약 8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짧게는 14일부터, 최장 기간으로는 728일까지 약 2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선 충분한 검토 기간이 확보돼야 했음에도, 중기부에서 오히려 기한을 축소시킨 셈이다.
이에 중기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정위에서 사건이 2~3년씩 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웬만하면 빨리 처리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공정위와 중기부 간 6개월에서 4개월로 줄이자는 업무 협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규정상 처리 기한은 6개월로 남아 있다. 형사처벌과 연관돼있어 세밀한 검토 필요한 경우나, 기업에서 자료를 많이 내지 않을 경우 중기부에서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선 중기부에서 의무고발요청제를 내실 있게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서왕진 의원은 시사저널에 "'뒷북 고발'이라는 지적이 두려워 중소기업에 큰 힘이 되는 제도를 형해화해선 안 된다"며 "의무고발요청제 고발률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고발요청 기한 문제에 대해 공정위에 끌려다니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의무고발요청심의위원회(심의위) 민간위원에 검찰 출신 변호사가 위촉된 점에 대해서도 일각에서 의구심이 제기된다. 서왕진 의원실이 중기부로부터 받은 심의위 민간위원 명단에 따르면, 심의위 소속 위원 중 한 명은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10년 동안 검찰 출신 인사가 위촉된 첫 사례다.
관련해 중기부 관계자는 "검찰 출신이라는 부분을 떠나서, 의무 고발도 결국 검찰로 넘어가는 제도인 만큼 공소권 관련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또 해당 위원은 검찰 출신이지만 현재 변호사 신분"이라며 "이런 부분들을 검토해서 판사 출신부터 대학 교수까지 각계 법률 전문가들을 뽑는 과정에서 선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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